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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휴대폰서 금맥 캐는 도시광산은 '일석삼조'
강찬수 기자 사진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부장) kang.chansu@joongang.co.kr

폐휴대폰서 금맥 캐는 도시광산은 '일석삼조'

중앙일보 2017.10.21 05:00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분실된 휴대폰이 전국 우체국망을 통해 모아져 서울 서초동 정보통신진흥협회 분실단말기관리센터에 가득 쌓여 있다. 1년에 전국에서 폐기되는 휴대폰은 2000만대에 이르고 있다. [중앙포토]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분실된 휴대폰이 전국 우체국망을 통해 모아져 서울 서초동 정보통신진흥협회 분실단말기관리센터에 가득 쌓여 있다. 1년에 전국에서 폐기되는 휴대폰은 2000만대에 이르고 있다. [중앙포토]

도시 광산 (Urban Mining)
 

1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쯤 바꾸는 휴대폰(스마트폰).
국내 전체로는 연간 2000만대 정도의 휴대폰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많은 폐휴대폰을 그냥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도 될까. 환경을 오염시키지는 않을까, 그 속에 유용한 자원은 없을까.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휴대폰 하나에는 대략 0.024g의 금(金)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에 들어있는 금값만 따지면 1100원 정도로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매년 국내에서 버려지는 휴대폰 2000만대에 들어있는 금을 다 모은다면 220억 원어치는 될 것이다.
분실되거나 버려진 휴대전화 [중앙포토]

분실되거나 버려진 휴대전화 [중앙포토]

 
이처럼 버려진 전자제품 등에서 유용한 금속을 추출하는 산업을 ‘도시 광산(urban mining)’이라고 한다.
도시 광산에서는 폐(廢)전자제품을 해체하고, 파쇄·분쇄·선별·제련·정련 등의 과정을 거쳐 순수한 금속을 모으게 된다.
외딴 산속의 광산이 아니라 도시에서, 혹은 도시 인근에서 폐전자제품의 재활용을 통해 원하는 금속을 효율적으로 얻는다는 의미다.
서울 서초동 핸드폰찾기콜센터에는 하루 300여 개의 분실 휴대전화가 들어온다.[중앙포토]

서울 서초동 핸드폰찾기콜센터에는 하루 300여 개의 분실 휴대전화가 들어온다.[중앙포토]

 
폐전자제품 속에는 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속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 100만대 속에는 금 24㎏ 외에도 은 250㎏, 팔라듐 9㎏, 납 9000㎏ 등이 들어있다.
또 니켈·코발트·몰리브덴·텅스텐·주석·인듐·갈륨·리튬·마그네슘 등 20가지 이상의 금속이 포함돼 있다.
개인용 컴퓨터(PC) 폐기물 1t 속에 들어있는 금의 양은 광산에서 캐낸 원광석 17t에 들어있는 금의 양과 맞먹는다.

재활용을 기다리는 세탁기 등 폐가전제품. 강찬수 기자

재활용을 기다리는 세탁기 등 폐가전제품. 강찬수 기자

도시 광산의 중요성은 도시 내 금속 ‘매장량’을 파악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땅속의 금속 매장량은 외국에 비해 많지 않지만, 전자제품에 저장된 형태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내 전자제품 속의 ‘금 매장량’은 2011년 기준으로 6800t에 이른다. 전 세계 전자제품 속 금 매장량의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銀) 역시 세계 전자제품 속 매장량의 22%인 6만t이 일본 내 전자제품 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폐가전제품을 재활용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기자

폐가전제품을 재활용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기자

도시 광산은 일단 경제적으로 보탬이 된다.

지난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도시 광산 내 희소금속의 잠재적 가치 평가’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0년이면 국내 도시 광산 내 희소 금속의 잠재 가치는 연간 최소 3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로 2차 전지의 소비가 늘고, 스마트폰 등 소형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희소 금속의 수요는 늘어나는 데 비해 희소 금속의 채굴 비용이 증가하고, 자원 무기화 등으로 공급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원 무기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세계 희토류(희귀 금속) 생산량 12만6230t 중에서 9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러시아와 인도가 각 2%, 브라질이 0.5%, 인도네시아가 0.3%로 뒤를 잇고 있다. 희토류 생산이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4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 분쟁을 계기로 대(對)일본 희토류 공급을 전년 대비 40% 축소한 적이 있다.   
 
지난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학술지 ‘자원리싸이클링’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국내 도시광산업체 수는 모두 917개이고, 도시 광산을 통한 재자원화 규모는 19조6000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예측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상당한 규모다.
국내 금속 수요의 22%를 도시 광산에서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폐가전제품에서 분리된 부품을 따로 분류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기자

폐가전제품에서 분리된 부품을 따로 분류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기자

도시 광산은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휴대폰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할 경우 자연에서 직접 코발트·구리·니켈·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추출할 때보다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 10%로 줄어든다.
생태 발자국이란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지표다.
생태발자국이 90% 줄어든다는 것은 자원 확보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90%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도시 광산은 특히 폐가전제품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활용하도록 이끌기 때문에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재활용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전자제품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2012년 한 해 중국에서는 1110만t, 미국에서도 1000만t이 배출됐다.
1인당으로 따지면 미국은 29.8㎏, 영국은 21.8㎏, 중국은 5.4㎏의 전자제품 폐기물을 배출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12개국에서 배출된 폐가전제품은 2010~2015년 사이 63%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201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7200만t의 폐가전제품 폐기물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리 해체된 폐가전제품. 강찬수 기자

분리 해체된 폐가전제품. 강찬수 기자

선진국에서 배출된 폐가전제품 중 상당 부분은 개발도상국으로 보내 처리되고 있다.
유럽 폐가전제품 중에서 매년 25만~130만t이 서(西)아프리카나 아시아 수출되고 있다.
서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는 선진국에서 수입된 휴대폰이나 TV, 컴퓨터 등 폐가전제품으로부터 금속을 추출·재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도국의 시민들이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노출되면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많다.
폐전자제품 속에는 유용한 금속도 많지만, 수은이나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에 걸리거나 암에 걸리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맨손으로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분쇄하는 데 동원되는 사례도 많이 보도됐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폐전자제품을 재활용하는 모습.

아프리카 지역에서 폐전자제품을 재활용하는 모습.

또 유해물질로 공기나 물, 토양이 오염되는 일도 다반사다. 폐기장 주변의 환경이 오염되면서 재활용에 직접 간여하지 않더라도 근처 주민들까지 오염에 노출되기도 한다.
아프라카 지역으로 수출된 폐전자제품들.

아프라카 지역으로 수출된 폐전자제품들.

이 때문에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개도국으로 폐가전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에 2016년 기준으로 가전제품 100t이 팔릴 때마다 45t의 폐가전제품을 재활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2019년까지는 신규 판매량의 65%, 혹은 전체 전자폐기물 배출량 가운데 85%를 재활용해야 한다.
 
폐전자제품 재활용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쓸 메달을 폐가전제품에서 추출한 금과 은, 구리를 활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5000개의 매달 제작을 위해서는 금 40㎏, 은 4902㎏, 동 2944㎏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는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휴대전화와 소형 가전제품 기증을 받고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 2014년 1인당 폐가전제품 재활용이 3.9㎏ 정도였는데, 재활용되는 양이 유럽연합의 41% 수준이다.
환경부는 2018년까지 1인당 평균 재활용을 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폐가전제품 재활용을 하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소외 계층도 도울 수 있다.
환경부는 2005~2014년 사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과 공동으로 '범국민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벌여 폐휴대폰 560만대를 모았고, 이를 통해 3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금은 독거노인과 결식아동 등 소외 계층을 위해 사용됐다.
 
도시 광산의 운영은 '일석삼조'인 셈이다.
 
도시 광산 관련기사
 
 
관련 도서
『디지털 쓰레기 -하이테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엘리자베스 그로스만 지음 ∣ 송광자 옮김 ∣ 팜파스

폐가전제품이 어떻게 발생해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폐가전제품 속의 유해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스위스에서 자동으로 폐가전제품 1t을 처리하는 데는 1.3시간이면 되지만 인도에서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데는 138시간이 걸린다는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박경화 지음  ∣ 북센스
내전으로 피폐해진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콜탄(Coltan)이란 광물이 생산되는데, 이를 가공하면 탄탈륨이 되고, 이것은 휴대폰에 사용된다. 이 콜탄을 채취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숲과 고릴라의 서식지가 파괴된다. 폐전자제품의 재활용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이 사례 외에도 이 책에서는 시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보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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