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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불쑥 ’단계적 처리’ 꺼낸 중국...2주만에 돌아온 ’사드 백지수표’

중앙일보 2017.11.15 14:26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에 대해 ‘단계적 처리’라는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왔다. 10·31 한·중 공동 발표로 사드 문제를 ‘봉인’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수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다양한 실질 협력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다양한 실질 협력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중국이 단계적 처리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 직후다. 14일 중국은 외교부에 게시한 자료와 관영 신화통신 보도 등을 통해 “리 총리가 ‘양국은 최근 단계적으로 사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10·31 발표는 첫 단계이고, 최종 단계는 사드를 철수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확인했다.  
단계적 처리라는 표현은 10·31 발표문에 없다. 중국이 그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과정에서도 쓴 적이 없는 표현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를 “양측 공동의 인식”이라며 문 대통령 앞에서 불쑥 제기하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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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려는 기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문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발표하며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10월31일에 발표된 한·중 관계 개선 내용을 재확인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관련 입장 제기에 대해서는 “실무선에서 한 것(합의)을 양 정상이 다시 한 번 확인한 취지로 보고 있다.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대해 정상이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 때 다시 거론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희망 섞인 바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가 소식통은 “중국은 짧게는 문 대통령의 12월 방중, 더 길게는 시 주석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석을 두고 사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전에도 사드 문제가 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과 연결시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역사적 책임’까지 거론하면서다.
 
중국이 이처럼 사드 문제에 대해 공세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당초 10·31 발표에서 사드 배치 목표와 본질 등을 명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발표문에는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주권적 안보 결정이라는 내용이 빠졌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10·31 합의에서 북핵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 것이라고 규정했어야 중국이 지금 사드 철수 요구를 해도 ‘북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데 어떻게 철수하느냐’라고 맞받아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사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으며, 시 주석의 평창 겨울 올림픽 참석을 바로 확정짓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한 이유도 사드 문제에 대한 한국의 노력이나 진전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빈칸을 남겨둔 채 발행한 ‘백지수표’에 중국이 마음대로 금액을 적어 한국에 지불을 요구하는 셈이다.  
 
반면 모호하게 했어야 할 3불 원칙(▶한국은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은 지나치게 명확하게 밝혀 미래의 안보적 선택지를 좁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드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전략에 대한 한국의 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못박아 놓는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려면 ‘3불 원칙도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현재의 입장일 뿐’이라는 식으로, 우리 입장도 돌아설 수 있다는 식의 여지를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영 교수는 “중국이 우리에게 사드 해결을 요구하면 우리는 ‘중국도 북한을 제어하고 북핵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라. 그런 노력이 전제돼야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로 역설득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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