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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암호화폐 시장은 ‘와일드 웨스트’…묻지마 투자는 맨몸으로 전쟁터 뛰어드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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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중앙일보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의 어쩌다 투자]“암호화폐 시장은 ‘와일드 웨스트’…묻지마 투자는 맨몸으로 전쟁터 뛰어드는 격”

중앙일보 2017.11.20 08:55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를 돌파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9일(현지시간) 장중 8101.91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이더리움은 350달러를 돌파, 지난 6월 중순 기록한 400달러선에 근접해 가고 있다. 시가총액 7위와 9위 암호화폐 대시와 모네로는 각각 지난 12일과 13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2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버 다운 사태로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드러났지만, 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20일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374억 달러(약 260조원)에 육박했다. 연초 177억 달러(약 19조5000억원)에서 12배 넘게 시장이 커졌다.  
 
심지어 비트코인 옵션 거래소 레저X는 2018년 12월 30일에 비트코인을 1만 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옵션 상품을 18일 출시했다. 현재 이 옵션의 가격은 2250.25달러다. 2018년 12월 30일에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에 못 미치면 옵션을 그냥 포기하면 되는 구조다. 곧, 2250.25달러라는 옵션 가격은 비트코인이 1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대박 신화를 꿈꾸면서 암호화폐 시장으로 연일 투자자들이 유입된다. 빗썸 서버 다운 사태는 되레 암호화폐 시장을 일반인들에게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캐시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런 홍역을 치렀는데도 빗썸의 하루 거래량은 1조원이 넘는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이 “허가받지 않는 도박장”(금융감독원 관계자)으로 여기는 수준의 시장이다 보니 가격 조작 ‘세력’이 개입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의 가격 급등락이 벌어진다. 12일 비트코인캐시는 서버 다운 직전까지 24시간 기준으로 180%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서버 다운 이후에는 (직후 25만원까지 밀린 플래시 크래시(순간 폭락)를 빼더라도) 115만원까지 60% 가까이 떨어졌다. 급등과 급락이 불과 이틀 새 벌어졌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펌프 앤 덤프’ 사기를 이미지화. 출처: 코인텔레그래프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펌프 앤 덤프’ 사기를 이미지화. 출처: 코인텔레그래프

 
“글로벌에서 거래되다 보니 가격 조작이 어렵다”(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설명처럼 정말 암호화폐 시장은 정말 가격 조작이 어려울까. 24시간 365일 거래되고, 투기 심리를 제어하는 장치(사이드카ㆍ서킷브레이크 등)도 없고,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없다. 가격 조작이 더 쉬운 요건을 갖췄다. 과연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은 공정하게 형성됐을까.
 
◇암호화폐 시장은 ‘와일드 웨스트’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가격 조작 사기(스캠) 수법인, 일명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를 집중 조명했다. 펌프 앤 덤프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허위로 유포시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이를 팔아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불공정 거래를 의미한다. ‘펌프’질을 하듯 주가를 띄운 뒤, 추격 매수한 개인 투자자(일명 개미)들에게 팔아 치워(덤프)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정부 당국의 규제를 받는 공인된 주식시장 등에서 펌프 앤 덤프는 엄연한 사기다. 주가 조작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규제를 받지 않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펌프 앤 덤프식 가격 조작에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게 BI의 설명이다.
 
BI는 2주간 암호화폐 시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UBQㆍV캐시ㆍ칠코인ㆍ마지코인ㆍ인도스(Insorde) 등 5개 코인에서 명백한 펌프 앤 덤프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작은 익명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줬다. 이 매체가 추적한 ‘펌킹스 커뮤니티’라는 대화방은 ‘톤 몬타나’라는 방장이 운영한다. 참여자가 1만4000명이 넘는다. 톤 몬타나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스카페이스>에 등장하는 마약 거래상 주인공 이름과 같다.
 
펌프 앤 덤프’ 가격 조작의 실행 방법. 1)방장이 텔레그램 방에 거래소(요빗)와 시간을 정해준다. 2)예정된 시간이 되면 대상 코인(인도스, IND)을 공개하고 ‘펌프’가 시작된다. 3)참여자들은 코인을 비싼 가격에 떠넘길(덤프) 만한 신규 매수자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모집한다.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펌프 앤 덤프’ 가격 조작의 실행 방법. 1)방장이 텔레그램 방에 거래소(요빗)와 시간을 정해준다. 2)예정된 시간이 되면 대상 코인(인도스, IND)을 공개하고 ‘펌프’가 시작된다. 3)참여자들은 코인을 비싼 가격에 떠넘길(덤프) 만한 신규 매수자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모집한다.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대상은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암호화폐(코인)다. 방장이 코인을 매수해야 할 시간과 이용해야 할 거래소를 알리고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시간이 되면 코인 이름을 공개하고 매집이 시작된다. 순간 가격이 오른다. 이어 각자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코인이 유망하다,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순간 가격이 오르면 다른 매수세가 유입된다. 초기 펌핑에 가담했던 세력들은 코인을 팔아 이득을 취한다. 코인은 대개 첫 번째 상승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펌핑 이전 수준으로 급락하고, 두 번째 매수 대열에 동참한 개인들은 큰 손실을 본다.  
 
이런 종류의 사기는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실제 모델인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주식시장에서 써먹었던 수법과 똑같다. 그는 주가조작 혐의로 22개월 형을 살았다. 그런 그조차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자금 모집 행위(ICO)에 대해 “거대한 사기”라며 “내가 했던 짓보다 훨씬 나쁜 짓”이라고 경고했다.  
 
BI는 영국 로펌 RPC의 벤 예이츠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지금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 조작과 허위 매매는 거의 사기의 ‘교과서(textbook)’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이 매체는 “암호화폐 시장의 펌프 앤 덤프 사기는 트레이더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 활동하는 암호화폐 트레이더인 압둘콰디르파리디는 지난 7월 자신의 블로그에 “펌프 앤 덤프 사기로 얻는 이득은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이나 (펌프 결과로 암호화폐를) 비싸게 사는 사람들의 돈을 강탈해 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엄연히 있는데 거래소도, 금융당국도 책임이 없다. 펌프 앤 덤프 사기를 유발하는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거래소는 미국 거래소인 비트렉스나 러시아 거래소인 요빗이다. 두 곳 모두 펌프 앤 덤프 사기가 벌어지는 걸 인지하고 있냐는 BI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비트렉스는 특히 미국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으로부터 비트코인 거래소 인가(비트라이센스)를 받은 거래소다. 그러나 영업허가를 내준NYDFS 역시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가격 조작을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조사할 것인지 등의 여부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매일 사기 행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현행법상 불법도 아니며, 이를 단속할 만한 주체도 없는 실정이다.
 
◇빗썸 서버 사태 촉발도 ‘펌프 앤 덤프’ 사기?
BI는 해외 개별 세력들의 메신저 대화방을 활용한 가격 조작을 언급했지만, 지난 12일 빗썸 서버 다운 사태의 이면에는 더 큰 세력의 펌프 앤 덤프가 있었다는 가설이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시물이 ‘lunatik’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가 서울대 커뮤니티(snulife)에 올린 분석글이다. 그가 근거로 제시한 건 익명으로 문서를 공유하는 ‘페이스트빈’에 올라온 일종이 찌라시다. 
서울대 커뮤니티(snulife)에 올라온 비트코인캐시 사태 분석 글. 출처: 머니넷(서울대 커뮤니티가 회원만 볼 수 있어 글을 퍼온 사이트에서 캡쳐)

서울대 커뮤니티(snulife)에 올라온 비트코인캐시 사태 분석 글. 출처: 머니넷(서울대 커뮤니티가 회원만 볼 수 있어 글을 퍼온 사이트에서 캡쳐)

 
7월 30일, 첫 번째 비트코인 하드포크 직전에 올라온 이 글에는 “양심상 투자자들에게 경고한다”며 “내부자 정보(back room channel)로 들은 걸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지한(세계 최대 채굴업체인 비트메인 대표) 등을 비롯한 채굴 세력(주로 중국 채굴업자들)이 비트코인을 팔아 가격을 떨어트린다. 대신 그 돈으로 비트코인캐시를 사서 가격을 올린다.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올라가면 채산성이 높아져 채굴 세력이 비트코인을 버리고 비트코인캐시로 옮겨 간다. 여기에 11월 예정된 세그윗2X를 취소해, 비트코인캐시가 더 진화한 진짜 비트코인처럼 보이게 한다. 중국계 거래소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캐시 거래를 활발하게 한다. 비트코인캐시를 이용하는 쪽이 많아지면서 비트코인캐시를 비트코인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2013년 마운트곡스 사태(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 사태) 때 1000달러 하던 비트코인이 70달러까지 갔다.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 것이다. 그때와 다른 점은 이번엔 회복은 없다. 행운을 빈다.” 
 
비트코인캐시 펌프를 알리는 페이스트빈 글. 출처: 페이스트빈

비트코인캐시 펌프를 알리는 페이스트빈 글. 출처: 페이스트빈

노스트라다무스적 예언처럼 일련의 일들이 실제 일어났다. 세그윗2X는 취소됐고, 비트코인계의 예수라는 로저 버는 지난달 자신이 운영하는 비트코인닷컴이라는 사이트에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이다”라고 선언했다. 비트코인 블록 사이즈 확대를 연구해 온 개발자 진영인 ‘비트코인 클래식’ 측도 지난 9일 홈페이지에 “비트코인캐시가 진정한 사토시 정신을 구현했다”며 “비트코인 클래식 활동은 6개월 안에 종료하고 내년 5월부터는비트코인캐시를 비트코인으로 부르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lunatik은 이런 거대 세력의 그림 하에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조작, 급등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지한의 자금이 세계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빗썸에 들어왔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더해 일부에서는 빗썸 서버 다운을 디도스 공격 때문으로 의심한다. 비트코인캐시 가격 급등으로 비트코인의 지위를 위협받을까 우려한 비트코인 사수 진영이, 비트코인캐시 가격 펌핑을 주도하는 우지한의 본진인 빗썸을 디도스 공격을 통해 다운시켰다는 주장이다. 한 보안업체 전문가는 “이용자 폭주와 디도스 공격은 원리상 같다”며 “서버 다운 시점에 전형적인 디도스 공격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빗썸 측은 이에 대해 “디도스 공격은 없었다”고 밝혔다.
 
빗썸 서버 다운으로 정상 홈페이지가 아닌 ‘배드 게이트웨이’라는 화면이 뜬다. 하단에는 클라우드 플레이라는 서비스명이 보인다. 한 보안 전문가(사진 제공)는 ’실제 서버 위치 숨기면서 접속 페이지 부하를 분산 시키거나 디도스 공격 당했을 때 주소 전환 쉽게 사용하는 데 많이 쓰는 것“이라며 ’이밖에 빗썸의 정상 페이지는 p102였는데 중간에 메인 주소가 심플 등 여러 번 전환됐다“고 말했다.

빗썸 서버 다운으로 정상 홈페이지가 아닌 ‘배드 게이트웨이’라는 화면이 뜬다. 하단에는 클라우드 플레이라는 서비스명이 보인다. 한 보안 전문가(사진 제공)는 ’실제 서버 위치 숨기면서 접속 페이지 부하를 분산 시키거나 디도스 공격 당했을 때 주소 전환 쉽게 사용하는 데 많이 쓰는 것“이라며 ’이밖에 빗썸의 정상 페이지는 p102였는데 중간에 메인 주소가 심플 등 여러 번 전환됐다“고 말했다.

 
모든 일련의 문제는 메신저 대화방(단톡방)을 통하건, 거대 세력에 의한 가격 조작이건 간에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수단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부자 거래가 있더라도 역시 적발이나 처벌은 불가능하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긴 하지만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빗썸 상장을 앞둔 암호화폐가 공식 발표도 전에 해외 거래소에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종종 벌어졌다. 내부자 거래가 의심되지만, ‘양심 고백’을 하지 않는 이상 사실로 밝혀내긴 어렵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 시장은 경찰력이 부재한 무법천지와 다를 바 없다”며 “이런 가격 조작이 공공연한 암호화폐 시장에 공부도 하지 않고 뛰어들어 단기간에 이득을 취하겠다는 건 전쟁터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이 아무리 커진다 해도 그렇게 뛰어들면 개인은 다치거나 결국 죽게 되는, 곧 돈만 털려 시장에서 쫓겨날 뿐”이라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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