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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외적 막는 함정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중앙일보 2017.11.15 11:16
전남 강진 전라병영성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조선시대 함정 모습. 큰 구멍을 파고 바닥에 죽창을 꽂아 적들의 침입을 막았다. [사진 문화재청]

전남 강진 전라병영성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조선시대 함정 모습. 큰 구멍을 파고 바닥에 죽창을 꽂아 적들의 침입을 막았다. [사진 문화재청]

땅을 파서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지름 3.5~4.9m 크기의 원형으로, 위에서 아래로 가면서 좁아지는 형태다. 최대 2.5m 깊이까지 파 내려갔다. 그리고 바닥에는 죽창(竹槍)을 꽂아놓았다. 끝을 쪼갠 대나무를 뾰족하게 다듬어서 촘촘하게 배열했다.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함정이다.
 
 전남 강진 전라병영성에서 함정 유적 64기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전라병영성은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의 육군 지휘부가 있던 곳이다. 국내 성곽 방어시설에서 함정 유적이 대규모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라병영성의 함정과 해자 모습. 사진 위쪽이 성쪽이다. 성곽 아래로 해자와 함정을 나란히 설치했다. [사진 문화재청]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라병영성의 함정과 해자 모습. 사진 위쪽이 성쪽이다. 성곽 아래로 해자와 함정을 나란히 설치했다. [사진 문화재청]

 함정 유적은 모양으로 볼 때 다산(茶山) 정약용이 저술한 『민보의(民堡議)』에 나오는 함마갱(陷馬坑)이라는 성곽 방어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민보의』는 민보라는 농민 자위조직에 의한 국방 체제를 주장한 내용을 담은 병서로, 사람이나 말을 살상하기 위한 녹각목이나 죽편(竹片)을 심어 놓은 함정인 함마갱이 등장한다.  
 
전라병영성은 올해로 축성 600년을 맞았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약 8년간 억류돼 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번 발굴에선 함정에서 성 안쪽으로 약 6~8m 거리를 두고 만든 해자(垓子)도 찾아냈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만든 못을 말하다. 함정은 해자와 나란하게 2~4열로 설치됐다. 말하자면 2중 방어 시설을 구축한 것이다. 해자 내부에서는 나막신, 목익(木杙·침입을 막고자 세운 나무 말뚝) 등의 목제 유물과 조선 초부터 후기에 해당하는 자기‧도기‧기와 조각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발굴 실무를 맡은 한울문화재연구원 측은 "함정 조성 시기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아직 조사하지 않은 지역도 있어 더 많은 함정 유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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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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