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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은 어떻게 하루만에 28조원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중앙일보 2017.11.15 17:35
2009년 항저우. 중국의 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이벤트를 열었다. 11월 11일 솔로데이를 겨냥한 대규모 할인 행사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입점 업체들에게 초청장을 돌렸지만, 참여 의사를 밝혀온 곳은 단 35개뿐이었다. 거래액도 5000만 위안에 그쳤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7년 11월 11일 열린 솽스이 행사에서 28조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출처: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지난 2017년 11월 11일 열린 솽스이 행사에서 28조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출처: 알리바바]

이렇게 시작된 이 업체의 11월 11일 이벤트는 9년째를 맞았다. 올해에는 14만개가 넘는 브랜드와 전 세계 222개 국가의 소비자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하루(24일 사전 예약 기간 포함) 무려 28조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미국의 블랙프라이 데이와 아마존 프라임데이를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첫해인 2009년과 비교해 3000배 넘게 규모가 커진 셈이다.  
 
그렇다.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솽스이(11월 11일,双十一) 쇼핑 페스티벌. 그리고 이를 만들어 낸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에 대한 얘기다.
 
중국인들의 삶을 바꾸다
 
알리바바는 지난 1999년 마윈(马云)이라는 한 청년이 그의 친구들과 창업한 회사다. 마윈은 일찍이 중국 인터넷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의 크고 작은 상점들이 자신들이 만든 인터넷 공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면을 상상했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새로운 플랫폼이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발음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알리바바’로 이름을 정했다.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출처: 바이두 백과]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 [출처: 바이두 백과]

알리바바는 처음에는 B2B 사업에 주목했다. 온라인을 통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을 이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접근 방식이 조금 달랐다. 다른 B2B 서비스 회사들이 상위 5%의 대형 기업을 타깃으로 한 반면, 알리바바는 95%의 중소기업에 주목했다.  
 
"상어를 잡으려면 큰 부상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상어의 먹이인 새우를 장악하면 다치지 않고 상어를 잡을 수 있다"는 게 마윈의 생각이었다. 안정적인 수익보다는 불안하지만 작은 개체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규모의 힘'에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생각은 적중했다. 정보 비대칭(어디서 사고, 어디에 팔아야 하는지)으로 고민해 온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몰렸다. 2001년 12월 알리바바에 등록된 사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 
마윈 [출처: 바이두 백과]

마윈 [출처: 바이두 백과]

그리고 2003년, 마윈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미국 이베이의 오픈 마켓 모델을 모방한 C2C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宝)를 만들었다. 수수료는 무료. 중국의 돈 없는 청년들이 누구나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겠다던 마윈의 꿈이 4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타오바오가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다. 기업들과 달리 중국인 개인은 아직 서로의 신용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돈을 보낸다고 물건이 온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알리바바는 오랜 고민 끝에 해결책으로 알리페이라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내놨다. 알리바바의 가상 계좌가 중간에서 돈을 가지고 있다가 물건이 배송된 게 확인되면 송금을 해주는 에스크로 시스템이었다. 알리페이는 타오바오가 급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용 체계가 구축되자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일제히 이 저렴한 플랫폼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윈 [출처: 차이나랩]

마윈 [출처: 차이나랩]

타오바오의 성장으로 알리바바는 순식간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바탕으로, B2C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 해외 직구 서비스인 알리 익스프레스까지 잇따라 성공시켰다. 시장이 큰 만큼 먹을 것도 많았다. 알리바바는 현재 세계 최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8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용 중인 기술과 해결책들을 중국의 상황에 맞게 잘 가져다 썼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눈이 남들보다 빨랐을 뿐이다.
 
알리바바의 두 번째 도약, 빅데이터
 
알리바바는 한가지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알리페이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결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윈은 앞으로 여기서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바바의 두 번째 기회였다. 마윈은 지난 2009년 빅데이터 사업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알리윈을 전격 출범했다. 알리바바를 창업한지 딱 10년째가 되던 해다.
 
지난 2014년 마윈은 사내 회의에서 "향후 15년 알리바바의 미래는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 모든 업무를 데이터화하고, 모든 데이터를 업무화해야 한다. 그동안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쌓아온 경험들을 빅데이터로 전환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활용한 상거래 분석이 만들어 낼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였다.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출처: 바이두 백과]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출처: 바이두 백과]

시작은 금융이었다. 과거 중국에서 금융은 대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13억에 중국인들의 신용을 일일이 평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통해 발생하는 거래 데이터들이 기존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출시된 게 바로 모바일 신용평가 서비스 즈마신용(芝麻信用)이다. 알리바바는 현재 이 즈마신용 점수를 기반으로 일반인들에게 소액 대출, 보험, 인터넷 은행, 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이냐오는 지난 11월 11일 하루 7억건이 넘는 배송 주문을 처리했다. [출처: 차이나랩]

차이냐오는 지난 11월 11일 하루 7억건이 넘는 배송 주문을 처리했다. [출처: 차이나랩]

빅데이터의 힘은 물류에서도 빛났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3년 차이냐오(菜鸟)라는 이름의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차이냐오가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물류 데이터를 분석, 중국 전역의 택배 회사들에게 오더를 배분해 효율적으로 배송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목표는 중국 전 지역 24시간 내 배송이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차이냐오는 현재 매일 9조건의 물류 데이터를 처리해, 23만대의 택배차량과 170만명의 택배 요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상하이의 지역별 실시간 판매 현황을 보여주는 알리바바의 빅데이터 기술 [출처: 차이나랩]

상하이의 지역별 실시간 판매 현황을 보여주는 알리바바의 빅데이터 기술 [출처: 차이나랩]

지난 11월 11일 솽스이 당시 알리바바는 쏟아지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총동원했다. 인공지능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를 끌 상품을 예측, 이에 맞춰 재고를 늘리도록 했다. 동시에 챗봇을 통해 350만명이 넘는 고객을 응대했다. 알리바바의 강력한 빅데이터 처리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윈은 향후 인공지능 분야에 17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일찍이 주목한 빅데이터가 알리바바가 인공지능 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 연결통로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오프라인까지 삼킨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전체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하다. 여전히 80%의 소비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온라인에서 구축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시장까지 손에 넣겠다는 게 알리바바의 큰 그림인 듯하다.
알리바바의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기술 [출처: 차이나랩]

알리바바의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기술 [출처: 차이나랩]

알리바바는 지난 상반기 '링샤오퉁(零售通)'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디지털 소싱 플랫폼을 출범했다. 알리바바의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매장을 중국 전역에 600만개 이상 만드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실제로 지난 8월 링샤오퉁을 활용한 최초의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편의점 사업자는 알리바바가 지역 수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천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알리바바는 자사의 물류 창고와 배송 네트워크를 통해 편의점까지의 제품 공급을 책임져 준다.  
 
또한 사업자들이 원활하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소액 대출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말 그대로 점포 개설부터 최종 판매까지 지원해 주는 토털 솔루션이다.
알리바바의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기술 [출처: 차이나랩]

알리바바의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기술 [출처: 차이나랩]

상하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신선식품 매장 허마센성 역시 알리바바의 오프라인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허마센성은 매장 전체의 디지털화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  
 
허마센성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들은 3Km 이내 지역에 30분내로 배송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주문 및 결제가 통합되어 있어, 향후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조절하는 데 유리하다. 현재 상하이에 위치한 허마센성 매장들의 평균 월 매출은 3000만 위안을 넘어섰으며, 모바일 주문 비중도 50%를 돌파한 상태다.
 
알리바바는 이외에도 오프라인 판매상들에게 무인 계산대, 안면 인식 시스템, 인공지능 쇼룸 등 스마트 유통 인프라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마윈은 "온라인, 오프라인, 물류의 경계가 무너지는 새로운 유통(신소매,新零售)시스템의 시대"라고 말한다.  
 
알리바바의 이같은 오프라인 프로젝트들에도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바로 알리바바가 직접 오프라인 유통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들에게 알리바바의 기술, 인프라, 데이터를 개방해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마윈이 알리바바를 만들며 생각했던,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던 구상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나랩 이승환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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