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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파일] 지진,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라
강찬수 기자 사진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부장) kang.chansu@joongang.co.kr

[에코 파일] 지진,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라

중앙일보 2017.11.25 05:00
포항 지진 당시 관측된 지진파 [자료 기상청]

포항 지진 당시 관측된 지진파 [자료 기상청]

지진 예측 (Earthquake Prediction)
고대 로마의 작가 클라우디우스 아엘리아누스는 기원전 373년 대지진이 헬리케라는 도시를 덮치기 5일 전에 쥐·족제비·뱀·벌레 등이 땅속에서 나와 도시를 빠져나간 사실을 기록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동물의 이상한 행동을 묘사한 인류 첫 기록이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는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 80여명이 다쳤고 9000개 이상의 건물이 피해를 보았다.

동물의 힘이든, 과학적인 방법이든 지진 발생을 미리 알았다면 재산 피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인명 피해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진을 날씨처럼 예측할 수는 없을까.
과학자들은 아직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지진은 땅속 지층에 쌓인 응력(스트레스)이 풀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보이지 않는 깊은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진을 예측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대성아파트에서 일부 주민이 이사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피해를 본 대성아파트 E동 건물이 무너질 우려가 커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포항=연합뉴스]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대성아파트에서 일부 주민이 이사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피해를 본 대성아파트 E동 건물이 무너질 우려가 커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포항=연합뉴스]

‘양치기 소년’ 낳는 지진 예측

지난 2004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을 이끌던 지구물리학자 블라디미르 케일리스-보록은 “몇 달 뒤인 2004년 9월 5일 이전에  캘리포니아 남부의 모하비사막에서 규모 6.4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50%”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측시한이 지나간 뒤인 9월 28일 캘리포니아의 샌안드레아스 단층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하긴 했다.
이 지진은 사실 미 지질조사국(USGS) 연구팀이 1993년쯤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었지만, 11년이나 지난 뒤 발생한 것이었다.
USGS는 대규모 지진 발생을 예측했으나, 정작 지진 발생 당시에는 아무런 조짐도 감지하지 못했고 주민들에게 사전 경고도 할 수 없었다.
201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5월 11일 큰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에 시민들이 휴가를 내고 피난 가는 일이 벌어졌다. 1979년에 숨을 거둔 지진학자의 30여 년 전 ‘예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날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날 대만에서도 규모 14의 지진이 발생하고 높이 170m의 쓰나미가 닥쳐 대만 섬이 두 동강 난다는 예언 때문에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무런 일이 없었고, 예언했던 왕차오홍(王超弘)은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검찰이 기소했다.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여진의 위치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여진의 위치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 전조 현상을 찾아라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해 지진 전조 현상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대표적인 게 라돈 가스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지하 암석에서 미묘한 지질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방사성 기체인 라돈 가스가 분출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진으로 바위가 깨어질 때 라돈 농도가 치솟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오존을 전조 현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오존은 번개가 칠 때와 같이 전류가 방전될 때 부산물로 생성되는데, 강한 압력에 의해 바위가 깨질 때도 생성된다는 것이다. 분쇄된 암석에서는 0.1~10ppm 수준의 오존이 방출되는데, 오존 주의보 발령 기준인 0.12ppm의 최고 100배에 이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바위가 깨지고 지층이 흔들릴 때 지하수위가 변화할 수도 있다.
포항 지진 당시 전국 각지에서 확인된 진도, 각 지역에서 느끼는 진동의 크기를 나타낸다. [자료 기상청]

포항 지진 당시 전국 각지에서 확인된 진도, 각 지역에서 느끼는 진동의 크기를 나타낸다. [자료 기상청]

전조 현상 중에는 지구 상공 100~600㎞ 상공 전리층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해당 지역 상공의 전리층에서는 전자를 비롯한 이온화 입자의 밀도가 변하는 전기 장애 현상이 자주 관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진앙 상공의 전리권에서 전자 수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사실도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토양권(Lithosphere)-대기권(Atmosphere)-이온권(Ionosphere) 사이의 연결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이런 전조 현상이 지진 발생 전에 나타날 수도 있고, 지진 발생과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지진이 지나간 다음에 나타날 수도 있다. 종잡을 수 없다.

또 한두 차례 예측이 맞아떨어진다 하더라도 재연성이 없어 아직은 지진을 예측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경북 경주시 동국대 경주캠퍼스 학생들이 지진 경보 발생 뒤 운동장에 대피해 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경북 경주시 동국대 경주캠퍼스 학생들이 지진 경보 발생 뒤 운동장에 대피해 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지진 예측을 못 했다고 처벌하다니
지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과학자를 처벌하려는 시도도 있다. 중세도 아닌 21세기에 말이다.
지난 2009년 4월 6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는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해 309명의 사망자와 1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9년 발생한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의 진앙 위치 [중앙포토]

2009년 발생한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의 진앙 위치 [중앙포토]

이 지진이 발생하기 전 그해 1월부터 지진학자인 지암파울로 줄리아니는 공기 중에 라돈의 방출량이 증가한 사실을 토대로 거대한 지진이 발생할 것을 예고했다.
시민들이 동요하자 정부는 지진 발생 6일 전에 엔조 보쉬 전 이탈리아 국립지구물리·화산학회장 등 과학자를 불러 국립대재난위원회를 열었다. 이들 과학자는 “대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은 이들이 시민들을 과도하게 안심시킴으로써 피해를 키웠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과학자는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100% 정확한 지진 예보는 불가능하다”며 "나름 최선을 다해 조언했는데, 그 결과가 틀렸다고 단죄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난 실상은 처음 알려진 것과는 달랐다.

과학자들이 회의를 열기도 전에 관련 공무원이 기자회견에서 “큰 지진이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는 것이다.
6명의 과학자는 당시 회의에서 지진 가능성을 살펴봤고, 실제로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45분간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 자연재해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발생 확률’이 어느 정도라는 식으로 설명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결국 지진학자가 아닌, 전문지식도 없는 공무원이 발언하도록 한 것은 위험 관리와 소통 (risk communication)의 핵심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어쨌든 2012년 10월 이탈리아 법원은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에 대해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014년 11월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대법원은 과학자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고, 공무원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코끼리들도 지진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포토]

코끼리들도 지진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포토]

동물들이 먼저 반응한다

지진을 예측하느니 차라리 동물들의 지진 예지 능력에 기대를 거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난 발생 전 동물들이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을 잘 관찰한다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쓰나미 발생 때다. 

당시에 코끼리들이 산으로 대피한 사례가 있다. 지진으로 발생한 강력한 초저주파를 발바닥으로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당시 3만 명 넘게 숨진 스리랑카에서도 피해가 가장 심한 해안 근처의 야라 국립공원에서 코끼리·표범·사슴이 대피해 살아남았다.
 짝짓기하는 두꺼비들. 두꺼비 같은 동물이 지진을 미리 예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지만, 이를 지진 예측에 실제로 활용한 사례는 별로 없다. [중앙포토]

짝짓기하는 두꺼비들. 두꺼비 같은 동물이 지진을 미리 예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지만, 이를 지진 예측에 실제로 활용한 사례는 별로 없다. [중앙포토]

중국 사례도 있다. 1975년 2월 중국 랴오닝(遼寧) 성 하이청(海城)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지진 발생 하루 전날 당국이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 덕분에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지하수위가 급격하게 변했고, 한겨울에 뱀이 땅 위로 기어 나와 얼어 죽는 것처럼 여러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지진 발생 직전이 되면 메기의 행동이 활발해진다는 통설을 이용, 일정 지점마다 메기 관측 지점을 설치해 전국의 지진을 예측하는 연구가 진행된 적도 있다.

메기는 지진 발생 전 지각이 서서히 무너질 때 발생하는 전자파를 포착할 수 있는 등 전기 감지 능력이 일반 물고기의 100만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꺼비도 지진 전조 동물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2009년 4월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이 발생하기 전 라퀼라에서 76㎞ 떨어진 산 루피 노 호수 주변에서는 번식을 위해 이곳에 모였던 수컷 두꺼비의 96%가 지진 발생 5일 전 사라졌다. 산란기가 끝나기 전까지 번식지를 떠나지 않는 수컷 두꺼비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고기나 양서류처럼 지하수 속이나 지하수 인근에 사는 동물들은 지하수의 미묘한 화학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기장이나 자기장의 변화, 온도의 변화 등을 감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참사 때마다 살아남기도 하지만 반대로 희생되는 동물도 많기 때문에 동물들의 조기경보 능력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또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지진이나 지진과 관련된 현상뿐만 아니라 먹이나 영역 다툼, 날씨 등도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 7월부터 규모 5.0 이상 지진은 관측 후 15~25초, 규모 3.5 이상 5.0 미만 지진은 60~100초 안에 발생시각·추정위치·추정규모·예상진도 등을 담은 경보·속보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지난 7월부터 규모 5.0 이상 지진은 관측 후 15~25초, 규모 3.5 이상 5.0 미만 지진은 60~100초 안에 발생시각·추정위치·추정규모·예상진도 등을 담은 경보·속보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측보다는 조기 경보가 현실적

각국에서는 지진 예측보다는 조기경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일본은 2007년부터 긴급지진속보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지진 최초 관측시간을 기존으로 5~20초 안에 경보를 발령한다. 이탈리아에서도 지진 발생 5~10초 만에 지진 경보를 발령한다.
한국도 올해부터 최초 관측 기준으로 15~25초 이내에 지진을 발령하고 있는데, 이번 포항지진을 통해 조기경보의 역할을 증명했다.
긴급 지진속보의 원리는 지진파 중에서 파괴력이 강한 S파가 도달하기 전에 전달 속도는 빠르지만, 파괴력이 약한 P파를 활용해서 조기경보를 한다는 것이다. S파의 이동 속도가 보통 초당 3~4㎞ 정도, P파는 초당 6~8㎞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에 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오후 2시 29분 34초쯤 인근 포항 관측소에서 처음으로 지진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또 지진 관측 19초 만인 오후 2시 29분 53초쯤 조기경보를 발표했다. 이후 긴급 재난 문자 송출은 경보 발령 4초 후인 오후 2시 29분 57초에 이뤄졌다. 지진 발생 기준으로는 22초 만에 조기경보가, 26초 만에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재난문자가 이동통신사를 거쳐 시민들에게 도달하는 데 다시 2~3초 더 걸린다.
결국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가 도착하는 데에는 지진 발생 후 30초 남짓 걸린 셈이다.
S파의 이동 속도를 3.5㎞라고 했을 때, 서울과 포항의 직선거리 270㎞를 적용하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S파가 서울까지 도달하는 데는 77초가 걸린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지진 발생 후 30초 만에 재난문자를 받았다면, 47초가량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5초 정도의 시간이 있으면 책상 아래 등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고, 10초 이상의 여유가 있으면 건물 밖 대피도 가능하다.  

기상청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조기경보 시간을 7~25초 더욱 단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대피 훈련 도중 지진이 발생했다는 경보가 울리자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해 엎드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 대피 훈련 도중 지진이 발생했다는 경보가 울리자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해 엎드려 있다 [연합뉴스]

지진 평소에 대비해야
현재 기술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불가능하다.
과거에 발생한 지진 기록과 지층구조, 단층의 이동을 관찰해서 어느 지역에, 어떤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것인지를 확률로 예상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며칠, 몇주 단위의 짧은 기간이 아니라 몇 년 혹은 몇십 년 내에 일어날 확률을 제시할 뿐이다.
일부에서는 “지진 발생도 시내버스처럼 한꺼번에 몰려서 오기 때문에 지진을 예측하는 최상의 방법은 지진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가까운 시일 내에 지진이 또 일어난다고 예보하는 것”이라고 빈정거리기도 한다. 
지진 피해를 줄이려면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즉 활성단층이 분포하는 지역을 미리 찾아내서 그에 맞는 건물의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또 지진 조기 발령 시스템을 지속해서 개선, 지진 발생 시 1초라도 빨리 대피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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