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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비트코인=유사수신' 칼 빼든 한국 정부에 일본 거래소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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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중앙일보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의 어쩌다 투자]'비트코인=유사수신' 칼 빼든 한국 정부에 일본 거래소 대표는…

중앙일보 2017.11.29 09:49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9962.12달러를 기록했다. 또다른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 기준으로는 이미 1만 달러를 돌파했다. 29일 오전 9시 40분(한국시간) 현재 코인데스크 기준으로 9944.49달러를 기록 중이다. 
출처: 코인데스크

출처: 코인데스크

 
1만 달러는 ‘마일스톤’ 넘버다. 이를 뛰어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시장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국내에선 이미 1000만원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었다. 이제 1000만원은 저항선이 아니라 강한 지지선이 되고 있다. 1000만원 밑으로 빠지면 산다는 두터운 매수세가 받치고 있어, 가격은 이렇다 할 조정도 없이 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다른 암호화폐 가격들도 일제히 오르다 보니 시장은 과열 양상이다.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된 날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거래량은 6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번 달 이 회사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조원을 웃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국내 3대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 코빗은 각각 글로벌 거래량 1위, 6위, 12위 거래소에 올랐다.
 
*28일(24시간) 거래금액 기준. 색깔 표시가 한국 거래소. 출처: 코인마켓캡

*28일(24시간) 거래금액 기준. 색깔 표시가 한국 거래소. 출처: 코인마켓캡

비이성적 과열을 넘어 광기 수준에 이른 시장을 잡기 위해 규제 당국은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암호화폐 관련 공청회 후 암호화폐 규제 법안을 정부안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간 금융당국이 유지해 왔던 가상통화(정부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라고 부른다) 거래업을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하고, ICO(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조달)는 전면 금지하며, 거래소 인가제는 안 된다는 기조를 법안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객 자산을 별도로 예치하는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국이 빼 든 칼이 잘 들지는 의문이다. 그간 금융위는 암호화폐에관심 있는 몇몇 국회 의원실과의 협의를 통해 법안을 발의하려고 시도했다. 정부입법 절차를 밟으면 통과에까지 적어도 6개월은 걸리는 반면, 의원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이 동의하면 법안 발의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 입법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법안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안은 가상통화 시장의 ‘지원책’이 아니라 ‘규제책’에 가까운 내용이라 법안 발의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입법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당장 거래소가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규제를 하려면 근거 법안이 있어야 하는데 법안 마련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소들이 협회를 만들어 자율 규제를 한다고 하니 법안 마련까지는 그런(자율 규제) 조치를 통해 시장을 감독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거래소 간의 모임인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가 결성됐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진화 코빗 창업자는 “협회 주도로 자율 규약 안을 만들어서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와 논의 중에 있다”며 “현재 초안이 나와서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어서 늦어도 다음 달 중순이면 (자율 규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 규약의 실효성 여부에 대한 질문에 김 위원장은 “(자율 규약을) 위반했을 경우에 대한 제재 조항도 들어가 있다”며 “특히 규약을 어기면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하고 출금하려면 은행이 거래소와 연계된 가상계좌를 발급해 줘야 한다. 그런데 규약을 어기면 은행이 가상계좌를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니 규약 위반에 따른 제재가 상당히 강력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입법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암호화폐를 유사수신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90년대 중후반에 인터넷을 보고 유사 미디어라고 취급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에는 1994년 미국 CNBC 아침 뉴스쇼인 ‘투데이쇼’에서 인터넷이 무엇인지, 이메일 주소에서 ‘@’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놓고 앵커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클립(1994: “Today Show”: “What is the Internet, Anyway?”)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한국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방향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곳이 이웃 나라 일본이다. 마침 한ㆍ일 합작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포인트코리아 오픈에 맞춰 29일 방한한 비트포인트재팬의 오다 겐키 대표를 만나 일본의 규제 환경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이뤄졌다. 일본 3대 거래소인 비트포인트는 일본 정부가 인가를 내준 11개 암호화폐 거래소 중의 하나다.
 
오다 겐키 비트포인트재팬 대표. 출처: 비트포인트코리아

오다 겐키 비트포인트재팬 대표. 출처: 비트포인트코리아

한국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는 유사수신'이라는 원칙 아래 '거래소는 불법, 예외적 허용'이라는 내용이 담긴 규제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3년 전 일본 재무부 장관이 "가상통화(일본에서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라 칭한다)는 화폐가 아니다"고 부정적인 말을 했다. 그렇지만 이후 암호통화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정부 당국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오히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부분이다. 얼핏 듣기에 일본에서는 국가가 암호화폐를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반대다. 지금까지 다뤄 오던 것은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새로운 룰에 따라 고객들의 자산을 분리 관리하는 곳만 인정했다.
 
거래소 인가제 이후에 일본에서는 오히려 암호화폐 거래소는 줄고 있다. 그런데도 거래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드냐다."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은 거래소 11곳 중 한 곳이다. 일본 정부의 거래소 인가 요건은 크게 무엇인가. 그 가운데 거래소 입장에서 가장 충족이 힘든 요건은 무엇인가.
“크게 4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회원의 실명 확인이다. 마피아 및 폭력 단원 등은 계좌 개설이 불가하고 계좌 개설자의 본인 확인이 안 되면 계좌 개설이 안 된다. 두 번째는 자금세탁 대책이다. 부정한 거래는 감시를 하고 있다. 세 번째는 고객자산의 분리관리다. 고객의 자산은 법정화폐ㆍ암호화폐 모두 예치금으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 네 번째는 견고한 금융거래 시스템이다. 해킹 대책 및 서버 다운 등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금융거래 시스템이다. 비트포인트는 이 부분에서 특히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거래소 인가제를 했을 경우, 국민이 암호화폐를 정부가 보증하는 일종의 금융상품처럼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부분이다. 곧, 암호화폐 가격 급등락에 따른 손실을 정부 탓으로 돌릴까 하는 우려다. 일본에서는 거래소 인가제에 따른 부작용은 없나.
“최종적으로 투자는 본인 책임이다. 현재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다. 수익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크다. 투자자 역시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고객에게 항상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성년(20세 미만)이거나 고령(75세 이상)인 경우엔 계좌 개설이 안 된다. 특히 비트포인트는 계좌를 개설할 때 고객의 자산과 연령 등을 확인해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는 고객은 레버리지 거래에 제한을 두는 대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비교한 비트포인트코리아, 곧 비트포인트가 운영하는 한국 거래소의 장점은 무엇인가.
“거래 시스템의 견고함이다. 비트포인트는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서도 보안 및 시스템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거래소가 서버 다운이나 해킹 등 시스템상의 문제를 지적받아 온 것과는 비교된다. 우리 회사는 일본 증권회사 수준의 관리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거래’. 당연한 것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특별한 대책이 있나.
“일본에서는 고객 자산을 분리 관리하고 있다. 이것은 법정화폐(일본의 엔), 암호화폐 전부 해당한다. 만약 비트포인트가 도산하더라도 고객자산은 분리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한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일본 사례를 참고하라는 의견이 높은데,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가운데 보완할 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완벽한 규칙은 없다. 운용하면서 개선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제도를 참고해 정기적으로 거래소 관계자와 정부가 상호 대화를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설립 초기엔 주 1~2회는 만나 얘기를 나눴다. 지금도 2~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정책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정부는 왜 그런 판단을 한다고 보나. 그리고 한국 정부는 왜 보수적인(예를 들어 ICO 전면 금지, 공매도ㆍ레버리지 금지 등) 입장을 취할까.
“어느 정부라도 새로운 대응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의 금융청도 전향적인 면도 있으나 신중한 면도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자가 솔선해 스스로 규제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칙을 만들어 서비스를 향상시켜야 한다. (사업자가) 이런 자세를 보여야 정부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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