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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8·2대책에도 안 잡히는 강남 집값, 재건축이 복병?...5만5000가구 '공급 폭탄' 터진다
안장원 기자 사진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8·2대책에도 안 잡히는 강남 집값, 재건축이 복병?...5만5000가구 '공급 폭탄' 터진다

중앙일보 2017.11.15 00:10
분양 열풍 뒤 입주 폭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강남권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 강남권의 최근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과 내년 입주를 앞둔 단지 전경.

분양 열풍 뒤 입주 폭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강남권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 강남권의 최근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과 내년 입주를 앞둔 단지 전경.

2008년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전해보다 8% 떨어졌다. 그해 서울은 평균 7.12% 올랐다. 송파구는 서울 시내 25개 구 중 강동구에 이어 두 번째로 아파트값이 많이 하락했다. 12개월 중 7월 한 달을 제외하고 11개월간 내렸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99 ㎡(이하 전용면적)는 그해 초 17억원에서 연말 14억원으로 3억원이나 내렸다. 주공5단지는 같은 기간 13억5000만원에서 10억원대 밑으로 떨어져 9억3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금융위기 영향도 있지만 그보단 잠실 일대 대규모 입주 충격이었다. 옛 주공1단지 등 4개 단지 1만8000여 가구가 2007~2008년 한꺼번에 준공되면서 ‘공급 폭탄’이 터진 셈이다.  
 
2008년 잠실은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주택시장에 공급 충격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강남에 다시 주택 공급 폭탄의 심지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잠실 폭탄보다 위력이 훨씬 더 강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영향으로 재건축 조합들이 일제히 사업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공급이 몰리게 됐다. 정부가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하는 8·2부동산대책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강남권 집값이 공급 효과로 안정될지 주목된다.  
 
2008년 잠실 아파트 4억원 넘게 하락 
 
8·2대책 후 기세가 꺾였던 강남권 집값이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다. 대책 직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달 들어선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본지가 주택건설업체들의 강남권 재건축 수주 현황을 취합한 결과 새로 짓는 건립 가구 기준으로 5만5000가구가량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 중 2만여 가구는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낸 단지다.  올 하반기 시공사를 서둘러 정했다. 나머지 3만5000가구 정도는 이미 시공사를 선정해 두고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다 다시 서두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강남권 재건축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재건축이 몰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환수제 적용을 받으면 조합원당 많게는 수억원대의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 하고 그만큼 추가분담금이 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  
 
올해 말까지 일반분양계획을 포함한 최종 재건축 계획안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야 환수제를 피하게 된다.  
 
여기다 지난 7일 시행에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재건축 단지를 노리고 있다. 상한제에서는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땅값과 건축비 이하로만 받을 수 있어 마찬가지로 조합 사업비 부담을 키우게 된다. 
 
정부는 아직 적용지역을 선정하지 않았는데 선정되기 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이 끝나야 상한제 걱정을 덜 수 있다.  
 
서초구에 2만5000가구 신규 공급
 
5만5000가구는 부동산114에 집계된 2000~2017년 18년간 총 분양물량(9만5000여 가구)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다. 이 기간 준공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8만여 가구다.  
 
5만5000가구 가운데 철거되는 기존 주택은 4만여 가구로 강남권 기존 아파트(30여만 가구)의 10%가 넘는다. 기존 아파트 8가구 중 한 가구가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기존 주택 수를 뺀 1만5000가구 정도가 순수하게 늘어나는 추가 공급량이다. 임대주택을 제외한 1만2000가구가량 청약을 통해 일반에 분양된다.
 
강남권에서도 서초구에 가장 큰 분양시장이 열린다. 5만5000가구의 40%가 넘는 2만5000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서초에서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떠오른 반포·잠원동 일대 물량이 대부분이다. 이 일대에 1980년대에 지어진 15층 정도의 중층 단지들의 재건축이 본격화해서다. 
 
일찌감치 재건축된 단지들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 반열에 올라서 있다. 3.3㎡당 5000만원이 넘는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아크로리버파크·반포래미안퍼스티지 등이다.  
 
강남구에선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며 분양 흥행을 이어 가는 개포동 일대 남은 저층 주공 단지들과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대치동 아파트가 눈길을 끈다.  
 
송파구 잠실에서 5층짜리 저층 재건축이 끝난 지 10년 만에 신규 재건축 단지가 다시 공급된다. 중층의 잠실미성크로바와 진주 등이다.
 
착공과 동시에 분양하는 선분양을 기준으로 보면 2019년부터 분양이 몰린다. 내년 분양 예정 물량은 이미 착공 전 단계에 이른 단지들로, 많지 않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 등이 남은 인허가 절차를 거치면 대개 2019년부터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조합들이 예상하는 속도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2019년 착공과 분양이 이뤄질 물량이 3만6000여 가구에 달한다.  
 
사업이 좀 늦은 단지들은 2020년 이후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초고층 건립 문제에 발목 잡혀 있던 대치동 은마와 잠실 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환수제를 피하기 어렵게 됐고 조합 설립, 사업 승인 등 남아 있는 사업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3년 뒤나 분양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최고 50층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될 예정인 잠실 주공5단지. 2020년께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 50층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될 예정인 잠실 주공5단지. 2020년께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 논란 거세질 듯 
 
강남권에 대규모 분양시장이 서면서 분양가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조합들이 예상하는 분양가가 기존 가격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가 지금까지 반포 일대에서 가장 비싼 3.3㎡당 4290만원보다 10%가량 더 높은 3.3㎡당 4800만원 선을 잡고 있다.  
 
잠실미성크로바는 입지여건이 차이 나지만 송파구 내에서 지난해 11월 분양된 풍납동 우성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3.3㎡당 2600여만원)보다 3.3㎡당 900만원가량 더 비싼 3500만원을 계획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간접 규제 등으로 주춤하던 강남권 분양가 고공행진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조합이 예상하는 만큼 분양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분양가가 10% 이상 내려갈 것으로 본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 옛 가락시영을 재건축하는 송파헬리오시티. 9500여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 옛 가락시영을 재건축하는 송파헬리오시티. 9500여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다.

조합들이 상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착공부터 한 뒤 분양하는 후분양을 검토할 수 있지만 후분양 한다고 분양가를 비싸게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분양가 상한제에서는 후분양 하더라도 그사이 오른 땅값과 공사비 등 늘어난 원가만 분양가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분양 시점의 주택시장 동향에 따라 되레 분양가가 내려갈 수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빠지더라도 분양가를 조합 기대만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기존 분양가 대비 10% 넘는 분양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갈수록 조여지는 대출 규제 등으로 비싼 강남권에서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 고분양가는 분양률을 높이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2021년부터 준공돼 시장에 쏟아져  
 
단지별 사업 속도가 차이 나더라도 착공 후 3년 뒤 준공을 예상하면 2021년부터 입주 행렬이 이어지게 된다. 3년간 연간 1만5000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는 예년 입주물량의 3~4배가 넘는 수치다.  
 
일부 단지는 조합 사정에 따라 사업이 지체될 수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합원 명의 변경 금지로 준공 때까지 팔 수 없기 때문에 사업이 늦어질수록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기간만 늘어난다.
 
초과이익 환수제를 염두에 두더라도 사업을 늦추지 않고 2022년께 준공하는 게 유리하다. 준공 10년 전 집값과 비교해 재건축 부담금이 매겨지는데 2012년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2013년 집값이 내려가면서 2016년쯤 돼서야 2012년 가격을 회복했다.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는 넘쳐나는 강남권 주택 수요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주택자 등의 주택 수요 뿐 아니라 기존 낡은 집에서 새집으로 바꿔 살려는 갈아타기 수요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의 대거 입주가 집값을 크게 떨어뜨리며 시장을 곤두박질치게 할지는 지금으로선 불확실하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경기 등 다른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달렸다.  
2021년 이후 입주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그 이전에 한 차례 작은 입주 파도가 밀려온다. 2015~2016년 대거 분양된 재건축 단지들이 내년에 많이 입주하기 때문이다. 내년 준공물량이 1만4000여 가구로 올해(1200여 가구)의 10배가 넘는다. 9000가구가 넘는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때문에 많다. 
 
4만 가구 이주로 극심한 전·월세난 예상  
 
내년부터 강남권 주택시장은 전·월세난으로 몸살을 겪을 수 있다.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들이 착공에 앞서 이주를 해야 해서다. 조합원 물량에 해당하는 4만 가구 정도가 철거되는 재건축 단지에서 나와 다른 곳에 살아야 한다. 4만 가구는 예년에 한 해 서울에서 멸실되는 전체 주택(2만여 가구)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 한 해 강남권 전·월세 거래량 8만7000여 건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구가 전·월세 집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이전에도 강남권에 대규모 철거가 이뤄졌지만 앞으로 전·월세난은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 전에는 초소형 주택형의 저층 단지 위주여서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 이주 수요가 많이 분산됐지만 현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대부분 중형 이상이어서 주로 아파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 해 강남권 아파트 전·월세 거래 건수가 4만여 건이다.  
 
내년부터 대규모 재건축 이주·분양·입주 등으로 요동치게 될 강남권 주택시장의 움직임은 전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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