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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시민군 직접 암매장했다" 계엄군 지휘관의 고백

중앙일보 2017.11.15 17:16
신순용 전 소령이 80년 5월 당시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이뤄진 시민군 암매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순용 전 소령이 80년 5월 당시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이뤄진 시민군 암매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0년 5월 당시 계엄군 동료들이 사살한 시민군들을 직접 암매장했습니다. 5·18에 대한 왜곡이 끝나고 역사가 바로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전직 군 지휘관이 "직접 시민군을 암매장했다"고 증언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0년 당시 특전사령부 3공수여단 11대대 4지역대장 출신인 신순용(69) 전 소령은 15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뒤 시민군을 암매장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5·18 당시 타 지역의 부대에서 근무하던 신 전 소령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80년 5월 20일 부대원들과 함께 광주에 도착했다.
 
신 전 소령은 "당시 우리 부대는 광주 동구 금남로 등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교통정리 등을 맡았다"며 "경계 작전을 위해 광주교도소에 배치된 것은 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이뤄진 21일의 다음 날인 22일"이라고 말했다.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발굴 작업. 프리랜서 장정필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발굴 작업. 프리랜서 장정필

당시 신 전 소령 등 부대원들은 광주교도소 담장 인근에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 작전을 했다고 한다. 신 전 소령은 "광주교도소에 배치된 첫날 점심 무렵 인근 도로에서 '드드드드'하는 기관총 소리가 나길래 쳐다봤더니 시민군 3명이 총을 장착한 트럭을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상부 명령을 받은 다른 부대원이 시민군들을 사살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시민군들이 사살되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부하들과 함께 명령을 받고 현장에 달려가 사망 여부를 확인한 뒤 암매장을 맡았다"고 고백했다.
 
신 전 소령은 당시 숨진 사망자들은 20대로 보이는 2명과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앳된 모습의 1명 등 3명이었다"며 "이들의 시신을 광주교도소 앞 도로 건너편 인근 야산에 1m 깊이의 구덩이에 파묻었다"고 말했다.
신 전 소령이 지목한 야산은 현재 광주광역시 북구 각화동 농수산물시장이 들어선 곳이다. 이곳에서는 80년 5월 27일 3명이 암매장됐다가 발견됐다.
신순용 전 소령이 광주교도소 담벼락 인근에 있는 시민군 암매장지를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순용 전 소령이 광주교도소 담벼락 인근에 있는 시민군 암매장지를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 전 소령은 광주교도소에 배치된 시민군이 탄 차량에 대한 조준 사격이 총 10여 차례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차량 한 대에 2~3명씩 모두 20~30여 명이 사살돼 광주교도소 담 바깥에 암매장했다는 게 그의 목격담이다.
 
신 전 소령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달 초 5·18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에 처음 털어놨다. 현재 전북 진안군 고향 마을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는 자신을 찾아온 군 관계자들이 당시 상황에 관해 얘기해달라고 요청하자 어렵게 고백했다고 한다.
 
그는 "시신 암매장을 한 뒤 숨진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괴로웠다"며 "진상 조사가 이뤄지는 마당에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받기 위해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여전히 집단 발포 명령을 부인하는 점을 안타깝다고 했다.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데 (당시 군의 지휘 라인이었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집단 발포 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발굴 작업.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 발굴 작업. 프리랜서 장정필

아울러 그는 "(전 전 대통령 측은) 5·18의 책임을 광주시민들에게 돌리기 위해 자위권 차원에서 (현장의 판단으로) 집단 발포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그건 집단 발포 명령을 합리화하기 위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신 전 소령은 "그동안 신문과 방송에서 5·18 관련 소식이 들려오면 그 당시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며 "군이 용기를 내서 그동안의 잘못을 고백함으로써 국민과 한뜻이 돼 굳건한 나라를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5·18기념재단 등은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군 당국 자료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에서 27명 안팎의 시민이 숨진 것으로 기록됐지만, 이 중 11명의 시신만 수습됐다. 5·18 직후 교도소 관사 뒤에서 나온 시신 8구와 교도소 앞 야산에서 나온 3구다. 나머지 16~17구의 시신이 교도소에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5·18기념재단의 판단이다.
 
진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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