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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 열리다] 아우라지 돌다리 건너며 아리랑, 꼬부랑 꽃벼루재 넘으며 아라리요

중앙일보 2017.11.02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골지천 두 물길이 합쳐져 조양강 물길을 이룬다.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골지천 두 물길이 합쳐져 조양강 물길을 이룬다.

2코스는 올림픽 아리바우길 9개 코스 중에서 가장 길다. 유일하게 20㎞가 넘는다. 그래도 난이도는 중간 정도로 매길 수 있다. 대체로 평탄해 부담이 덜하다.
 
2코스도 조양강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강과 길은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북쪽으로 하염없이 나아간다. 나전역에서 다시 북평교를 건넌 길이 산으로 들어간다. 여기에서 아우라지 어귀까지 이어지는 꽃벼루재 옛길이 시작한다. 7.1㎞ 길이의 완만한 고갯길이다.
 
고갯길은 조양강을 따라 신작로(42번 국도)가 나기 전까지 정선 읍내와 아우라지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고개를 넘는 산길이지만 지금도 널찍한 까닭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시멘트 포장이 옛날에는 이 후미진 산길에 버스가 달렸다는 이력을 증명한다. 인적 뜸한 옛길에 올림픽 아리바우길이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트레일은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끊긴 길을 잇는 것이다.
 
길 왼쪽 아래는 가파른 절벽이다. 절벽 아래로 조양강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1코스에서 말했듯이 정선의 일상은 벼랑 아래의 삶이다. 그러나 이 길은 벼랑 위에 있다. 벼루(베루)가 벼랑의 정선 사투리다. 봄이면 진달래꽃 만발하는 벼랑 고갯길이어서 꽃벼루재다(지루한 벼랑길이 곧 끝난다고 해서 ‘곧벼루재’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뼝대’와 ‘베루’는 같아보이지만 다른 말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조양강 너머 북평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뒤편으로 우람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그 봉우리 가운데 평창올림픽 스키 활강 종목이 열리는 가리왕산 중봉(1433m)도 있다. 꽃벼루재의 맨 마지막 전망대가 마산재다. 마산재에서는 여량들판이 훤히 내다보인다. 첩첩산중 정선에서 그나마 너른 들판을 두른 마을이라 식량사정이 나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량(餘糧)이다. 들판 너머로 아우라지의 세 물줄기가 꿈틀거린다.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 두 물길이 어우러지는 지점이다. 두 물이 합쳐져 한 물을 이루는데 그 물이 여태 걸음을 쫓아왔던 조양강이다. 정선의 길은 물길과 철길이라고 1코스에서 말했었다. 이제 물길 이야기를 할 차례다. 아니다. 이야기보다는 노래가 낫겠다. 정겹고 익숙한 가락이니 따라 불러도 좋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아리랑.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정선아리랑은 팔도 아리랑의 시원으로 인정돼 2012년 아리랑이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될 때 대표 목록에 올랐다. 정선아리랑은 유래가 분명치 않은 다른 아리랑과 달리 600년이 넘는 내력을 자랑한다. 조선 개국에 반대해 정선까지 숨어들어온 고려인들이 지어 부른 것이 아리랑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정선에서는 아리랑을 ‘아라리’라 부르곤 하는데 ‘(누가 내 마음을)알아주리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정선 레일바이크는 전국 레일바이크의 원조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를 달린다.

정선 레일바이크는 전국 레일바이크의 원조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를 달린다.

 
정선아리랑이 위대한 것은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민요의 본령을 간직하고 있어서이다. 단일 곡조에 3000수가 넘는 가사가 전해오며, 현재까지 채록된 정선아리랑은 1200수가 넘는다. 이를테면 ‘아질아질 꽃베루 지루하다 성마령/지옥 같은 이 정선을 누굴 따라 여기 왔나’ 같은 대목은 답답한 두메에 갇혀 사는 정선 사람의 애환을 솔직하게 증언한다. 맞다. 가사의 ‘꽃베루’가 오늘 넘어왔던 그 벼랑 고개다.
 
아우라지역 왼쪽에 1983년 문을 연 ‘옥산장’이라는 식당 겸 여관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1994)에도 등장하는 옛날 여관이다. 주인 김옥매(81) 여사가 손님 앞에서 정선아리랑을 부른다. 앞 못 보는 시어머니 봉양하며 여관을 꾸려온 30여 년 세월이 구성진 아라리 가락에서 배어나온다. 잠은 안 자더라도 밥은 드시라고 권한다. 정선 향토음식이 밥상을 꽉 채운다. 참, 배우 원빈의 고향이 여량이다. 농사 짓는 부모의 집에 일본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우라지에서 길은 조양강 따라 구절리까지 이어진다. 아리랑 가락처럼 길이 유장하다. 구절리역 직전 해발 527m의 가물재를 넘을 때는 나도 모르게 아리랑 가락을 흥얼거렸다. 아우라지역에서 구절리역까지 운행하는 레일바이크 이야기는 3코스로 넘긴다. 
 
특별취재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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