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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은 십자가 아니라 욕망의 흉터다

중앙일보 2017.11.15 13:32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명성교회는 등록교인 수 10만명의 초대형 교회다. 특별새벽집회 모습. [사진 명성교회]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명성교회는 등록교인 수 10만명의 초대형 교회다. 특별새벽집회 모습. [사진 명성교회]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시험했다. 말년에 낳은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고 했다. 죽여서 태우라는 말이다. 아브라함은 부족장이었다. 아들 이삭은 뒤를 이을 후계자였다. 아브라함의 심정이 어땠을까. 죽도록 괴롭지 않았을까.  
 
아브라함은 산으로 아들을 데리고 갔다. 이삭의 두 손을 묶은 뒤 칼을 꺼냈다. 아들의 가슴에 정확하게 칼을 겨누었다. 내려치려는 순간, 천사가 나타났다. “너의 외아들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 아노라”(창세기 22장12절)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아브라함에게 천사가 나타나 말리는 일화를 담은 성화.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아브라함에게 천사가 나타나 말리는 일화를 담은 성화.

 
사람들은 묻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나님께서 너무 잔인하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들을 왜 죽이라고 했을까?” 그게 아니다. 하나님이 겨눈 것은 이삭의 가슴이 아니었다. 아브라함의 가슴이었다. 왜 그럴까. 당시 아브라함은 노인이었다. 오랜 세월 정실 부인 사라의 몸에서는 자식이 없었다. 그러다 말년에 사라가 아들을 낳았다. 그러니 후계자 아들에 대한 아브라함의 애정과 집착이 오죽했을까.  
 
구약시대나, 신약시대나, 지금이나 똑같다. 무언가를 움켜쥐는 강한 욕망과 집착은 늘 신을 가린다. 돈이든, 권력이든, 자식이든 마찬가지다. 그럼 아브라함은 어땠을까. 그가 예전처럼 신을 경외했을까. 아니다. 자식을 향한 집착과 욕망이 신을 가렸을 터이다. “아들을 바치라”는 말에 번민하다 작정한 아브라함이 칼을 빼들자, 비로소 하늘의 음성이 들렸다.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 아노라.”
 
명성교회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주제로 특별새벽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명성교회]

명성교회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주제로 특별새벽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명성교회]

 
교회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다. 큰 교회로 키우기는 더욱 어렵다. 목회자 개인에게는 평생에 걸쳐 피땀을 쏟은 결과물이다. 그러니 은퇴를 앞둔 개척 목사의 심정이 어떨까.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줘야 하나, 남에게 교회를 물려줘야 하나’ 누구나 적어도 한번쯤은 고민하지 않을까. 구약의 아브라함처럼 자기 자식의 두 손을 묶고 칼을 들어야 하는 순간을 겪지 않을까. 자기 안의 집착과 욕망을 자신의 손으로 내려쳐야 하는 순간을 말이다.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도 그랬다. 김삼환 원로목사에게도 ‘아브라함의 순간’이 있었을 터이다. 실제 그는 “세습을 안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있다. 아들 김하나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도 ‘이삭의 순간’이 있었다. 구약의 이삭은 두 손이 묶인 채 죽을 처지에서도 저항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받아들였다. 김하나 목사도 4년 전에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맡지 않겠다. 세습 금지는 시대의 역사적 요구”라고 단언한 바 있다. 명성교회 측은 “다수 교인이 원한다”고 하지만, 김 목사 부자가 진정으로 원했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아브라함이 되고, 이삭이 될 수 있었다.  
 
1980년 명성교회를 개척한 김삼환 목사는 2015년 말에 은퇴해 원로목사가 됐다. [사진 명성교회]

1980년 명성교회를 개척한 김삼환 목사는 2015년 말에 은퇴해 원로목사가 됐다. [사진 명성교회]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다. 김삼환 목사는 아브라함을 따르지 않았고, 김하나 목사도 결국 이삭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거꾸로 갔다. 그런데도 12일 ‘부자 세습’을 확정짓는 위임식에서 김삼환 원로목사는 “이 교회를 섬길 김하나 목사도 많이 힘든 길을, 주님이 십자가를 지워 주셨다”고 말했다. 명성교회뿐만 아니다. 세습한 교회의 아들 목사들은 하나같이 “세습은 내가 평생 짊어질 십자가”라고 말한다. 그건 십자가가 아니라 자기 욕망에 대한 흉터일 뿐이다.  
 
명성교회 위임목사가 된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명성교회 위임목사가 된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그럼 십자가는 어디에 있을까. 아브라함이 칼을 내려칠 때 비로소 십자가를 진다. 그 앞에서 눈을 감을 때 이삭은 자기 십자가를 진다. 예수는 십자가 처형을 당하기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했다. “가능하면 이 잔이 저를 비켜가게 하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이것이 십자가다.  
 
그러니 김하나 목사의 십자가는 십자가가 아니다. ‘아브라함의 순간’을 외면한 김삼환 목사의 십자가도 마찬가지다. 자기 십자가를 외면하는 사람들의 기도 소리는 이렇게 뒤바뀐다. 
 
“아버지 뜻대로 마시고, 제 뜻대로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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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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