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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멧돼지 쫓으랴, 아이와 놀아주랴...전원 단독주택의 '파수꾼' '힐링제' 견공들
안장원 기자 사진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멧돼지 쫓으랴, 아이와 놀아주랴...전원 단독주택의 '파수꾼' '힐링제' 견공들

중앙일보 2017.11.18 00:10
귀여워 보여도 멧돼지를 쫓아내는 용맹스런 우리 동네 개들이다. 가운데 개는 최근 눈 수술을 받았다. 왼쪽부터 풍산개, '믹스견', 골든 리트리버.

귀여워 보여도 멧돼지를 쫓아내는 용맹스런 우리 동네 개들이다. 가운데 개는 최근 눈 수술을 받았다. 왼쪽부터 풍산개, '믹스견', 골든 리트리버.

제가 사는 동네에 데시벨이 높지만 귀 아픈 소음이라기보다 친숙한 소리가 있습니다. 개 짖는 소리입니다. 동네 사람끼리 서로 호칭할 때 대개 당사자나 자녀 이름을 쓰잖아요. ‘00씨’라든지 ‘00 아빠’ ‘00 엄마’라고 말이죠. 이곳에선 사람보다 개 이름을 많이 갖다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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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개 이름이 ‘콩’이다 보니 전 ‘콩이 아빠’가 되고 제 아내는 ‘콩이 엄마’입니다. 제 가족은 ‘콩이네’고요. 얼마 전 이사 온 젊은 가수 부부네 개 이름은 반달입니다.  이들은 ‘반달 아빠’ ‘반달 엄마’가 되는 셈이네요. 그러다 보니 정작 사람 이름은 잘 모릅니다.
 
누군가 전원 단독주택 생활의 재미를 두 가지로 압축해 정리하더군요. 불 피우기(바비큐)와 개 키우기라고.
 
개는 전원 단독주택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동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 한 집에 한두 마리씩 기릅니다.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작고 귀여운 애완견보다 집 밖에서 사는 큰 개들입니다.    
 
사람 이름보다 개 이름이 친숙 
 
콩·나물·보리·산·산중·다원·또또·몽실·반달·하늘…    
 
제 주변 개들 이름입니다. 모두 한글이네요. 콩과 나물이 우리 집 개입니다.  
 
콩이 먼저 왔습니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한 달쯤 지난 2015년 9월 가족회의에서 개를 키우기로 결정됐습니다. 단독주택이어서 개를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갖췄고 아이들도 원했습니다. 개가 필요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개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먼저 떠오른 게 진돗개였습니다. 개를 키워야 하는 이유를 고려해 그보단 좀 더 무서운 개를 궁리하다 풍산개를 생각해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풍산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농장을 찾아 태어난 지 2개월 된 하얀 강아지를 샀습니다. 주인은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고 방북해 풍산개를 데려왔다며 방북 허가서를 보여줬습니다. 
 
우리 가족이 지은 콩의 첫 이름은 ‘백돌’이었습니다.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온 다음 날, 낮에 아내가 강아지를 옆에 풀어두고 텃밭을 손보았습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강아지가 사라졌습니다.  
 
3~4시간 동안 주변을 수색한 끝에 다른 집 한쪽 구성에 웅크리고 있던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아내가 강아지를 들어 올리고는 “콩만 한 게 어디 갔었냐”고 하면서 이름이 콩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물은 지난 8월 여름 휴가 때 전북 남원오일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할머니가 팔러 나온 강아지 한 마리가 양파망에 들어 있었습니다. 시골 ‘믹스견’이었는데 귀가 쫑긋하고 눈이 말똥말똥한 게 사슴을 닮았습니다.  
 
남원 출신이어서 이름을 ‘남원’으로 하려다 콩과 붙여 부르기 좋아 나물로 확정됐습니다. 콩나물.
멧돼지와 전쟁



이 동네에서 개가 꼭 필요한 이유는 멧돼지 때문입니다. 이 동네에는 멧돼지 출몰이 잦습니다. 북한산에서 먹이를 구하러 내려오죠. 
 
야생동물 먹잇감이 떨어지는 겨울엔 ‘멧돼지와 전쟁’입니다. 대략 어두워진 자 얼마 되지 않은 초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돌아다닙니다. 
 
멧돼지는 대개 혼자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같이 움직입니다. 뿌리식물을 좋아해 배추·토마토 등은 건드리지 않고 땅을 파서 고구마·돼지감자 등을 먹습니다. 멋모르고 고구마 같은 걸 키웠다간 텃밭이 멧돼지 놀이터가 돼 쑥대밭으로 변하기 일쑤입니다. 
 
불과 눈앞에서 4~5m 거리를 두고 멧돼지를 본 적도 있습니다. 울타리가 있어 사람을 해칠 위험은 없지만요. 동네 개천에서 목욕하기도 합니다.  

 
하도 멧돼지가 많이 나와 포수가 와서 사냥한 적도 있습니다. 인근 북한산 안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설치해둔 멧돼지포획틀에 멧돼지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개들은 멧돼지를 쫓고 민가를 지키는 ‘파수꾼’인 셈입니다.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대면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멧돼지들이 포위하듯 동네로 내려오고 개들이 일제히 짖어댑니다. 달밤에 개 짖는 소리에 멧돼지 걱정 없이 안전하게 잠자리에 듭니다.  
개들이 묶여 있고 멧돼지가 개를 공격하지는 않아 개와 멧돼지가 맞붙은 일은 없습니다.  

 
개가 가족의 일원이 되는 데는 아픔이 따르나 봅니다. 애완견과 마찬가지로 밖에서 키우는 큰 개들도 각종 병에 시달립니다. 야생이다 보니 더 그럴 수도 있고요. 보험이 되지 않아 비용이 만만찮기도 하죠. 
 
콩이 온 지 한 달쯤부터 앞다리를 절기 시작했습니다. 발목 부분이 눈에 띄게 휘었습니다. 다리가 부러져서 절뚝거리듯 말이죠.  
 
인근 동물병원엘 가서 X-레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었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동물병원도 같은 진단이었습니다.  
 
어린 강아지에 칼을 댈 자신이 없어 주변에 물어보다 큰 개를 많이 다루는 동물병원을 소개받아 먼 길을 달려갔습니다. 대형견에 나타나는 구루병이라고 하더군요. 몸 성장 속도에 비해 뼈가 덜 단단해서 그런다고요. 다행히 수술 없이 약물치료로 완쾌됐습니다.
 
한 달 전부터 나물의 오른쪽 눈이 벌겋게 충혈됐습니다. 눈동자에 물집처럼 뭔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동물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고 진단한 결과 파리로 옮기는 안충이 눈에 들어갔고 눈물샘이 튀어나왔다고 하더군요. 수술해야 한다고. 전신마취를 해 1시간가량 수술을 했습니다.   
개도 강아지 때는 사람처럼 등을 대고 누워 자곤 한다. 지난해 말 이웃집 개가 낳은 새끼가 다 자라 '엄마'를 쏙 빼닮았다(우측 사진 속 오른쪽 개가 새끼)

개도 강아지 때는 사람처럼 등을 대고 누워 자곤 한다. 지난해 말 이웃집 개가 낳은 새끼가 다 자라 '엄마'를 쏙 빼닮았다(우측 사진 속 오른쪽 개가 새끼)

전원 단독주택에서 개를 키우며 살다 보니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개 출산입니다.  
 
이 동네에서 개가 임신을 하는 방법은 ‘자유 연애’ ‘약혼’ ‘정략결혼’입니다. 개들이 모두 안전하게 묶여 있고 주인들이 다른 종을 원치 않아 자유 연애는 금지사항입니다.  
 
저희와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이 키우는 보리가 약혼으로 출산한 경우입니다. 지인이 키우는 같은 종의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만났죠.  
 
출산과 뒤처리를 직접 마무리  
 
개 임신 기간은 3개월쯤입니다. 개는 본능적으로 혼자 새끼를 낳고 뒤처리를 합니다. 이빨로 탯줄을 끊고 태반은 먹어 치웁니다. 혀로 핥아 목욕을 시킵니다.  
 
지난 6월 초 늦은 밤, 보리의 출산이 다가올 무렵, 집 뒤에서 뭔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려가 보니 풀 속에서 새끼를 낳고 있었습니다.  
 
개는 새끼를 낳는 모습이 들키면 새끼를 물어 죽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뜻 가까이 갈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보리와 친한 아내가 앞장서서 곁으로 다가갔는데 보리가 아주 힘겨워하고 있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그 옆에서 갓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한 새끼 3마리가 칭얼거리고 있었죠.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직 날씨가 쌀쌀하고 풀숲에서 새끼를 낳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집 안으로 옮겼습니다. 이불을 가져다 어미와 새끼들을 감싸 안았습니다. 보리가 30kg이 넘는 대형견인 데다 출산으로 힘이 빠져 더 무거웠습니다.  
 
급한 대로 화장실을 하나 비워 분만실을 만들었습니다. 보리 아빠와 보리 엄마는 물을 데우고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새끼들을 받았습니다. 산파였죠. 물론 아내는 산파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선뜻 나섰습니다.  
 
한두 마리는 호흡하지 못해 아내가 직접 입으로 새끼 코의 이물질을 빨아내고 인공호흡을 해 살려냈습니다.
 
보리는 그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거의 10시간에 걸쳐 8마리를 낳았습니다. 큰 개여서 다산을 했습니다. 다행히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보리가 갓 태어난 새끼를 돌보는 걸 보면서 동물에서도 대단한 ‘모정’을 느꼈습니다. 출산 때 처리도 그렇지만 새끼는 용변을 잘 못 보는데 보리가 혀로 새끼들의 배를 핥아주니 새끼들이 볼일을 보더군요. 배설물도 먹어 치우며 깔끔하게 뒷정리를 하더군요.  
 
8마리 가운데 7마리는 다른 곳으로 가고 한 마리가 남았습니다. 지금은 태어난 지 5개월 좀 더 지났는데 벌써 ‘엄마’만 합니다.  
 
요즘도 보리는 아내가 눈을 마주치며 쓰다듬어 주면 무척 좋아합니다.
 
어릴 적 시골이나 도시의 단독주택에 살면서 개와 지냈던 기억을 가진 어른이 많이 있을 겁니다. 개는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친구들과 놀기 어려운 요즘, 개는 친구 역할까지 합니다.
 
아이가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다들 학원에 다녀서 그렇다는군요. 이 동네에서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 같이 놀지 못합니다.  
 
개 키우러 전원 단독주택 찾아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개와 뒷산에서 놀기 일쑤입니다. 개들이 덩치가 비슷해서인지 어른보다 아이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같이 뛰어다니기도 하고 개들이 공을 던지면 물고 오는 것을 좋아해 공놀이도 합니다.  
 
새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봤고 함께 놀면서 아이들의 교감과 소통 능력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때마다 밥과 물을 챙겨 주고 청소를 하면서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둘째 아들이 개와 실컷 놀고는 피곤한지 개를 껴안고 쉬고 있다.

둘째 아들이 개와 실컷 놀고는 피곤한지 개를 껴안고 쉬고 있다.

무뚝뚝하던 고등학생 큰 애도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저에게도 개는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힐링제 ’입니다. 가끔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에 개들을 데리고 뒷산을 산책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보리 새끼가 모두 있을 때는 총 9마리를 데리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보리는 공을 좋아하는데 뒷산에 멀리 던지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물고 돌아옵니다. 자동차 경주나 경마 등의 속도감이 스트레스를 날려주듯 내달리는 개를 보면 속이 후련해집니다.  
 
동네에는 개를 키우기 위해 이사 온 사람도 있습니다. 퇴근하고 옷을 갈아입지 않고 양복을 입은 채 개와 산책하곤 합니다. 자녀에게 개와의 추억을 남겨주는 것만으로도 전원 단독주택 생활의 보람입니다. 
전원 단독주택 '로망',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 '현실'을 다뤄보겠습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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