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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애증의 암호화폐 리플…“매물 쏟아내 가격 폭락하는 일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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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중앙일보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의 어쩌다 투자] 애증의 암호화폐 리플…“매물 쏟아내 가격 폭락하는 일 없을 것”

중앙일보 2017.11.09 09:06
시가총액 4위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리플(XRP)’은 국내에선 ‘리또속’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리플에 또 속았다’, 또는 ‘리플이 또 속였다’는 의미다. 매번 가격이 오를 것 같아 샀지만, 다시 가격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출처: steemit

출처: steemit

 
오죽했으면 가수 송대관의 노래 ‘유행가’ 중 한 구절(‘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을 빗대 ‘리또속 리또속 신나는 거래 나도 한 번 물려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다. 리플이 뭐길래 이럴까. 
 
리플은 은행간 거래에 특화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기반한암호화폐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 현재 시가총액이 비트코인(1243억 달러), 이더리움(295억 달러), 비트코인캐시(104억 달러)에 이은 4위(84억 달러)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가격이 0.01달러(약 11원)에도 못 미쳤다. 그럴 것이 발행량이 1000억개로 너무 많다. 비트코인 등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가 채굴(min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신규 코인을 만드는 것과 달리, 리플은 같은 이름의 회사 ‘리플(구 리플랩스)’이 코인을 발행하는 구조다. ‘탈중앙화(decentralized)’된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리플이라는 회사가 통제하는 ‘중앙화(centralized)’된 암호화폐다(회사 이름 리플과 구분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리플을 XRP로 구분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부르고 기억하기 쉽게 통상 회사 이름을 따와 리플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했다. 5월엔 0.4달러(약 446원)까지 뛰었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 최근엔 0.2달러(약 223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비트코인이 연초 1000달러에서 최근엔 7000달러를 웃돌 정도로 급등했다고 하지만 리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리플은 연초 0.006달러에서 9일 오전 9시 현재 0.22달러에 거래 중이다. 35배 올랐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242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그 가운데서도 리플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빗썸의 거래량은 전체 리플 거래량의 55%를 차지한다. 리플 거래량 기준으로 2ㆍ3위 거래소 역시 국내 업체인 코빗과 코인원이다. 두 곳의 거래량을 합치면 15% 안팎이다. 곧, 원화 거래량이 전체 리플 거래량의 70%를 웃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월등히 높다.
 
국내 투자자들의 유별난 리플 사랑은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몇십원만 올라도 몇십%가 오른 셈이다. 비트코인은 현재 800만원 넘게 줘도 1개를 못 사는데 리플은 3만4000개 정도는 살 수 있다. 심리적인 매수 진입 장벽이 낮다.
 
그리고 왜 가치가 있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지금 비트코인은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쓰임새가 불분명하다. 집도 사고 요트도 산다는데 가격 변동이 이렇게 심한 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삼기엔 어렵다. 송금이 빠르다고 하는데 3~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해외 송금이면 모를까 국내 송금의 경우 은행을 통하면 수초면 되는데, 굳이 비트코인을 쓸 이유가 없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도 9월 말 방한 인터뷰에서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리플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 은행 간 대규모 송금을 위해 만들어졌다. 은행들은 현재 SWIFT(국제 통신협정)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송금을 한다. 그런데 여러 번 환전하고 여러 은행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너무 많이 나간다(해외, 특히 오지에 송금 한 번 사람은 금방 이해할 수 있겠다). 시간도 4~5일 걸리고, 멀리 떨어진 곳이 시골이라면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리플을 활용하면 이런 송금이 수초 내에 이뤄진다. 리플은 초당 결제처리 건수가 1500건이 넘는다. 한국에서 브라질로 돈을 보낼 때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달러를 헤알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리플만 활용하면 원화를 리플로 바꾸고, 그 리플을 헤알화로 바꾸면 된다. 환전 과정을 줄이니 당연히 비용이 절감된다.
 
싸고 빠르게 송금이 가능한 리플이 상용화돼 현재 SWIFT를 통해 이뤄지는 송금량의 일부만 가져와도 리플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며 ‘버블’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리플은 그런 논란에서 빗겨나 있다. 회사가 장사를 잘하면 주가가 오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리플 가격을 설명할 수 있다.
 
일방적인 구애에도 리플 가격은 반응하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때마침 리플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6일 서울 역삼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서울 리플 밋업’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와 이튿날인 7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종합해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정리했다. 밋업 행사는 미구엘 비아스 XRP마켓 부문 대표, 인터뷰는 에미 요시카와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이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회사 관계자들이 암호화폐 리플을 설명할 때는 실제로 XRP라고 지칭했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리플로 표기했다). 
미구엘 비아스 리플 XRP마켓 부문 대표. 사진: 트위터(리플피드)

미구엘 비아스 리플 XRP마켓 부문 대표. 사진: 트위터(리플피드)

 
리플(회사)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 달라
“인터넷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것처럼, 돈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 비즈니스는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먼저 x커런트. 은행과 지급결제 업체를 위해 만든 서비스다. 실시간 지급결제가 가능한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거다. 현재 100개가 넘는 회사가 고객사로 있다. 둘째가 x래피드다. 여기서 리플(XRP)이 쓰인다. 구조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돈을 보낸다고 하자. 그러면 1~2일이 걸린다. x래피드를 활용하면 미국 거래소에서 리플을 사서 멕시코로 보낸 후 현지 거래소에서 리플을 팔아 페소로 인출한다. 이 경우 송금이 수 초 내면 끝난다. 현재 쿠알릭스(Cuallix)라는 업체가 미국-멕시코 간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셋째, x비아다. 기업 등에 각자의 지급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 4분기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에미 요시카와 리플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이사. 사진: 코인원

에미 요시카와 리플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이사. 사진: 코인원

 
x래피드 서비스를 활용해서 미국에서 인도로 돈을 보낸다고 하자. 그 사이 리플 가격이 바뀔 텐데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돈의 가치가 달라지는 게 아니냐. 게다가 국가별로 리플 가격이 똑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해서 국내에서는 해외보다 암호화폐 가격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송금으로 인한 시차는 문제가 안 될 걸. 수초내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다. 국가별로 리플 가격 차이가 나는 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걸로 본다. 지금은 시장이 초기 단계라 국가별로 가격 차이가 벌어진다. 규모가 더 커지면 이런 일은 사라질 거다. 하지만 당장 국가별로 리플 가격이 달라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엔 리플(회사) 측에서 보유한 코인으로 손실분을 보상한다. 곧, x래피드를 썼다고 해서 최종 수취인이 가질 돈의 가치가 달라지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리플 가격이 4~5월 급등했다. 새로운 서비스도 내놓고 제휴 은행도 늘어나는 등 사업이 잘되는 것 같은데 리플 가격은 왜 안 오르나. 회사가 가격을 통제한다는 소문이 돈다.
“전혀 아니다. 믿어달라. 다른 누구보다 리플 가격에 민감한 게 우리다. 우리가 가장 많은 리플을 들고 있다(현재 약 600억개). 리플 가격은 우리가 올릴 수도, 떨어트릴 수도 없다. 아직 미성숙한 새로운 시장이라 우리가 뭔가를 발표해도, 심지어 침묵을 지키고 있어도 시장이 반응한다. 투자자로서 우리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유한 리플 중 550억개를 에스크로 계좌에 넣고 매달 최대 10억개씩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가 리플을 시장에 쏟아내면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에스크로 계획을 통해 우리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믿어달라. 우리는 리플을 지급결제에는 가장 유용한 최고의 디지털 자산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회사 관계자들은 한 번도 리플을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모두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라는 표현을 썼다).   
 
리플의 송금 기술이 뛰어난 것은 알겠다. 그런데 SWIFT를 통한 송금에 3~4일이 걸리는 이유가 여러 은행을 거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각국의 외국환 관리법이나 자금세탁방지법 등의 규제 이슈가 있기 때문인 걸로 알고 있다. 리플은 규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리플을 활용해 송금한다고 해도 자금세탁방지법이나 실명확인 등과 같은 규제는 여전히 은행의 책임이다. 우리는 송금을 빠르고 편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 송금업자(remittance)는 아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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