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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축복이었다는 대세 짠돌이 김생민 '굳은살의 법칙'

중앙일보 2017.11.25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방송인 김생민씨가 7월 14일 여의도 KBS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방송인 김생민씨가 7월 14일 여의도 KBS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인터뷰 대상: 김생민((26년 차 KBS 공채 개그맨).
 
최근 팟캐스트 ‘영수증’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음. 청취자가 한 달간 쓴
 
영수증 정리해서 보내주면 재테크 전문가인 김생민이 조언해주는 콘셉트.
 
방송 한 달 만에 팟캐스트 순위 10위권 내에 안착하며 화제.
 
‘그뤠잇’(Great), ‘스뜌삣(Stupid)’, ‘알러빗(I love it)’과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내고 있음.”
 
올 7월, 김생민의 인터뷰를 통보하며 취재기자가 보내온 메모였다.
 
사실 팟캐스트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러니 인터넷 팟캐스트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김생민에 관한 검색을 해 보았다. 그의 어록까지 정리되어 있을 정도였다.
 
“껌은 누가 줄 때 먹는 음식이다. 저축과 재테크는 공기와 같다.
 
지금 저축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커피는 선배가 사줄 때 먹는 것이다.”
 
연예계의 자린고비로 정평이 난 줄은 알았지만,
 
그것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인터뷰 장소가 여의도 KBS 본관 앞 커피숍이었다.
 
문을 열고 커피숍에 들어서자 그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커피 주문대 바로 앞 간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었다. 취재기자와 함께였다.
 
테이블 위를 보니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다.
 
얄궂게도 그 순간 그의 어록이 떠올랐다.
 
“과연 저 커피를 누가 샀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나이로 볼 때 취재기자보다 그가 선배였다.
 
(돌아오며 취재기자에게 확인했다. 그가 산 커피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사진 찍을 공간이 문제였다.
 
커피 주문대와 탁자 사이가 1m 남짓이었다.
 
인터뷰 중에 사진을 찍는 것은 고사하고 셋이 앉을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달리할 것도 없으니 두 발치 떨어진 자리에 앉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운 좋게 1992년 데뷔했는데 무대 울렁증이 심했습니다.
 
그다음 해 KBS 봉숭아학당에 똘똘이 스머프 학생으로 출연했는데
 
6개월 동안 다 편집 당했습니다. 결국 삼진아웃 당한 거죠.
 
제가 못 웃겨서 경쟁에서 진 겁니다. 그러니까 저축을 한 겁니다.
 
곧 잘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재테크에 매달린 겁니다.”
 
짠한 사연인데 신난 듯 이야기했다.
 
지난 세월 주눅 들어 살다가 이제야 누군가를 웃길 수 있게 된 현실이
 
꿈만 같다고 했다.
 
방송인 김생민씨가 7월 14일 여의도 KBS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방송인 김생민씨가 7월 14일 여의도 KBS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인터뷰가 끝나고 바깥으로 나와 사진을 찍어야 했다.
 
나오자마자 그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아니 차를 왜 여기에다 주차하셨어요?”
 
야외 공용주차장에 주차된 취재 차량을 본 게다.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그가 말을 이었다.
 
“저기 KBS 주차장에 주차하시고 확인증 받으면 되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 아까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달리 ‘대세 짠돌이’가 아니었다.
 
방송국의 위성안테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의 이야기가 더 큰 울림이 되어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런데 그날의 바람이 몇 달 만에 실제 상황이 되었다.
 
팟캐스트 방송으로 시작해 공중파 파일럿 방송을 거쳐
 
‘김생민의 영수증’이 정규 편성이 된 게다.
 
정규 편성 소식을 듣고 그날 그가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굳은살 법칙인지, 매일 힘드니까 언젠가 안 힘들더라고요. 매일 부러우니까,
 
아무도 안 부럽게 되더라고요. 가난했던 시절은 하늘이 준 축복이었습니다.”
 
 26일 오전 10시30분 KBS2TV, 첫 방송이다.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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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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