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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대북제재 성공해야 한반도 위기서 빨리 탈출”

중앙일보 2017.11.20 01:00 종합 28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 6개월 … 꼬인 남북 관계 풀려면
문재인 정부 6개월간 안보와 남북 관계 이슈는 난제 중의 하나였다. 5월 10일 취임 직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드라이브는 절정을 치달았고 한반도 위기지수를 고조시켰다. 남북 관계는 파국을 맞는 듯했다. 9월 중순부터 두 달 넘게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면서 변곡점을 맞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중·일 순방을 통해 북한 이슈가 미국의 관심사 중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지난 8일 한국 국회연설은 호평을 받았다. 북한을 ‘지옥’에 비유하며 비판해지만 과거에 언급했던 ‘분노와 화염’ ‘완전 파괴’ 등에서 상당히 수위를 낮춘 모습이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대북특사 파견을 계기로 북한이 대화 국면 탐색에 나설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변화가 한국 정부엔 기회일 수 있을지, 그리고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인 ‘리셋 코리아’ 통일분과 위원들이 지난 17일 머리를 맞댔다.
 
문재인 대통령 대북 제안

문재인 대통령 대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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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반도 위기와 남북 관계 교착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를 두고 분과위원들은 평가가 엇갈렸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는 “북핵 문제가 과거 정부 때 보다 나빠졌고 동시에 북·미 관계도 더 틀어졌는데 정부가 어려운 상황을 일단 피하자는 자세를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6개월이 지났으면 공약에서 제시한 구상들이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현 남북 관계를 “개문발차(開門發車)도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며 “지나친 기대보다 불발 시 대책과 시나리오를 만들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핵 문제가 워낙 큰 이슈가 되면서 정부가 초기 대처에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북핵의 흐름이 조금 해결 국면으로 전환되면 남북 관계 개선의 여지가 생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영호 교수는 “북핵 위기가 전환되지 않고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지속론을, 김용현 교수는 “변화의 여지가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며 변화론을 제시하며 맞섰다.
 
김병연(서울대 교수) 분과장은 한·미 간의 엇박자를 우려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한국 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통일 등 거창한 말을 쉽게 하지만 정작 ‘북한이 붕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질문하면 대안이 없는 것에 의아해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 등의 과정에서 “미국과 불협화음을 줄일 수 있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를 더 강하고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대북제재가 잘될수록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분과 위원들 말말말

통일분과 위원들 말말말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분과위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제 민간의 역할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7월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사실상 거부한 상황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교류하기 쉽지 않으므로 민간 차원에서 교류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휴다임건축사사무소 사장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론을 제안했다. 이를 이 사장은 ‘선민후관(先民後官)’으로 표현했다. 그는 “정부는 남북 관계의 분위기 개선이나 물밑작업을 맡고 역량을 갖춘 민간이 앞장서 북한이 꼼짝없이 받을 수밖에 없는 의료 지원,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을 시도하면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눈높이에 맞춘 지원을 하자”고 덧붙였다.
 
정태용 연세대 교수는 민간 교류의 우회적인 접근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북·중, 북·러 접경 지역에서 남·북·중, 남·북·러가 환경 문제 등을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교류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박영호 교수는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북한에 입북료를 내면서 진행했던 민간 교류는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민간 교류는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지나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는 기다려야 하지만 민간은 북한이 당장 받지 않더라도 정부의 기본 원칙 내에서 계속 두드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남북 관계 개선의 큰 걸림돌인 북핵 문제에 대해 분과위원들의 심도 있는 토론도 있었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얘기하자고 하면 거부하므로 북핵 문제를 선반 위에 잠시 올려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혜영 민주평통 서울지역회의 사회복지분과 간사는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기생충 감염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은 중단 없이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교수는 “북핵 문제에서 한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없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문 대통령의 입장 차이가 쉽지 않겠지만 제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북핵을 비롯해 통일 문제는 한·미·중 협력을 만들지 못하면 해결하기 어려우니 한국은 최대공약수를 찾으려는 중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윗줄 왼쪽부터 김병연 분과장, 김근식, 김용현, 김혜영, 아랫줄 왼쪽부터 박영호, 이종석, 정태용.

윗줄 왼쪽부터 김병연 분과장, 김근식, 김용현, 김혜영, 아랫줄 왼쪽부터 박영호, 이종석, 정태용.

이날 토론에서 남북 문제의 특수성이 도마에 올랐다. 정태용 교수는 “정부는 남북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인도적 지원마저 남북 문제의 범주로 포함시킨다. 인도적 지원은 인류 보편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시리아 등 전쟁을 하는 나라들에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대북 지원을 하면 희석되는데 남북 문제로만 접근하려다 보니 본전도 못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과위원들은 정부에 대한 조언도 쏟아냈다. 김용현 교수는 “통일부가 적극적이면 대통령이 보수의 반발이 있더라도 인도적 지원 등을 ‘그대로 가’라고 할 텐데 소극적이면 대통령이 거기까지 신경을 못 쓴다”며 통일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김병연 교수는 “북한 문제는 외교·군사·경제 등 모든 것이 포함돼 있어 모든 판을 읽고 따져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코디네이터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통일전문기자) 소장,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전민경·권예솔 인턴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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