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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이 만난 사람] 북 공단 무단가동 하면 경협 안 하겠다는 뜻, 그래도 희망 안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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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김진국이 만난 사람] 북 공단 무단가동 하면 경협 안 하겠다는 뜻, 그래도 희망 안 버려

중앙일보 2017.10.21 01:00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신한용 회장은 ’문재인 정부 공약 중 하나가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빼고는 신경제 지도의 의미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신한용 회장은 ’문재인 정부 공약 중 하나가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빼고는 신경제 지도의 의미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인터뷰 시간이 바뀌었다. 청와대 담당자와 면담 일정이 갑자기 잡혔다고 한다. 그 내용을 듣고 싶어 신한용(57)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인터뷰는 17일 오후로 미뤘다. 인터뷰 장소도 청와대와 가까운 중앙일보로 옮겼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개성공단은 지난 대선 때 중요한 쟁점이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단 폐쇄 결정을 비판했다. 현재 100만 평(330만㎡)을 2000만 평(6600만㎡)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피해 기업 보상과 공단 재개도 약속했다.
 
그런데 선거 이후 개성공단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기다렸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게 있어 언젠가는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시간이 지연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2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을 몰래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6일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대하여 그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실상 외신 보도를 시인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11일 무단 가동을 확인하기 위해 즉각 방북을 승인하라고 북한 당국에 요구했다. 우리 정부에는 진상 조사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신 회장은 통일부에 이어 청와대 관계자를 접촉했지만 힘이 빠져 있었다.
 
청와대와 논의가 잘 됐나요.
“피해 보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보러 갔습니다. 정부 발표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여튼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정도 말만 듣고 왔습니다.”
 
우리 정부는 방북을 승인하겠다는 입장 아닙니까.
“그렇죠. 북한이 말하는 게 정말로 가동을 시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깃장을 놓느라고 ‘그래, 어쩔래’ 하는 상황인지 통일부도 확실히 몰라요. 우리도 제발 좀 아니길 바라요.”
 
협회가 따로 확인할 라인이 없나요.
“없죠. 대기업은 있을 텐데, 우리 중소업체들은 통일부 기획단 협력하에 모든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중국 쪽에서 듣는 건 없나요.
“1년 전쯤부터 그쪽 기업인으로부터 개성공단 완제품이 장마당을 통해 유통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중국 단둥이나 접경 지역에서 완제품이나 원부자재가 팔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고….”
 
원부자재를 거의 남쪽에서 제공해 공장을 가동해 왔다고 아는데.
“네, 맞습니다. 100%죠. 우리 쪽에 원자재가 없는 것들은 수입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죠. 100% 남쪽을 통해 올라갔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올 수 있는 원자재는 북한으로 직접 들여오겠다고 통일부에 건의했지만 거기까지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북쪽에 그런 협력업체가 없을 텐데 어떻게 가동합니까.
“협력업체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섬유봉제 업체가 60%를 넘거든요. 또 중국이나 러시아와 나름 교역을 하니까….”
 
가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간다는 자체가 상징적이지 않습니까. 남북 당국이 우리 요구를 들어준다면 나름대로 희망이 있는 것이고, 그런 불씨를 붙이자는 것이죠.”
 
그는 보상 문제로 말을 돌렸다. 재개보다는 보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 같다.
 
“지난 정부가 통치권 행위라는 미명하에 닫았지 않습니까.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공단을 묻고…. 그래도 이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원통하고 분하지만 순응했죠. 그렇다면 보상은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보상을 받지 못했나요.
“4800억원 보상했어요. 그러나 우리가 투자자산과 유동자산, 완제품, 원부자재를 다 합쳐서 9500억원을 신고했어요. 그중에 정부가 인정한 금액이 7800억원입니다. 거기서 4800억원 받았으니 한 3000억원 차이가 나잖아요. 정부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하지 않은 겁니다.”
 
왜 지급을 안 한 거죠.
“전 정부에서 그랬어요. ‘예산이 없다. 예산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남쪽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해요. 문 닫았다고 국민 세금으로 다 주게 되면 정권 입장에서 부담이라는 거죠.”
 
보상 산정은 완전 철수를 전제로 한 건가요.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정부가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만약 재개되면 그걸 전부 정부에 돌려줘야 해요.”
 
그럼 기업 입장에서는 재개보다 보상을 제대로 받는 게 현실적이네요.
“그렇죠. 그렇지만 기업인에게 투자라는 게 자식과도 같습니다. 재개되면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대부분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그게 얼마나 되죠.
“5개월 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제가 지역별로 다니며 회원사 좌담회를 했습니다. 새 정부는 전 정부와 다르다는 기대감이 상당했어요. 기업들이 늦어도 1년 안에는 다시 열릴 거라고 생각했죠. 그때는 93%가 다시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5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그동안 핵실험이 두 번이나 있었고, 무단으로 가동한다는 설이 있고…. 무단으로 가동한다면 우리하고 같이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도 아프리카도 다 가봤는데 북한만한 곳이 없더라는 거예요.”
 
회원사들 사정은 어떻습니까.
“베트남이나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이 124개 회원사 중 20여 군데입니다. 그만두고 치킨집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폐업하는 순간 대출을 전부 갚아야 하기 때문에 폐업도 못하는 기업이 10여 군데 정도 있고…. 모두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재개될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문재인 대통령 의지도 그랬고,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리고 이른 시일 안에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업인들끼리는 ‘나는 올해’ ‘내년’ ‘나는 2년’ 이렇게 내기도 합니다. 지금은 누가 봐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리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재개되더라도 인질이 될 위험은 없습니까.
“주변에서는 염려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어떤 위험을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우리는 거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국제사회가 다 거기를 보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남쪽에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나요.
“우리가 800여 명 들어갔습니다. 협력사가 5000여 개 정도 됩니다. 7만8000명 정도의 고용효과를 냅니다. 원부자재 거의 80%가 국산입니다. 협력사는 아니더라도 원부자재를 공급해 주는 남한 기업들이 있어요. 개성공단 같은 게 5개 정도만 조성되었더라도 이런 파국과 긴장관계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안보의 현장이고, 상생의 현장이고, 경협의 현장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경제적 가치 이상이죠.”
 
그는 “폐쇄 당시 포함돼 있지 않았던 유엔 제재안에도 개성공단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에게 희망을 건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공약 중 하나가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북한을 빼고는 신경제 지도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의지를 지금은 표출하지 못하더라도 나름의 준비는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좌파, 종북 기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도 나름의 기대감, 해양경제권이 대륙으로 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활로를 우리가 작게나마 그 불씨를 만들려고 한 것이지 돈만 벌려고 가는 게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S BOX] 남북 공동어로용 어망 만들고 싶었어요
신한용 회장은 충남 태안에서 2남3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교육을 위해 인천으로 이주하며 형과 누이들만 데려갔다. 신 회장은 조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으라며 남겨놓았다. 이 바람에 늦게 인천으로 올라와 인하대를 졸업했다.
 
그는 1993년 무작정 중국으로 갔다. 산둥성 룽청(榮城)시에서 어망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농사도 짓고, 고깃배도 타 어망에 익숙한 덕분이다. 현재 그가 대표인 신한물산 중국 공장 종업원 수는 500명.
 
그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뒤늦게 개성공단에 들어갔다. 10·4 선언에 서해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때 반대도 있었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망을 개성공단에서 만들어 남북 공동어로작업에 쓰면 그것만큼 희망적이고 보람된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재작년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당시 종업원은 230명, 연 매출이 120억원 정도였다. 현재 충남 예산에 대체 공장을 세워 50명 정도를 고용하고 교정인력 80명도 쓰고 있다.
 
그는 학업이 늦었다. 하지만 인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5년째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매년 여름 학생들을 이끌고 중국으로 가는 ‘현대판 장보고를 만들자’ 탐방도 맡고 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kim.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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