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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인사말하려 하자 “빨리 나가세요” “앉아 있겠다는데 왜 그래요”

중앙일보 2017.10.14 01:18
헌법재판소에 대한 13일 국정감사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격 공방만 벌이다 1시간30분여 만에 끝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감을 시작했지만 첫 순서인 김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앞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김 권한대행은 헌재 사무처장의 업무보고에 앞서 관례상 해오던 인사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거부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청와대가 헌재소장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위법적인 소장 체제”라며 김 권한대행의 자격 문제를 거론하자 다른 야당 의원들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할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청와대 발표는 국회를 무시한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대행을 누가 하느냐를 결정하는 건 헌법재판관들의 권한”이라며 청와대 발표에 유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헌재소장 후보 지명을 늦추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용주 의원은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상적인 대행 체제를 방치하면 국회의 인준 동의권 침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의 자격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반론을 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이수 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고도 석 달 넘게 동의안 처리를 안 하다가 부결시킨 국회가 과연 헌재를 헌법 수호의 보루로 인정했느냐”고 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김 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세월호 사건에서의 생명권을 강조했던 분”이라며 “이는 오로지 한 사람, ‘503’(박 전 대통령 수형번호)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데 대한 반격이자 보복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왜 정권이 벌이는 굿판에 장단을 맞추려 하느냐. 이제는 김 재판관께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개헌 논의가 이뤄질 때 헌법재판소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권한대행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김 대행을 ‘재판관’으로 불렀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고성과 반말도 터져나왔다. 김진태 의원이 김 권한대행에게 “지금 뭐하는 거예요. 빨리 나가세요”라고 말하자 박범계 의원은 “앉아 있겠다는데 왜 그래요!”라고 맞받았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조용히 하세요!”라고 제지하자 박 의원은 “왜 나한테만 그래!”라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권 위원장은 “여야 4당 간사 협의 끝에 오늘 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조만간 날짜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회의장에 머물며 침통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봤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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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용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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