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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9살 생일에 6500달러 돌파한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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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중앙일보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의 어쩌다 투자] 9살 생일에 6500달러 돌파한 비트코인

중앙일보 2017.11.01 11:52
비트코인 가격이 탄생 9년 만에 6500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은 장중 6519.02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규제 이슈로 9월 3000달러 선마저 내줬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여 만에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도 이날 743만3000원을 기록했다. 오후 6시 33분 현재는 6518달러(국내에선 736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자료사진. [중앙포토]

비트코인 자료사진. [중앙포토]

 
◇시작은 한 통의 메일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논문(Bitcoin P2P e-cash paper)’
 
2008년 10월 31일,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오후 2시 16분 33초(세계 협정시로는 11월 1일 오후 7시 16분 33초).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보낸 이메일 한 통이 비트코인의 시작이다(첫 번째 거래는 2009년 1월 이뤄졌다. 거래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탄생 연도를 2009년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출처: 사토시나카모토인스티튜트

출처: 사토시나카모토인스티튜트

 
“나는 제3의 신용기관이 필요 없고, 완전히 개인들 간의 거래로 이뤄진 새로운 전자화폐 시스템을 개발해 오고 있습니다(I‘ve been working on a new electronic cash system that’s fully
peer-to-peer, with no trusted third party)”.
 
이게 이메일 내용의 전부다. 굳이 있다면 자신이 작성한 9페이지짜리 논문을 볼 수 있는 인터넷 링크주소(http://www.bitcoin.org/bitcoin.pdf), 보고서의 앞부분을 복사해 붙여넣은 것 정도다.  
 
논문을 잘 읽어달라는 부탁이나, 의례적인 인사말도 없다. 이메일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식 이름이긴 하지만 한 번도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메일에 표기된 이름 순서를 그대로 따 왔다). 대체로 매끄러운 영국식 영어를 썼지만 가끔씩 미국식 영어 표현도 사용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증거’에 더해, 2년간 그가 작업했다고 주장하는 비트코인 프로그래밍이 한 사람이 하기엔 어렵다는 이유를 덧붙여 “사토시는 한 사람이 아니라 개발자 집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말미에 화자가 범인으로 바뀌는 반전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처럼, 사토시 나카모토란 이름을 삼성(‘Sa’msung)ㆍ도시바(‘toshi’ba)ㆍ나카미치(‘Naka’michi)ㆍ모토롤라(‘moto’rola) 등 4개 기업명을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음모론도 있다).
 
비트코인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2일, 호주 출신 기업가 크레이그 라이트가 BBCㆍ이코노미스트ㆍGQ 등에 “내가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커밍아웃했다. 비트코인재단 수석 과학자를 맡고 있는 개빈 앤더슨은 “그가 비트코인 발명자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공개했다. 또 재단 설립자 중 하나인 경제학자 존 마토니스 역시 “라이트가 비트코인 발명자라고 믿을 만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라이트가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인지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의 제기하는 이들도 많은 상황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건 그는 비트코인 갑부가 됐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비트코인뉴스에 따르면,  현재 발행된 1660만 비트코인 가운데 5.89%(약 98만개)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비트코인당 6400달러로 가정하면, 자산 규모가 약 63억 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집계한 세계 부자 226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39위를 기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60억 달러)보다 높다.
 
◇“아마존과 비슷한 길 갈 것”
 
1일 비트코인 가격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업적을 기념이라도 하듯 생일 기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은 전날(10월 31일)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그룹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출처: 코인데스크

출처: 코인데스크

 
월스트리트저널(WSJ)ㆍCNBC 등에 따르면, CME그룹은 이날 올 4분기 비트코인 선물계약을 도입할 계획이며, 감독 당국의 승인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테리 더피 CME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발전하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 증가를 고려,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도입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선물 시장이 열리면 콜(매수)과 풋(매도)옵션 포지션을 이용해 가격 변동을 헤지할 수 있다. 금ㆍ원유 등과 같은 상품처럼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선물 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최대의 옵션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내년 초까지 현금으로 결제되는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윙클보스(페이스북 지분을 놓고 마크 저커버그와 법적 분쟁을 벌인 형제)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비트코인 ETF 상장을 거절했다. 그때 주요한 거절 이유 가운데 하나가 비트코인 관련 파생상품의 부족이었는데, CME나 CBOE 등이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하면 상장 거절의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비트코인 ETF의 출시는 게임의 판이 바뀌는 걸 의미한다. 80년대 초반 온스(31.1g) 당 800달러를 돌파했던 금값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 2000년대 초반엔 3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2003년 금 ETF가 상장되면서 금값은 상승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괴나 금화, 금 기업 주식에 투자하던 자금은 물론이고, 금 실물 투자를 꺼리던 자금도 금 ETF로 유입됐다. 2011년엔 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출처: 골드프라이스

출처: 골드프라이스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멀티코인 캐피털의 카일 사마니 매니징 파트너는 “금 파생상품 시장이 금 시장보다 훨씬 크다”며 “같은 일이 여기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크립토코인뉴스는 최근 비트코인의 행보를 두고 “아마존을 닮았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아마존을 버블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 모델이라고 폄하했지만 지금은 가장 성공한 전자상거래 기업이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라며 “비트코인도 모든 애널리스트들이나 투자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길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최근 열린 세계 최대 결제ㆍ핀테크 콘퍼런스인 머니(Money)20/20행사에서 미국 달러나 금보다 비트코인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는 가치가 희석(통화량이 많아져 가치가 낮아지는 것)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언제든지 더 찍어낼지 모르는 달러는 가짜(kind of phony)인 반면, 명확하게 숫자가 한정된 비트코인이 진짜이고 실재한다(genuine and real)”고 말했다. 이어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공급량(2100만개)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매장량을 정확히 추정할 수 없는) 금보다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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