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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연장, 신속재판 더 신경 써야

중앙일보 2017.10.14 01:43
법원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2차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의 중대성과 신속한 심리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1심 구속 만기일(이달 16일 자정)을 앞두고 검찰이 지난달 말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박 전 대통령 측은 “편법 구속 연장 기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장고 끝에 “국정 농단의 정점에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구속 연장이 필요하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구속 기간은 최장 내년 4월 16일 자정까지로 6개월 늘어났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된다.
 
재판부는 “검찰이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SK·롯데 그룹 관련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 구속영장에 적시한 13가지 혐의보다 재판에 넘길 때 적용한 혐의가 18가지로 더 많은데 구속영장에 빠진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에 포함된 혐의로 재청구하는 것은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안종범·김종·차은택 피고인이 구속 6개월이 지나도록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아 구속 기간이 연장된 전례도 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재판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이 석방돼 재판에 불출석하게 되면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이전 검찰·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은 물론이고 일부 국정 농단 관련자 재판의 증인으로도 불출석했다.
 
오히려 논란이 된 건 2차 구속영장 발부의 사유로 재판부가 적시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형사소송법 상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인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 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범죄의 중대성에 해당할 때’에 포함되는 건 맞다. 그러나 이는 2차 구속영장 청구 시 “피고인 박근혜가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데다 추가 증거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검찰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최순실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를 구속 필요 사유로 든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정 농단 사건의 공소 유지를 적폐 청산의 제1 과제로 천명한 사실을 많은 국민은 기억한다. 사법부가 박 전 대통령 구속 기한 연장 결정을 오로지 법리와 양심대로만 판단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자유한국당이 “사법사상 치욕의 날” “사법부가 문재인 정부에 장악됐다는 신호”라며 강도 높게 비난한 것도 일견 납득이 간다.
 
재판부가 ‘공정하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한 뒤 불편부당한 결론을 내야 이번 구속 연장의 의미가 국민들의 피부에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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