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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참 어려웠던 잃어버린 스마트폰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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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 중앙일보 논설위원 cho.kangsoo@joongang.co.kr

[논설위원이 간다] 참 어려웠던 잃어버린 스마트폰 찾기

중앙일보 2017.10.19 01:00
조강수의 세상만사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휴대전화(스마트폰)를 분실한다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기억의 집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인간이 지닌 재능의 심리적·물리적 확장이다. 바퀴는 발의, 책은 눈의, 옷은 피부의, 전자회로는 중추신경의 확장이다’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정보화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층은 분실 시 대처법을 잘 안다. 50~60대로 갈수록 충격과 공포가 크다. 내가 추석 직전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가 찾는 24시간의 과정은 자포자기와 결의 다짐, 실수와 성공이 교차하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결국 법조계를 오래 취재한 노하우를 살려 수사하듯 추적해 찾았다.

 
지난달 19일 오전 3시. 잠자리에 들기 전 충전을 하려고 휴대전화를 찾다가 머리가 쭈뼛해졌다. 어라? 그날 입고 나갔던 윗도리와 바지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두 번, 세 번…. 머릿속이 하얘졌다. 또 잃어버린 건가? 몇 년 간격으로 만취 시 반복되는 악몽. 분실하고 나면 으레 휴대전화 저장정보들을 반드시 백업해 두리라고 다짐했건만 언제나 실천이 문제였다.
 
그 안에 뭐가 있었더라? 3000여 개의 지인 연락처와 스케줄 표, 문자메시지, 은행거래용 앱, 공인인증서…. 아! 고양시의 쥬쥬동물원, 마카오 여행 가서 네 살배기 딸과 찍은 사진들도 있다. 다시 가서 찍은들 그때의 표정이 나올 리 만무하다. 머리가 띵해졌다.
 
휴대전화가 어디서 사라졌지? 거꾸로 되짚어 봤다. 두 군데로 좁혀진다. 1차 저녁을 먹고 2차로 서울 연희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에 들렀다. 거기 아니면 후배를 상암동까지 데려다주고 귀가했던 일반 택시 안뿐이다. 사라진 내 휴대전화로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응답이 없다. 오만 가지 잡생각이 들었다. 약간 교외로 벗어나면 분실 휴대전화를 사려고 항시 대기하는 업자들이 있고 10만원대에 거래돼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매일 날아가고 있다는 방송 보도가 떠올랐다. 전화를 끊고 5분 뒤 다시 걸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전 7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일어나자마자 차를 몰고 이자카야로 향했다. 음식점 문은 철통같이 잠겨 있었다. 보안시스템도 작동 중. 허탕을 치고 돌아서는 길에 분실 신고를 하고 발신도 정지시켰다. 집에서 기다리던 아내가 힘이 됐다. 생판 모르지만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 이자카야 셰프의 페이스북으로 디엠(DM) SOS 메시지를 보냈다. “저희 남편이 어젯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는데 그 가게에 두고 온 것 같다고 합니다. 휴대전화가 정말 필요한 직업인데 저녁에 문을 연다고 하셔서 급하게 연락드립니다.” 조금 후 뜻밖에 그 셰프로부터 답신이 왔다. “저는 지금 공항이라서 담당자에게 전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아내가 안쓰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예전에 썼던 중고폰을 쓱 내민다.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무언의 종용?
 
오전 10시. 출근하자마자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중고폰을 개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실수였다. 일단 보름 정도 대여폰을 사용하며 분실 휴대전화를 찾는 게 현명하다. 왜냐하면 내 번호로 중고폰을 개통하는 순간, 분실 휴대전화는 공기계가 된다. 위치추적이 불가능해진다. 찾는 걸 포기하기엔 마음이 쓰렸다. 통신판매로 큰 맘 먹고 구입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신형 ‘갤럭시8’이다. 전의를 불태웠다.
 
오후 1시. 이자카야에서 연락이 왔다. 자기네는 손님들이 놓고 간 물건은 뭐든지 카운터에 맡겨 두는데 휴대전화는 없단다. 남은 곳은 택시다. 그러나 차량번호도, 기사 이름도 모른다. 택시비 영수증이라도 받아 둘걸, 후회막급했다.
 
오후 3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내 신용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고 택시기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은 자정 넘어 지불된 내역을 찾아내 결제시간을 알아냈다. 이어 티머니 택시인데 정식 의뢰서를 작성해 자료 요청을 해야 하고 답신을 받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은 듯했다. 작으나마 빛이 보였다.
카드회사 고객센터가 티머니택시 측에 공문으로 요청해 택시회사와 차량 번호를 확인한뒤 기자에게 보내왔다.

카드회사 고객센터가 티머니택시 측에 공문으로 요청해 택시회사와 차량 번호를 확인한뒤 기자에게 보내왔다.

 
오후 5시. 기가 막힌 문자가 왔다. ‘9/19 00:13분 1만2400원 승인되었으며 운수회사는 ○○통운. 전화번호는 02-XXXX-XXXX, 차량번호 서울 00자 0000입니다’.
 
득달같이 택시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직원이 “그 기사는 오전까지 근무를 하고 쉬러 갔으며 저녁때 다시 나오니 그때 연락해 보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기사 연락처를 물었더니 규정상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형사사건이 될 수 있다”고 다그쳤다. 직원이 “옛날에는 내다 파는 경우가 있었지만… 우리를 뭘로 보고 그러느냐”고 기분 나쁘다는 투로 대꾸하더니 이내 “원래 안 되는데 휴대전화번호를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제발 갖고만 있기를….” 전화를 두 차례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오후 5시25분, 26분에 연달아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어제 택시에 타자마자 문자메시지를 한 기억이 난다’고 적었다. (사실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억’은 전혀 없었다.) 묵묵부답. 2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오후 7시36분. 이번에도 답이 없으면 관두자는 심정으로 마지막 문자를 날렸다. ‘아무런 연락이 없으시면 부득이 경찰에 수사 의뢰해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신기하게도 딱 1분 만에 전화가 걸려 왔다. “택시기사입니다. 어제 손님이 내리고 난 다음 여성 분을 금호동까지 태워 드렸는데 그분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기자가 택시 기사에게 5시25,26분 및 7시 36분에 차례로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

기자가 택시 기사에게 5시25,26분 및 7시 36분에 차례로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

 
“그럼, 줬다는 건가요? 갖고 있다는 건가요?” “갖고 있어요. 사우나하느라고 연락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목소리에 뭔가 켕길 때의 미안함과 겸연쩍음이 묻어났다. 내 휴대전화를 꼬불쳤다가 팔아 용돈을 벌려는 심산이었다가 ‘수사 의뢰한다’는 말에 겁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괘씸한 마음보다 기쁨이 더 컸다.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휴대전화 숫자가 한 해 평균 113만 대나 된다(녹색소비자연대)고 하고 주인에게 반환되는 건 30%가량이라니 찾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오후 11시42분. 택시기사가 근무 중 우리 집 쪽을 지나다 휴대전화를 전해 줬다. 그의 손에 5만원권 지폐와 내 명함을 쥐여 줬다. 원래 10만원을 주려다 정상을 참작해(?) 깎았다. 마침 5만원은 ‘핸드폰찾기콜센터’가 진행 중인 ‘핸드폰 습득자 보상금 적정선은 얼마인가?’ 투표에 응답한 3741명 중 가장 많은 1673명의 지지를 받았다. 3만원이 1053명으로 뒤를 이었고 2만원, 1만원, 5000원 순이었다. 분실 24시간 만에 휴대전화와 함께 그 안의 추억과 정보, 기억들도 되돌아왔다. 손휘택 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분실 시 통신사와 경찰서에 동시에 신고해야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는 클라우드 등에 모든 정보를 동기화했다. 매달 1100원짜리 스마트폰 원격 제어 및 위치 찾기 서비스에 가입하고 위치추적 앱도 깔았다. 내친김에 *#06#을 눌러 고유번호도 적어 뒀다. 이제 나는 스마트폰 ‘아이언맨’이다. 이러고도 또 잃어버리면? 헐~.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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