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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무덤 '로드킬'…동물도, 사람도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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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부장) kang.chansu@joongang.co.kr

도로 위 무덤 '로드킬'…동물도, 사람도 아찔

중앙일보 2017.11.18 06:54
동물도, 사람도 위험한 로드킬(Road-Kill)

로드킬로 희생된 꿩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

로드킬로 희생된 꿩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

지난 9일 새벽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에서는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고라니 때문에 사람이 죽고 다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고라니를 발견한 택시가 서행하는 사이 뒤에서 승용차가 추돌하면서 접촉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차에서 내려 차량 파손 상태를 살펴보던 두 운전자는 각기 다른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 승용차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지난 2008년 10월 충남 홍성군의 도로에서는 산악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갑자기 나타난 야생동물을 피하려다 전복됐다. 승객 한 명이 숨지고, 2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9일 강원 태백시 창죽동 국도 35호선 도로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로드킬 당한 채 발견됐다.[연합뉴스]

지난 7월 29일 강원 태백시 창죽동 국도 35호선 도로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로드킬 당한 채 발견됐다.[연합뉴스]

사체 먹는 동물들 2차 로드킬에 희생 
도로에 뛰어든 동물은 자동차로 인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 역시 동물로 인해 위험에 빠지게 된다.
로드킬(Road-Kill)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로드킬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야생 동물이 치여 숨지는 사고를 말한다.

고라니·다람쥐 같은 포유류, 도로를 횡단하는 개구리·두꺼비·뱀 같은 양서·파충류는 물론, 날아다니는 새나 곤충도 로드킬을 당할 수 있다.
도시에서도 로드킬은 발생한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피해자다.
또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먹기 위해 접근한 동물이 또다시 로드킬의 피해를 보는 ‘2차 로드킬’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 12월 충남 지역에서는 로드킬 당한 고라니 사체를 먹으려던 독수리가 달리는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로드킬은 또 차량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고속도로의 경우 로드킬로 인한 사고가 2012년에만 14건이 발생, 2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다쳤다.
영동고속도로 문막나들목에서 발견된 고라니 사체 [중앙포토]

영동고속도로 문막나들목에서 발견된 고라니 사체 [중앙포토]

연간 100만 건 넘는다는 추정도 

국내에서는 로드킬이 얼마나 발생할까.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의 경우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다.
2010년 2069마리에서 2011년 2307마리, 2012년 2360마리, 2013년 2188마리, 2014년 2039마리, 2015년 2545마리, 2016년 2247마리 등으로 해마다 2000마리 이상 희생되고 있다.
일반 국도나 지방도에서 발생하는 것도 연간 1000마리가 넘는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2014년 1179마리, 2015년 1249마리, 2016년 1251마리 등이다.
이 같은 숫자도 로드킬에 희생된 모든 동물을 다 포함한 것이 아니다.
작은 도로에서 발생한 것은 파악이 되지 않는 데다 고속도로 등에서도 보통 큰 동물 위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식지와 번식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수십~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생명을 잃는 개구리나 두꺼비는 집계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로드킬을 체계적으로 집계할 경우 연간 수만 건, 혹은 100만 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 고속도로의 길이가 4200여㎞로 국내 전체 도로 10만7500여㎞의 4% 수준이란 게 그 이유다.
당장 서울에서만 한 해 대략 5000마리의 고양이가 로드킬 당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에서는 큰 동물과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만 연간 10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연간 80억 달러(약 8조8000억원)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노루 [중앙포토]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노루 [중앙포토]

도로 늘어나면서 로드킬도 증가
로드킬이 늘어나는 것은 도로가 늘어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한국의 국토면적 대비 도로면적의 비율은 1.06%로 독일 1.8%나 영국 1.73%보다는 낮지만, 미국 0.68%나 일본의 0.91%보다는 높은 편이다.

고속도로도 매년 100㎞씩 늘어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동물이 훨씬 더 피하기 어렵고, 사람도 동물을 발견해도 피하기 어렵다.
고속도로 구간 중에서도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 있다.

새로 생긴 고속도로다.
사람도, 동물도 익숙하지 않은 길인 데다 로드킬을 방지할 시설도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들아 7월 말까지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이 모두 1294건인데, 중부선이 1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선이 147마리, 당진대전선이 146마리 순이었다”고 밝혔다.

국감에서 이 의원은 ‘전국 로드킬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3년 중앙일보에서도 로드킬 지도를 작성, 보도한 적이 있다.
이용득 의원이 공개한 로드킬 발생 지도 [자료 이용득 의원실]

이용득 의원이 공개한 로드킬 발생 지도 [자료 이용득 의원실]

당시에는 대전~통영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에서 로드킬이 많이 발생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금산나들목~인삼랜드휴게소 5㎞ 구간에서는 2012년에만 고라니 등 39마리의 동물이 차량에 희생됐다. 열흘에 한 마리가 넘는 꼴이다.
2013년 중앙일보가 작성한 로드킬 지도와 관련 통계

2013년 중앙일보가 작성한 로드킬 지도와 관련 통계

전문가들은 처음 도로를 설계할 때부터 로드킬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고, 좁은 국토에 불필요한 도로를 이중 삼중으로 건설하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로드킬 희생이 많은 고라니 [중앙포토]

로드킬 희생이 많은 고라니 [중앙포토]

5, 6월엔 어린 고라니 피해 집중
로드킬에 희생되는 동물 중에서는 단연 고라니가 눈에 띈다.
지난 2010년 고속도로에서 희생된 고라니가 1739마리였지만 2011년에는 1914마리, 2012년 1996마리, 2013년 1939마리, 2014년 1824마리나 됐다.
고속도로 외에 국도와 지방도까지 포함하면 고라니 자체만으로 매년 수만 마리씩 희생된다고 추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고라니 희생이 늘어나는 것은 포식동물이 사라지면서 개체 수 자체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전국 구릉지에서 조사한 고라니 숫자는 지난 2006년 100㏊당 5.3마리였는데, 2016년에는 8마리로 늘어났다.
산악지역에서도 지난 2006년 100㏊당 6.4마리에서 2016년 8.3마리로 늘어났다.
로드킬 발생은 동물의 습성과도 관련이 있다.

풀이 잘 자란 초원을 좋아하는 고라니는 나무가 많은 산악지역을 벗어나 먹이가 많은 구릉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을 당한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경우 5~6월에 로드킬이 많이 발생한다.
고라니는 어미가 봄철에 새끼를 낳으면 그 1년 전에 태어난 새끼는 독립을 해야 하고, 이제 막 돌이 지난 새끼가 혼자 돌아다니다 도로로 들어서는 경우도 많다.
영역 다툼에서 쫓겨난 고라니나 멧돼지 등이 마을 근처나 도로에 내려왔다가 로드킬을 당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가 2012~2016년 일반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 발생 건수를 월별로 분류한 결과, 5월이 791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6월 6034건, 4월 4158건, 10월 3948건, 11월 3567건 등의 순이었다.

영동고속도로 원주 나들목애서 발견된 고라니 사체 [중앙포토]

영동고속도로 원주 나들목애서 발견된 고라니 사체 [중앙포토]

하루 중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은 새벽 시간이었다.

고라니는 동작이 빠른 편이지만 야간에 불빛에 노출되면 2~3초 동안 멈추는 습성이 있어 차량에 희생된다.

또 차량을 보면 놀라서 뛰다가 오히려 차 앞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야생동물이 일단 도로에 들어서면 가드레일 등에 막혀 탈출이 어렵다.

양서류 같은 경우 도로변 배수구에 빠지면 다시 올라오지 못해 그 속에서 죽는 경우도 많다.  
새들의 경우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 도로에 떨어져 로드킬을 당할 수도 있다.
로드킬에 멸종위기종까지 희생되면서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환경부가 이용득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에서 로드킬을 당한 멸종위기종은 총 45마리였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물 II 급인 삵이 33마리로 가장 많았다.
또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 동물 I급인 수달이 5마리로 그 뒤를 이었다.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합산을 하면 전국에서 104마리의 삵, 16마리의 수달, 3마리의 담비가 희생됐다.
호남고속도로에 설치된 터널형 생태이동통로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

호남고속도로에 설치된 터널형 생태이동통로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

생태이동통로 제대로 설치해야

정부는 로드 킬을 예방하기 위해 생태이동통로나 유도 울타리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 로드킬 예방을 위해 정부는 또 야생동물 사고가 잦은 구간에서는 도로 전광표지를 설치하고 운전자들에게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생태 이동통로는 도로로 끊긴 생태계를 연결해 야생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치하는 시설물을 말한다. 도로 위를 지나는 육교형과 도로 아래를 지나는 터널형이 있다. 육교형은 나무를 심어 자연 숲과 비슷하게 꾸민다.

유도 울타리는 야생동물이 도로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도로를 따라 설치한 울타리를 말한다.
울타리를 따라가면 생태이동통로에 닿게 되고 야생동물은 도로를 횡단할 수 있다.

육교형 생태통로 [중앙포토]

육교형 생태통로 [중앙포토]

2015년 말 현재 전국에는 450개의 생태통로가 있다. 하지만 생태이동통로의 상당수는 위치나 구조 등이 잘못된 경우도 많다.

너무 좁거나 자동차 불빛에 그대로 노출돼 동물들이 이용을 꺼리기도 하고, 아예 사람들이 등산로로 차지한 경우도 있다.
야생동물이 생태통로를 실제로 이용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2014년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생태통로의 29.2%에만 모니터링이 가능한 센서 카메라나 족적판 등의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족적판은 나무 판에 모래 등을 깔아서 동물의 발자국이 찍히도록 하는 장치다.
전문가들은 생태통로를 아무 데나 만들 것이 아니라 로드킬 발생 위치를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표시하는 등 데이터 바탕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이 개발한 로드킬 방지 앱 [중앙포토]

녹색연합이 개발한 로드킬 방지 앱 [중앙포토]

운전자들의 예방 노력도 필요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야생동물이 출현하는 구간에서 규정 속도를 지키고,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도로에 동물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도 이를 피하려고 핸들을 급조작하거나 급정거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운전 중에 야생동물이 튀어나올 경우 급하게 핸들을 돌리거나 상향등을 사용하면 안된다.[중앙포토]

운전 중에 야생동물이 튀어나올 경우 급하게 핸들을 돌리거나 상향등을 사용하면 안된다.[중앙포토]

대신 경적을 울리면서 동물이 차를 피하도록 해야 한다.
상향등을 켜는 것은 금물이다. 상향등을 켜면 일시적인 시력장애로 인해 오히려 차량으로 달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이 운전하는 차에 치였거나 로드킬 당한 사체를 보게 되면 한국도로공사(1588-2504)나 지역콜센터(지역 번호 + 120)으로 전화로 신고하면 추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야생동물이 차에 치였을 때는 감염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직접 만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사고 발생 시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릴 때는 후속 차량으로 인한 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신고는 차에서 내려 가드레일 너머 도로 밖으로 나오는 등 최대한 안전을 확보한 다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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