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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철…방어 때문에 울고 웃은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중앙일보 2017.11.15 14:36
국내산 방어.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

국내산 방어.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

"피고인들이 일본산 방어를 모두 국내산으로 표시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15일 오전 10시 5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명선아 판사가 주문을 읽자 방청석에선 큰 박수가 터졌다. 이날 출석한 피고인은 모두 86명. 모두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이었다. 피고인이 너무 많아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청석에서 판사의 선고를 경청했다. 417호 대법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등 대형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곳이다. 피고인이 많은 이 사건 선고 때문에 이날 이곳에 열릴 예정이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구속 관련 심문 절차는 한 층 아래 중법정에서 열렸다.
 
웃으며 법정을 빠져나온 상인회장 김용길(58)씨는 "중매인한테 방어를 샀던 노량진수산 상인들을 전부 다 기소를 했다. 그날 일본산 방어를 경매 받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사입 장부를 보면 일본산 방어가 국산 방어보다 1㎏에 1000~2000원 정도 더 비싸다. 그걸 왜 저희들이 속여서 팔았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산 방어는 모두 양식이고 국산 방어보다 약간 더 통통한 편이다. 등 색이나 줄무늬 등에서 약간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이 구별하기는 어렵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물건의 차이는 없다. 국산 방어보다 일본산 방어가 행동 반경이나 활동이 활발해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더 싱싱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채널A 방송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에서는 일본산 방어가 국내산 방어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채널A 캡쳐]

지난해 2월 채널A 방송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에서는 일본산 방어가 국내산 방어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채널A 캡쳐]

사건은 지난해 2월 채널A의 TV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 보도로 시작됐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방어가 잘 팔리지 않자 상인들이 국내산으로 속여 판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관할 경찰서인 서울 동작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담당 경찰관은 이모씨를 시켜 상인들 몰래 동영상을 찍어오게 했다. 손님인 척 여러 점포를 돌며 원산지가 어디냐고 묻는 영상은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였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어민들이 방어를 위판장에 하역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이 사건과 관계없음. [중앙포토]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어민들이 방어를 위판장에 하역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이 사건과 관계없음. [중앙포토]

그러나 명 판사는 이 동영상에서 상인들이 "국산이다"고 말한 것만 가지고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명 판사는 "(영상을 촬영해온) 이씨도 방어 원산지가 국산으로 표시돼 있었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아 표시 위반에 대해서 모르겠다고 했다. 영상에서도 국산이라고 표시했다고 볼 만한 장면이 없고 당시 점포 내 수족관에 방어 자체가 없던 상인들도 상당수다"고 지적했다. 상인들이 원산지를 속여 팔았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7월 상인 100여명에 대해 약식으로 벌금 명령을 내려달라고 했다.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800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통지를 받은 상인들은 다음달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날 무죄 선고가 나오기까지 1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103명이던 피고인은 86명으로 줄었다. 혐의를 인정한 상인 16명에게 지난 2월 먼저 벌금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만~350만원의 벌금을 냈다.

"노량진 수산시장 방어 대부분이 국내산…다음달이 제철" 상인회 김용길 회장 인터뷰
15일 선고가 끝난 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만난 김용길씨. 문현경 기자

15일 선고가 끝난 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만난 김용길씨. 문현경 기자

"방어 가격 자체가 오히려 일본산이 더 비싸요. 경매 시세는 매일 다르지만, 1㎏에 1000~2000원 정도 더 비쌉니다. 저희들이 장사하는 입장에서 일본산을 사다가 국산으로 팔 이유가 없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600만원을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다른 상인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제일 적게 받은 사람이 200만원에서, 많게는 800만원까지 (벌금이) 나왔더라고요. 너무 황당했습니다. '경찰관이 파파라치를 시켜서 전문적으로 한 일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변호사를 사서 이 싸움이 시작된 거죠."
 
김씨는 "법원에 온 것은 서너번이고 변호사 분들이 시장 와서 조사도 하고 고생했지요. 그동안 이것(재판) 때문에 상당히 찜찜하고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김씨는 "사실 그 다음부터는 거의 일본산 방어가 안 들온다. 차라리 안 들여오는 게 낫다. 우리나라 것하고 가격 차이가 나면 이윤이라도 많이 남을텐데 그렇지도 않아 애당초 들여올 이유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신시장이 들어섰지만 김씨는 여전히 구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오늘도 수산시장에 방어만 26톤이 들어왔어요. 다 국내산이거든요. 어마어마한 양이 들어왔는데 많이 사 놓고 싶은데 수조에 다 넣지 못하니 한 두 마리씩만 넣어 두는 거예요." 김씨가 말했다. 그는 "12월 중순이 되면 방어가 제대로 살도 오르고 기름도 차올라 제일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노량진에 국내산 방어 드시러 오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오토바이를 타고 일터로 향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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