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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SOC 예산 챙기려 슬슬 움직이는 의원들

중앙일보 2017.11.15 01:55
김기환 산업부 기자

김기환 산업부 기자

“부산 동해선 전 구간 승강장, 스크린도어 설치비 785억원을 지원해 주십시오.”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
 
“위원회에서 의견을 모아주면 따르겠습니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오간 대화다. 광역철도는 스크린도어 의무 설치 대상이지만 동해선 같은 일반철도는 꼭 그렇지 않다.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 일반철도 노선에도 스크린도어를 설치해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회의 내내 "늘려달라(의원들)”→"국회에서 증액해 주면 노력하겠다(국토부)”는 문답이 오갔다. 그 결과 이날 하루에만 동해선 스크린도어 설치비 200억원, 경기도 현안인 천안~광명 간 도로(금호로) 추가 지정 예산 109억원, 충북 현안인 천안~청주공항 간 복선전철 예산 10억원 등 665억원을 증액한 수정안이 통과됐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11~12월은 새해 예산안을 결정하는 시기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담당하는 국토교통위는 가장 뜨거운 상임위원회 중 하나다. 그런데 정부가 토목 성장을 지양하고 복지를 늘리기 위해 대폭 축소한 SOC 관련 예산이 이곳을 거치며 되살아났다.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선심 경쟁 때문이다. 정부가 SOC 투자에 17조7159억원을 책정한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국토위 심의를 거치면서 20조838억원으로 13%나 늘었다.
 
정말 지역에 필요한 SOC라면 타당성 조사부터 할 일이다. 설계·시공·사후관리까지 엄격하게 감독해 낭비 요인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의원들의 증액 요구를 뜯어보면 이런 검토가 빠진 철도·도로 건설, 하천 정비 같은 지역 민원 예산이 대부분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더라도 일단 내고 보자는 식의 묻지 마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나중에 줄이더라도 일단 늘리고 보자’는 식으로 과다 편성한 ‘묻지 마 SOC 예산’은 세금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국 곳곳의 텅 빈 신작로와 공항, 방문객 없는 기념관들이 그 증거다.
 
시간은 남아 있다. 14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부처별 조정 예산을 다시 심의해 최종 예산안을 마련한다. ‘뻥튀기’ 예산이 있다면 예결위에서 깐깐하게 걸러내야 한다.
 
의원이 막판에 슬쩍 끼워 넣는 ‘쪽지 예산’도 근절해야 한다. 나라 예산을 국회의원 땅따먹기 식으로 늘리고 줄이는 걸 방치하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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