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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정권 바뀌었지만 청와대 경제라인은 TK가 잡았다

중앙일보 2017.10.14 01:29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7월 대구시청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장 실장에게 “수도권의 사람과 돈과 일자리가 ‘추풍령 이남’으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말부터 꺼냈다.
 
정권 교체에 따라 대구는 ‘여도(與都)’에서 ‘야도(野都)’로 바뀐 상태였다. 지역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영남 홀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선 호남 인맥이 약진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63명과 장차관급 78명,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 등 4대 권력기관 차관급 이상 고위직 26명, 군 대장급 이상 8명 등 175명 중 호남 출신이 45명(25.7%)이다.
 
이때 장 실장이 말했다. “하하하! 청와대 경제라인은 저만 빼고 다 TK(대구·경북) 사람들이에요.”
 
장 실장의 말에 권 시장은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랬다.
 
광주 출신인 장하성 실장을 제외하고, 정책실 산하의 수석비서관 전원이 TK 출신이었다. 홍장표 경제수석은 대구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서 달성고를 졸업했고, 반장식 일자리수석은 덕수상고를 나왔지만 경북 상주 출신이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왔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보좌하고 챙기는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대구 심인고 졸업생.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경남 산청 출신이지만 경북에 있는 포항공대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쳐 ‘반(半)TK’라는 말이 나온다. 정책실 산하 오중기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을 지낸 TK 출신의 대표적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만 따로 분류했을 때 호남 출신은 23.8%다. 하지만 유독 정책실을 포함한 청와대 경제라인에 TK 출신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역할에는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1과제로 내세운 일자리를 비롯해 ‘혁신성장’ 등 소위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책임자라는 점이다. 결국 장 실장이 권 시장에게 건넨 말에는 ‘영남에 대한 경제적 역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장 실장은 “대구가 추진하는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추풍령 이남’의 역차별을 걱정했던 권 시장은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경제라인에서의 ‘TK 약진’은 지난 10일 공식 임명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했다. 장 위원장은 대구과학고를 나온 대구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위원회가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타워”라며 “민간과 정부의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는 4명의 장관이 참여한다. 공교롭게 이들도 영남색이 강하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부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남 마산 출신이다. 낙마하긴 했지만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산 출신이다. 박 전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았다면 서울생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외한 4명 중 3명이 영남 출신으로 채워졌을 뻔했다.
 
청와대 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정책실의 영남 인사 비율과 관련해 “정책실에는 선거 공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어공’이 상대적으로 적고 부처 출신 전문가인 ‘늘공(늘상 공무원)’의 비율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늘공·어공’ 출신을 따지기에 앞서 ‘준공’(준비된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제라인에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담당하는 자리에 영남권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점은 ‘국민 통합’을 공약한 입장에서 부정적 요인은 아닌 것 같다”고 자평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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