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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일으키는 라돈의 계절이 돌아왔다
강찬수 기자 사진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부장) kang.chansu@joongang.co.kr

폐암 일으키는 라돈의 계절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2017.11.11 05:00
폐암을 일으키는 라돈(Radon)의 계절이 돌아왔다.
원소주기율표에 표시된 라돈(Rn)

원소주기율표에 표시된 라돈(Rn)

최근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겨울도 멀지 않았다.

추위가 닥치면 아무래도 환기를 덜 하게 되고, 실내공기 오염 그만큼 심해지게 된다.
실내공기 오염 원인으로는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를 빼놓을 수 없지만, 라돈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방사선을 내뿜어 폐암을 일으키는 ‘공포의 가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돈의 특성을 잘 알고 미리 대처한다면 건강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의 가스 라돈

라돈운 색깔도 냄새도 맛도 없는 기체다.

라돈운 색깔도 냄새도 맛도 없는 기체다.

라돈은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고,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는 기체다. 다른 것들과 쉽게 반응하지 않는 불활성 기체이기도 하다.

원소기호는 ‘Rn’이고 원자 번호는 86이지만, 원자량이 서로 다른 동위원소가 여럿이 있다.
라돈은 우라늄(uranium)과 토륨(thorium)이 방사선을 방출하며 납으로 붕괴되어 가는 긴 연쇄 반응 과정의 일부로 나타나는데, 라돈 자체는 라듐(radium)이 붕괴할 때 생성된다.
라돈 동위원소 중 가장 안정된 동위원소인 라돈-222 역시 방사선(알파선)을 내며 폴로늄(Po)으로 붕괴하는데, 이 라돈-222의 반감기는 3.8일로 알려져 있다. 반감기는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라돈-210이나 라돈-211 등 다른 동위원소들은 반감기가 수초 혹은 길어야 15시간 정도로 짧다.
국내에서도 화강암 암반지대에서 라돈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사진은 라돈 농도가 높게 측정된 강원도 의 한 농촌지역의 모습. [중앙포토]

국내에서도 화강암 암반지대에서 라돈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사진은 라돈 농도가 높게 측정된 강원도 의 한 농촌지역의 모습. [중앙포토]

방사선 세기의 단위인 피코큐리(pCi)는 1조분의 1 큐리(Ci)를 의미한다.
1 큐리(Ci)는 라듐 1g이 1초 동안 방출하는 방사능의 양을 말한다.
라돈의 방사선 세기는 베크렐(Bq)이란 단위로 표시하기도 한다.
1베크렐은 방사성 물질이 1초당 한 번 붕괴하는 수준의 방사선량을 말한다.
1 큐리는 370억 베크렐에 해당하고, L당 1 피코큐리의 방사선량은 ㎥당 37베크렐에 해당한다.
라돈 농도를 측정하는 장면. [중앙포토]

라돈 농도를 측정하는 장면. [중앙포토]

화강암 지대에서 라돈이 많이 발생

라돈 농도는 일단 주변 토양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화강암 암반지대의 경우 우라늄 함량이 높아 라돈도 많이 생성된다.
라돈은 토양에서 생성되지만, 순환이 잘 되는 실외에서는 농도가 낮은 편이다.
반면 지하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는 농도가 높다.
특히 벽이나 건물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기체인 라돈이 유입될 수 있어 지하층이나 1층의 실내 공기의 경우 라돈 수치가 높을 수 있다.

벽이나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라돈이 침투할 수 있다. [중앙포토]

벽이나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라돈이 침투할 수 있다. [중앙포토]

라돈은 지하수나 온천수 속에도 들어있을 수 있다.
과거 국내에서는 라돈을 함유한 온천수가 신경통·류머티즘·피부병·부인병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부 온천과 사우나에서는 아예 ‘라돈 탕’이라며 광고하기도 했다. 병을 고치려다 오히려 병을 얻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물에 녹아 있는 라돈은 큰 위험이 없지만, 물속에 있던 것이 공기 중으로 날아 나오면 위험하다.
라돈에 오염된 지하수를 수도로 연결해 실내에서 사용하게 되면, 수도꼭지를 거쳐 나온 물이 싱크대 등에 튀면서 라돈이 실내로 퍼지면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라돈이 실내로 침투하는 경로를 나타내는 그림.

라돈이 실내로 침투하는 경로를 나타내는 그림.

흡연자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라돈

라돈은 방사선을 내기 때문에 고농도의 라돈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폐암이다.
미국의 경우 연간 2만1000명 정도가 라돈으로 인한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 사망자 가운데 2900명 정도는 담배를 피운 적도 없는 사람이 차지한다.

흡연과 라돈 노출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데, L당 1.3 피코큐리 농도의 라돈에 노출됐을 때, 비흡연자의 경우 폐암에 걸릴 확률이 1000명당 2명이지만, 흡연자는 1000명당 20명으로 10배로 상승한다.

영국의 경우도 폐암 사망자의 3.3%는 라돈 탓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라돈 관련 폐암으로 사망하는 경우 7명 중 6명은 과거나 현재 흡연을 한 사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라돈이 폐암 발병 원인의 3~14%를 차지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농촌 지역의 지하수 공급에 주로 활용되는 소규모 급수시설 상당수에서 우라늄과 라돈 등 자연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규모 급수시설 4천348곳 중 17.7%인 770곳에서 미국의 먹는 물 수질기준을 웃도는 우라늄(평균 111.06㎍/ℓ)·라돈(278.73bq/ℓ)이 검출됐다. 사진은 경기도 안성시 인처동 마을의 방사성물질 저감 장치가 동파된 채 방치된 모습. [강병원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농촌 지역의 지하수 공급에 주로 활용되는 소규모 급수시설 상당수에서 우라늄과 라돈 등 자연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규모 급수시설 4천348곳 중 17.7%인 770곳에서 미국의 먹는 물 수질기준을 웃도는 우라늄(평균 111.06㎍/ℓ)·라돈(278.73bq/ℓ)이 검출됐다. 사진은 경기도 안성시 인처동 마을의 방사성물질 저감 장치가 동파된 채 방치된 모습. [강병원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국내 주택 권고기준은 내년 1월 시행

WHO에서는 라돈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실내 라돈 농도를 ㎥당 100베크렐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가별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기준치가 300베크렐을 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라돈 실내 환경 기준을 ㎥당 148베크렐로 정해놓았다. L당 4 피코큐리에 해당하는 값이다.
하지만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74베크렐, 즉 L당 2 피코큐리 이상이면 라돈 저감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실내 공기 질 관리법’에서 다중이용시설(지하철 역사 등)에 대한 권고기준으로 ㎥당 148베크렐 이하로 정해놓고 있다.
반면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신축 공동 주택의 라돈 권고기준은 200베크렐 이하로 정했다.
공동주택 시공자는 입주 전에 실내 라돈을 측정해서 그 결과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입주민에게도 공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정의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시민들은 90% 이상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고, 주택에서 지내는 시간도 하루 평균 11시간이나 된다”며 “일반 주택의 라돈 권고기준도 다중이용시설과 동일한 148베크렐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기준을 완화하는 바람에 건축업자들에게 유리하게 됐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유럽연합(EU)의 경우도 기존 주택에 대해서는 400베크렐, 신축 주택에 대해서는 우리와 같은 200베크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겨울철 주택 실내공기 라돈오염 지도. 2013년 조사 결과다. [자료=국립환경과학원]

겨울철 주택 실내공기 라돈오염 지도. 2013년 조사 결과다. [자료=국립환경과학원]

전국 주택의 16~20%가 148베크렐 초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에서 주택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라돈 오염도를 측정한다.
2011년부터 2년 주기로 시행하고 있는 전국 주택 실내 라돈 조사는 조사원이 각 주택을 방문해 라돈 검출기를 설치한 뒤 90일 이상 지난 다음 수거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13년 12월에서 2014년 2월까지 전국 주택 6648곳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치가 102.8베크렐로 나왔다.
전국 주택의 16.3%인 1082곳이 148베크렐 기준을 초과했다.
지역별로는 전북·충북·강원·충남·전남 등지에서 권고치 초과 비율이 20%를 넘었다. 이들 지역은 옥천계 지층, 화강암이 널리 분포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라돈 오염지도. 2011년 조사 결과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라돈 오염지도. 2011년 조사 결과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전국 794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국 평균치가 94.5베크렐로 측정됐다.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149.7베크렐로 가장 높았다. 지역 평균치 자체가 기준을 초과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북이 117.0베크렐, 대전이 111.8베크렐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83.1베크렐, 부산은 85.2베크렐, 경기도는 85.2베크렐이었다.
148베크렐을 초과한 가구는 1257가구로 전체의 15.8%를 차지했고, 200베크렐을 초과한 경우는 735가구로 전체의 9.3%였다.
한편, 환경부는 2011~2016년 조사에서 단독주택에서는 131.2베크렐, 연립·다세대 주택에서는 81.6베크렐, 아파트는 65.6베크렐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서 라돈 농도가 높았다.
라돈 검출기. 실내에 설치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라돈 농도를 분석하게 된다.

라돈 검출기. 실내에 설치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라돈 농도를 분석하게 된다.

라돈을 피하는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환기'
국립환경과학원은 2011년부터 조사한 ‘전국 주택 라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라돈 분포지도를 작성해 생활환경정보센터 누리집(iaqinfo.nier.go.kr)에 공개하고 있다.
환경부는 실내 라돈 농도가 높은 주택에 대해 실내 라돈 저감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라돈 알람기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신청하면 라돈 무료 측정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저감 관련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실내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천연 공기정화기인 식물을 기르거나 자주 환기를 해야 한다.[중앙포토]

실내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천연 공기정화기인 식물을 기르거나 자주 환기를 해야 한다.[중앙포토]

라돈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환기를 자주 해 실내 라돈 농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특히 밤 동안 라돈 농도가 올라가므로 취침 전과 후에 충분히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라돈 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바닥이나 벽의 균열을 보강재로 막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이나 건물 바닥 면 아래에 라돈 가스 배출관과 팬을 설치해 강제로 라돈 가스를 외부로 배출해서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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