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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선희가 묻더라, 트럼프의 대북 최후게임이 뭐냐고”

중앙일보 2017.11.15 01:05
지난달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왼쪽)이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오른쪽)과 토론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왼쪽)이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오른쪽)과 토론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정말 궁금해하며 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최후의 게임(end game)이 뭐냐고.”
 
지난해 11월 중순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북한 평양(2월)과 노르웨이 오슬로(5월), 러시아 모스크바(10월)까지 북미 ‘트랙 1.5’(반관반민) 접촉을 해온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이 최선희 국장의 최대 관심사를 이같이 소개했다.
 
디매지오 국장은 13일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또 다른 관심사와 관련,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쳤는지, 아니면 미친 척 연기를 하는 건지 알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대화와 협상을 위해 그저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인지를 가장 궁금해한다는 의미다.
 
디매지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과 북한의 오판이 결합할 때 우발적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례 없이 3개의 항공모함 전단이 전개한 상황을 설명할 군사통신 채널도 두절된 상태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해해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도발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두 사람의 인터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대선 직후만 해도 차기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 기대가 컸다고 한다. 제네바 협상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평양으로 직접 초청해선 “‘그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되겠느냐’ ‘어떤 방향으로 갈 거 같으냐’고 묻는 등 새로운 정부와 새 출발을 하고 싶다며 북·미 협상 재개의 뜻을 전달해 왔다”는 것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지난해 7월 인권 유린 혐의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처음으로 제재 대상으로 올리면서 북·미 관계가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10개월 만에 “아주 좁은 대화의 창만 열려 있으며 그마저 점점 닫혀 가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두 사람은 북한의 태도 급변의 첫째 이유로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모욕적 발언을 꼽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10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동북아세션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러시아 에너지안보센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10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동북아세션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러시아 에너지안보센터]

디매지오 국장은 “최선희 북미국장이 지난달 모스크바 국제회의 중 청중 앞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설명하면서 기존 한·미 연합훈련과 대북제재 외에 세 번째 요소를 추가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인격적 모독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과 트윗에서 “리틀 로켓맨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걸 두고서다.
 
디매지오 국장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설득하기 어려운 둘째 이유는 ‘미국이 지키지도 않을 합의를 위해 왜 협상을 해야 하느냐’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인증하지 않는 것이 북한의 이런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도 북한을 협상에 소극적으로 만든다고 전했다. 북한 측은 “트럼프가 그렇게 오래 대통령을 할 것 같지도 않는데 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시작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디매지오 국장은 “북한이 가진 또 다른 의문은 누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하는지인데 우리가 김정은을 누가 대변하는지 궁금해하는 것과 거울상처럼 똑같다”면서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발언들을 모두 읽고 일거수일투족에 정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아시아 순방을 지켜보면서 아마 더 많은 의문이 생겼을 것”이라며 “김정은에 대한 직접 모욕은 자제하고 협상을 원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법에 대해 살도 붙이지 않았고 어떻게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는 건지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김정은도 냉엄한 힘의 정치(hardball power politics)를 하고 있고 열강에 둘러싸이고 중국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 동북아 세력 균형을 위해선 미국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게 북한이 미국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기”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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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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