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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 펜화공방]정직해져야 글 잘 쓰지, 황현산의 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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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 중앙일보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안충기 펜화공방]정직해져야 글 잘 쓰지, 황현산의 비수

중앙일보 2017.10.21 10:15
  
 
『밤이 선생이다』  
이 시대 최고 산문집이라는 상찬이 따른다.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이 쓴 책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출판 빙하기에 5만부 넘게 나갔다.  
청와대에 초청받은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부부에게 선물했다. 김정숙 여사는 “시대의 비천함을 함께 마음 아파하고, 더러 못 생긴 것, 낮게 놓여있는 것, 투박하거나 소박한 것을 향하는 선생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답례 독후감을 써 보냈다.  
거실 옆 방 하나엔 사방이 책꽂이다. 고양이 세 마리가 있는데 인터뷰 내내 안방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거실 옆 방 하나엔 사방이 책꽂이다. 고양이 세 마리가 있는데 인터뷰 내내 안방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중앙일보 인터뷰팀과 찾은 정릉 집은 내부순환도로가 내려다보이는 고층아파트였다. 예상과 달리 방 하나를 빼고는 훤했다. 대부분의 책은 포천 서재에 있단다. 정릉과 포천을 오가며 사는데 글은 대부분 포천에서 쓴다.    
거실 창밖은 아파트숲이다. 창 아래로 내부순환도로가 지나간다.

거실 창밖은 아파트숲이다. 창 아래로 내부순환도로가 지나간다.

하루 평균 원고지 15장을 채운다. 칼럼은 이틀 생각하고 하루를 쓴다.
 
경남대에서 잠시 교편을 잡던 시절, 술고래 5인방이라고 불렸다. 주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4인방이 더 못 마셔 그랬단다. 그러다 고려대로 옮기며 술이 늘었으니, 학교가 나를 못살게 굴어 그런가보다며 하하 웃는다.  
부질없다고 여겼을까. 가훈이 없다.  
 
-하루라도 책을 안 보면 내가 알고, 1주일을 안 보면 제자가 알고, 한 달 안 보면 세상이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술이 떡이 돼서 들어와도, 어떤 일이 있어도 책상 앞에 앉았다가 잔다. 책을 폈다가 다시 접더라도 그런다. 공부가 직업이니 이도 ‘직업병’일까.  
서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두툼한 원목 책상. 서서 일하기 편한 높이다.

서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두툼한 원목 책상. 서서 일하기 편한 높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지요.
-당황스런 질문이에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면 해요. 지금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세요.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있을까요.
-마음을 비우고 정직해져야지요. 사람들은 정직하지 않게 쓰려 애쓰거든요.  
거실 침상에 앉아 인터뷰하는 황현산 선생

거실 침상에 앉아 인터뷰하는 황현산 선생

 
서재를 찾아간 날은 9월5일이다. 인터뷰 시간 내내 황 선생의 아내는 식탁 한쪽에서 책을 읽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마광수 교수가 떠났다는 뉴스 속보가 떴다.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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