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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젊은 가수 부부도 이사 온 전원 주택…"낭만요? 일 끊이지 않은 몸 고생"
안장원 기자 사진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젊은 가수 부부도 이사 온 전원 주택…"낭만요? 일 끊이지 않은 몸 고생"

중앙일보 2017.11.10 00:10
북한산 전원 단독주택에도 가을이 왔다.

북한산 전원 단독주택에도 가을이 왔다.

 서울에서 보는 쟁반 같은 둥근달.북한산 위로 달이 솟았다.

서울에서 보는 쟁반 같은 둥근달.북한산 위로 달이 솟았다.

“주성치가 이사 왔대.”
 
“연예인?”
 
“가수라네. 부인도 노래한다네.”
 
“홍콩에 있을 텐데.”
 
“홍콩까지 유명한 한류 가수여?”
 
제가 사는 동네 아저씨들이 나눈 최근 대화입니다. 최신 대중문화에 좀 둔감하신 분들이죠. 몇 가구 살지 않다 보니 사람 들고 나는 게 뻔합니다.
 
홍콩 배우 주성치는 아닌 것으로 판명 났지만(이름을 대면 알만한 부부입니다) 젊은 연예인 부부가 제가 사는 전원 단독주택 동네에 이사왔습니다.   
 
제가 북한산 인근 단독주택으로 들어와 산 지 2년이 지났습니다. (2년 전 중앙선데이에 쓴 ‘30여 년 만의 단독주택 귀환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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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글이 입성기였다면 이 글은 후속 ‘살아보니 ’입니다. 도시민, 특히 중년 남성의 ‘로망’ 전원 단독주택 체험기인 셈입니다.  
 
먼저 헷갈릴 것 같아 용어부터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사는 집은 건축법상 2층짜리 단독주택입니다. 우리 집만 사는 게 아니라 1, 2층에 서로 다른 세대가 거주합니다. 거주방식으로는 한 가구만 사는 ‘단독 ’주택이 아니라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다가구’인 셈이죠. 그래도 흔히 아는 다가구와는 다른 집이어서 이해하기 쉬운 단독주택으로 부르기로 하죠.   
북한산에서 내려다 본 동네.

북한산에서 내려다 본 동네.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전원생활 
 
전원생활·귀농·귀촌 가운데 저는 어디쯤일까요. 생계를 위해 농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니 귀농은 아닙니다. 자연환경은 시골과 마찬가지지만 행정구역이 서울이어서 귀촌이라는 표현도 어색합니다. 전원생활이 적당할 것 같네요.  
 
저희 동네는 북한산이 동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백운대·의상봉 등 암벽 봉우리가 솟아있습니다. 둘레길 근처여서 주말이면 등산객이 많이 지나갑니다.  
 
늦가을. 세 번째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단독주택에 산다고 하면 가장 먼저 묻는 말 중 하나가 “춥지 않으세요?”죠.  
 
당연히 춥습니다. 집이 추운 게 아니라 바깥 기온이 서울 도심보다 4~5도 낮아서입니다. 신기하게도 도심에서 동네로 들어오는 고개만 넘으면 승용차 실외 온도계가 3도 뚝 떨어집니다. 산 쪽으로 더 들어와 살다 보니 아마 더 온도가 낮겠죠. 그래서 계절보다 한걸음 빨리 옷이 바뀝니다. 동네 주민들 옷은 벌써 겨울입니다.  
가을빛은 가을을 닮았다.

가을빛은 가을을 닮았다.

하지만 집 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 나름이죠. 지은 지 4년 정도 된 집으로 옛날 시골 단독주택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화장실 바닥도 난방돼 아파트 난방시설과 별 차이 없습니다.  
 
다만 아파트는 중간에 낀 집이면 위아래 좌우 집의 단열효과를 톡톡히 보지만 단독주택은 그러지 못할 뿐이죠.  
 
버스 노선 드물고 택시 승차 거부 일쑤  
 
단독주택살이가 여간 불편하고 고단한 게 아닙니다. 우선 도심에서 10~15km 떨어져 있는 변두리지만 서울인데도 교통이 애매합니다. 경기도에서 들어오는 2개 노선의 버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버스가 서로 다른 회사인데도 우연인지 배차시각이 비슷합니다. 한 번 놓치면 10~2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겨울에 이 시간 동안 북한산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건 끔찍한 일이죠. 그러다 보니 버스 도착 시각을 맞추기 위해 뛰기 예사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동네 애들 엄마 한 명은 거의 매일 아침 채 다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리곤 합니다.  
 
도심에서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오기 위해 택시를 탈 수 없는 상황이 가끔 있습니다. 동네 이름을 얘기하면 못 간다고 해서 탔다가도 내리기 일쑤죠. 명백한 승차 거부지만 빈 차로 나와야 한다는 말에 대꾸하기 어렵더군요.  
 
늦지 않은 시간에 용케 택시를 타고 가다 택시 기사와 승강이를 벌인 적도 있습니다. 경기도가 아니냐며 왜 서울로 속이냐는 거죠. 동네 옆 개천 너머가 경기도이긴 해도 정확히 서울인데도 말입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동네에 가까워지면 아파트 불빛이 사라진 외진 곳이다 보니 기사들이 겁을 먹기도 합니다. 으슥한 곳에서 봉변을 당한 주변 택시 기사 얘기를 하면서 말이죠.      
 
이러다 보니 택시 타는 데 잔머리를 굴리게 됩니다. 우선 도심에서 멀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전철역으로 온 뒤 주변 지역을 잘 아는 택시로 갈아타는 거죠.  
 
단독주택은 주차가 번거롭습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앞마당을 주차공간으로 씁니다. 비나 눈 걱정 없이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곧장 집으로 갈 수 있는 아파트가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차를 타러 가거나 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들어갈 때 눈비를 맞아야 하고 겨울엔 춥죠. 지금부터 차 앞 유리와 사이드미러를 보호해야 합니다. 밤마다 못 쓰는 이불로 덮고 아침엔 걷고. 그렇지 않으면 아침마다 성에를 제거하느라 진땀을 빼야 하죠.  
 
일 많아 퇴근 후가 더 피곤 
 
단독주택 생활은 끊임없이 육체적 노동을 요구합니다. 제대로 하려면 일이 끝이 없는 ‘일 구덩이’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좋은 공기 마시며 쉴 생각 하면 큰 오산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이 없기 때문에 사는 사람이 자기 집을 관리하는 게 기본입니다. 장마철엔 빗물이 집 마당으로 밀려오지 않도록 물길을 만들어야 하고, 여름엔 수시로 마당 풀을 뽑습니다. 풀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무성하게 자랍니다. 완벽하게 제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게 됩니다. 빨리 겨울이 와서 고사하기를 바라며. 
    
요즘같이 겨울이 다가오면 채비를 해야죠. 단열을 높이기 위해 ‘뽁뽁이’를 유리창에 붙이는 게 좋습니다. 온실효과가 있어 따뜻하고 난방비도 절감됩니다.  
 
마당 수도 계량기와 수도꼭지를 동파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못 쓰는 옷가지를 활용합니다. 단독주택에서 계량기가 얼어 터지면 땅을 파내 수리해야 하므로 큰 공사가 됩니다.  
 
한겨울엔 마당과 집 앞 도로 제설작업이 기다립니다. 자연에서 만끽하는 겨울 눈의 낭만은 포기해야 합니다. 눈을 제때 치우지 않으면 빙판이 되죠. 지난해 가을 동네 주민들이 모여 삼겹살 파티를 했는데 그때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어른들의 첫 당부가 자기 집 앞 눈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이곳에서 보낸 두 번의 겨울 동안 큰 눈이 오지 않아 다행이네요.  
북한산 가을냄새는 고약하다.

북한산 가을냄새는 고약하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고 첫해엔 주말마다 몸살을 앓을 정도였습니다. 전원생활 의욕이 넘쳐서였죠. 텃밭을 가꾸느라 주말마다 농부로 변신했습니다. 주 중에도 이른 아침 밭으로 나가야 할 때도 잦았습니다.  
 
가장 힘든 건 배추벌레 잡기였습니다. 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키운다고 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잡았습니다. 배추벌레는 하얗게 생겨 쌀 톨보다 좀 작은데 배추 포기 가운데 숨어서 잎을 갉아먹습니다. 한 포기에 많게는 10마리 넘게 잡은 적도 있습니다.  
 
텃밭 줄이고 바비큐도 자제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벌레를 찾기 위해 잔뜩 눈에 힘을 주고 손가락이나 집게로 잡아내 ‘처리’하고 나면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쑤셔 일어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전원생활 하러 왔지 배추벌레 잡으러 온 게 아니다”며 아내와 말다툼까지 했을까요. 배추는 이사 온 첫해에만 키우고 그 이후론 포기했습니다.  
 
텃밭을 가꾸고 호박·토마토 등을 기르다 보면 쑥쑥 자라는 게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게 양이 상당합니다. 식구가 많지 않은 집에서 먹기에 너무 많습니다. 동네 주민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주고도 남습니다. 나눠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꾸 주기도 그렇고 해서 버릴 때도 있죠. 자연의 생산력에 다시 한 번 더 놀라게 됩니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다 보니 군데군데 벌레 먹거나 제대로 자라지 않아 대부분 모양이 예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식을 만들면 '야성'적인 맛이 납니다.  
 
주민들 가운데 먹거리를 구하기보다 취미로 텃밭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야채 등을 기르는 재미 때문이죠. 먹는 건 주로 대형마트에서 해결합니다.        
 
전원생활에 바비큐가 빠질 수 없죠. 저도 테이블과 장비를 사들였습니다. 지인들을 초청하거나 가족이나 동네 주민들과 모여 심심찮게 불을 피웠습니다.  
 
갓 이사 온 사람은 장비를 쓰지만 이전부터 살던 사람들은 공사장 등에서처럼 잘라낸 드럼통에 산에서 주운 참나무로 고기를 굽습니다. 뒷산에 떨어진 참나무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첫해만 ‘반짝’했고 번거로워 그 이후론 특별한 일이 아니면 화로를 꺼내지 않습니다. 그냥 가스버너에 불판을 올리고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편하게 됐습니다.  
텃밭 가꾸기는 고역이다.

텃밭 가꾸기는 고역이다.

바로 옆에 명산이 있으니 등산을 쉽게 할 수 있어 좋겠다는 말을 듣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끔 산에 오를 뿐입니다.  
 
오히려 등산이 싫어졌습니다. 일부 등산객들의 꼴불견 때문입니다. 집 주변에서 자주 보다 보니 실망스러워졌습니다.  
 
햇볕·바람의 소중함 깨달아
 
2년이 지나면서 그렇게 여기 생활에 적응한 셈입니다. 펜션에 놀러 와서 바비큐를 하고 자연경관을 놀라워하며 수선을 떠는 관광객 같은 호들갑은 사라지고 그저 ‘그냥’ 살게 됐습니다.  
 
2년여간의 전원생활이 가져다준 이득도 있습니다. 가족들이 밝아지고 편해졌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아파트에선 층간 소음과 전쟁을 치러야 하고 늘 “조용히 해라”는 부모 잔소리에 아이도 기죽어 지내지만 여기선 다릅니다.  
 
자연환경은 사람의 심리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에선 왠지 긴장감을 느끼고 뭔가에 쫓기듯 산 것 같은데 이곳에선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출퇴근하면서 가릴 것 없이 탁 트인 하늘과 산을 보기 때문이겠죠. 밤에 동네 산책을 하면서 살짝 고개를 들면 막힘 없는 달빛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풀벌레 소리, 새 소리, 빗소리는 자장가와 같습니다.      
여름 앵두, 가을 감. 햇볕과 바람이 키웠다.

여름 앵두, 가을 감. 햇볕과 바람이 키웠다.

햇볕과 바람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주말이면 이불이며 빨래를 널기 바쁜데 요즘처럼 청명한 날씨의 햇볕을 쬔 뒤 나는 ‘햇볕 내음’이 좋습니다.  
 
단독주택 생활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맛을 들이다 보니 전원 단독주택 생활을 쉽게 떠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다시 아파트에서 살라고 하면 못 살겠어”입니다. 농기구며 바비큐용 장비 등 단독주택 ‘정착금’이 아까워서라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파트 생각이 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살기는 여기 살더라도 재테크용으로 어디 아파트 하나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독주택으로 옮겨오며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준 뒤 얼마 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됐거든요. ‘돈’ 생각하지 않고 단독주택 생활에만 젖어 있자니 꿈틀꿈틀하는 아파트값에 왠지 찜찜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겠네요.  
 
다음번엔 우리 집과 동네 파수꾼이자 말썽 꾸리기인 ‘견공’들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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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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