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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으로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23일에 치러집니다.
대대로 수능 날은 춥다고들 합니다. 오죽하면 ‘수능 한파’라는 말이 돌 정도죠. 하지만 실제 ‘한파’라고 부를 만큼 기온이 많이 떨어진 해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수능 도입(1994학년도) 후 23년간 수능 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였던 적은 딱 5번(1998ㆍ1999ㆍ2002ㆍ2007ㆍ2015학년도) 뿐이었습니다. 2012ㆍ2016학년도 수능 날에는 기온이 영상 10℃를 넘기도 했습니다.  

수능과 관련된 또 다른 속설은 ‘수능 날 기온이 떨어지면 수험생들 성적도 떨어진다’는 겁니다. 추우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거나, 두껍게 옷을 껴입어 쉬 졸음이 온다든가 하는, 제법 그럴듯한 설명도 따라붙습니다. 기온과 수능 점수, 과연 관련이 있을까요? ‘데이터 데이트’가 살펴봤습니다.
 

 
먼저 기온과 시험 성적 간의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을 한 편 보시죠. 2016년 미국 하버드 대학 박사과정생(논문 발표 당시 기준, 2017년 졸업) 박지성 씨가 쓴 ‘온도, 시험점수, 그리고 교육적 달성’이란 논문입니다. 아! 여러분이 알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아니고요, 경제학을 전공한 분입니다.
박 씨는 뉴욕시 고등학교 졸업시험 데이터 460만건을 분석했습니다. 단기적으로 기온이 높거나 낮을 경우, 장기적으로 기온이 계속 높거나 낮을 경우를 구별해 연구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장ㆍ단기 모두 ‘열(Heat) 스트레스’가 신체에 영향을 미쳐 성적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온도,시험점수 그리고 교육적 달성'(2016)

'온도,시험점수 그리고 교육적 달성'(2016)

좀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먼저 단기의 경우입니다. 박씨는 외부기온이 32℃일 경우 22℃일 때보다 졸업시험 평균점수가 4.5%(-2.95점)나 하락했다고 했습니다. 1℃당 약 0.263 점(1℉당 0.145점)이 하락한 거죠. 박씨는 이를 근거로 시험 당일 기온이 너무 높은 학교의 수험생들은 점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온이 시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일 때 더 커졌습니다. 박씨에 따르면 기온이 27℃가 넘는 날이 연간 5일 늘어날 때마다 졸업시험 점수가 약 2.1% 하락했다고 합니다. 박씨는 이에 대해 “더위 탓에 학생들이 학기 중에 공부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물론 여름에 고교 졸업시험을 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수능은 겨울에 치러집니다. 겨울 기온에 따른 성적 변화를 연구한 결과가 있나 찾아봤지만 안타깝게도 없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시험 점수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점수가 어떻게 바뀐다”는 연구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데이터 데이트’가 직접 수능 당일 날씨와 수능점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봤습니다.   
 
기온 자료는 기상청이 발표한 수능 당일 서울의 최저 기온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수능 점수는 9개 등급 중 중간값에 가까운 4등급의 등급 컷(전체 상위 40%)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서울 온도와 서울시 학생의 성적을 비교하는 게 정확하겠지만, 서울 학생 성적만 따로 공표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 학생들의 성적이 표준분포를 따를 것이란 가정하에 전국 학생들의 수능 등급 컷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2005~2017년까지 수능 언어영역ㆍ수학(가)ㆍ외국어 점수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출제 난이도 차이에 따른 점수 변화를 고려해 표준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변환했습니다. (4등급 컷 표준점수/해당연도 과목 표준점수 만점)×100을 한 거죠. 점수 변화를 기온과 함께 겹쳐 비교해 볼까요?
 
그래프가 살짝 비슷해 보이기도 한데요, 자세히 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도 보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2007학년도나, 2015학년도는 점수가 낮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던 2008학년도 시험 당일 기온은 영상 4.6도로 예년 수준이었고, 점수가 폭락했던 2011학년도 온도는 영상 1.9도로 살짝 낮은 수준입니다. 유난히 따뜻했던 2012학년도 수능(영상 10.9도) 땐 점수도 덩달아 오르긴 했습니다. 
 
그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살펴보겠습니다. 기온과 점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상관관계가 높다면 우상향 혹은 우하향의 경향성을 보여야 하는데요, 파란선(선형회기직선)이 경향성(trend)을 보여 줍니다. 상관계수는 0.066로 큰 의미가 없는, 아주 약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물론 이런 상관관계 분석은 불과 13번의 수능시험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모수가 너무 작아 해석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능 날 기온과 수능 성적은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럼 뭐가 중요할까요? 다음 2가지 연구 결과를 살펴보시죠.
 
먼저 미국 환경보호연합(EPA) 심포지엄에서 특별상을 받은 미국 고등학생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이들은 학생들이 학교 건물의 온도조절이 제대로 안 된다고 불평하는 걸 보고 연구를 시작했는데요(생각해 보면 우리도 학교 다닐 때 여름엔 에어컨을 안 틀어줘서, 겨울엔 난방을 제대로 안 해줘서 불만이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9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 16℃(추움), 22℃(평균), 27℃(더움) 3가지 상황에서 시험점수를 비교한 결과, 추울 때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76점, 평균 온도일 때는 90점이 나왔지만, 더울 때는 72점이 나왔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살펴보죠.
 
‘교실의 환기율과 온도가 학생들의 시험점수에 미치는 영향(2015)’이라는 논문인데요, 미국 남서부 지역 70개 초등학교의 140학급 310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입니다.
 
환기율과 수학점수와의 상관관계 추이(trend)를 보여주는 그래프. 교실의 환기율과 온도가 학생들의 시험점수에 미치는 영향(2015) 참조

환기율과 수학점수와의 상관관계 추이(trend)를 보여주는 그래프. 교실의 환기율과 온도가 학생들의 시험점수에 미치는 영향(2015) 참조

논문에 따르면 환기량을 초당 약 1L씩 늘릴 때마다(0.9L/초~7.1L/초) 학생들의 수학 점수가 평균 11점씩 올랐습니다. 가장 차이가 크게 난 학생은 환기를 많이 해주자 점수가 122점(4.8%)이나 올랐습니다. 
 
기온도 마찬가지인데요. 기온은 1℃씩 낮출 때(25℃~20℃), 점수가 약 12점~13점씩 올라갔습니다. 20℃일 때 점수는 25℃일 때와 최대 67점 차이가 났습니다. 수학뿐 아니라 국어(읽기)와 과학점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수학보다는 변화 폭이 다양해 개인차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겨울철에는 실내온도 20℃~24℃ 사이, 여름에는 23℃~26℃ 사이가 가장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수능 고사장의 환경은 어떨까요?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고사장 실내 온도나 환기 관련 기준이 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공식적인 답변은 “고사장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도록 권고할 뿐, 따로 온도 기준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수능 고사장의 온도는 유동적입니다. 감독관에 따라 난방을 과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따뜻하면 졸리다’며 실내온도를 낮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사장 내 자리 배정도 중요합니다. 난방기구와 가까운 자리를 배정받은 수험생은 온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본인의 자리가 너무 덥다면 겉옷 등을 벗어 적절한 온도(20℃~24℃)를 유지하는 게 좋겠습니다. 쉬는 시간에 한 번씩 환기해 주는 것도 좋은 성적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수능시험 당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0도로 예상됩니다. 수험생 여러분, 평상심을 유지해 노력한 만큼의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데이터시각화=배여운 분석가 bae.yeow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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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엽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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