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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나보다 남의 얘길 노래하고파

중앙일보 2017.11.23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가수 박기영이 17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박기영이 17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3일 수능날까지 99년생은 저주에 괴로워했다. 신종플루·메르스 등으로 수학여행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지진으로 수능까지 연기된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은 무엇일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아닐까. 가수 박기영(40·사진)이 ‘취.준.생’을 들고 돌아왔다. 남들만큼 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막상 대학 생활을 마치고 나니 어디를 가도 모자란다고 말하는 벽 앞에 선 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 위함이다.
 
‘취.준.생’은 부산에 사는 박화연씨의 사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것이다.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박기영은 “예전엔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데 더 집중하게 됐다”며 “제 이야기가 곧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고, 그게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이야기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여 최근 그가 들고나온 이야기들은 내밀하면서도 보편적이다. 자식에게 ‘하얀 거짓말’을 한 부모의 이야기(‘거짓말’) 등 사연을 기반으로 한 만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실 저도 ‘경단녀(경력단절여성)’잖아요.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지난해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니 비로소 곡을 만들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매달 신곡을 내는 ‘월간 윤종신’까진 아니더라도 계절에 한 곡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사계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여봤어요.”
 
지난 4월 서울 성산동에서 라이브앨범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라이브’를 진행하며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총 8회 공연마다 30명의 관객을 초대해 가수와 연주자, 관객 모두가 헤드폰을 착용하고 소리를 함께 느꼈다. 라이브 앨범이라 관객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사운드가 달라졌다. 여기서 관객들의 사연을 받아 곡으로 만든 것이 ‘사계 프로젝트’의 시작. ‘취.준.생’도 그렇게 탄생했다. “공간이라는 게 사람이 얼마나 차느냐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지더라고요. 앞으로도 봄에는 공연을 하고 여름에는 라이브 음반을 내면서 그 곡들을 사계에 맞춰 발표해보고 싶어요.”
 
‘오페라 스타’ ‘불후의 명곡’ 등 경연 프로그램의 여제로 떠오른 그는 지난해 5월 ‘배반의 장미’를 준비하며 만난 탱고 마에스트로 한걸음(41)과 지난달 재혼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연말 콘서트 준비로 바빠 신혼여행도 다녀오지 못한 그는 “아무래도 남편을 만나고 나서 탱고나 누에보 등 새로운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20주년에 맞춰 월드뮤직이나 크로스오버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기영은 25일 서울 상명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30일에는 조성모(여수)와, 31일에는 이현우(대구)와 합동 공연을 갖는다.
 
글=민경원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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