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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살해 협박범 '처벌불원서' 제출

중앙일보 2017.11.15 15:13
이정미(55) 전 헌법재판관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한 이를 용서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온라인 카페에 “이정미 죽여버릴랍니다” 등의 표현이 담긴 글을 올린 혐의(협박)로 기소된 최모(25)씨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형우 판사는 해당 의견서를 지난달 30일에 접수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중앙포토]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중앙포토]

협박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판사는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한다. 16일 선고가 예정된 최씨는 이 전 재판관의 배려로 처벌을 면하게 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인 최씨에겐 큰 선물인 셈이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기 10여 일 전인 지난 2월 23일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카페 자유게시판에 ‘구국의결단22’라는 아이디로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 기각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글에는 “헌재의 현행 8인 체제에서 이정미가 사라진다면 7인 체제가 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최씨는 이틀 뒤인 2월 25일에 자수했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그런 글을 올리면 박사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길 것 같아 그랬다. 실제로 해칠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재판관은 최씨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이 담긴 편지를 받은 뒤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편지는 이 전 재판관이 퇴임한 뒤 지난 9월부터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배달됐다. 이후 이 전 재판관은 A4 반장 분량의 의견서에 “앞으로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잘 살아가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아 법원으로 보냈다.  
 
고려대에서 열린 '석좌교수 취임 기념 특강'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정미 전 재판관. 김경록 기자

고려대에서 열린 '석좌교수 취임 기념 특강'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정미 전 재판관. 김경록 기자


이 전 재판관은 “재판 초부터 처벌불원서를 제출할까 고민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철 없는 대학생의 잘못을 용서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벌불원서 제출 사실을 접한 그의 한 지인은 “최근에도 연구실 등으로 위협성 전화가 계속 와 겁이 날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상 생활이 불안한 상황인데도 이 재판관이 마음을 넓게 썼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 재판에서 최씨는 “저 하나 때문에 너무나 많은 분께 폐를 끼쳐 죄송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다시는 그런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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