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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tvN에서 파일럿으로 선보인 '김무명을 찾아라'. 무명 배우들이 특정 장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속에 어우러진 가운데 연예인 추리단이 이들을 찾아나선다. [사진 tvN]

추석 연휴 tvN에서 파일럿으로 선보인 '김무명을 찾아라'. 무명 배우들이 특정 장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속에 어우러진 가운데 연예인 추리단이 이들을 찾아나선다. [사진 tvN]

아마 방송사들도 고민이 많을 듯하다. 장장 열흘에 달하는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파일럿을 쏟아냈지만 정작 정규 편성으로 이어질 만한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특히 KBS는 파업 중에도 야심 차게 8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돌아온 건 공영방송이 아닌 민폐방송, 표절방송이라는 비난뿐이었다. ‘하룻밤만 재워줘’가 시청률 10.1%를 기록하며 선전하긴 했지만 낯선 나라에서 처음 본 외국인에게 숙박을 부탁하는 콘셉트로 “나라 망신시킨다”는 악평이 이어졌고, JTBC ‘밤도깨비’와 채널A의 ‘하트시그널’을 그대로 베낀 듯한 ‘줄을 서시오’와 ‘혼자 왔어요’ 등으로 원성을 샀다.  
 
다른 방송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 시청률과 화제성을 둘 다 거머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그램을 찾자면 단연 tvN의 ‘김무명을 찾아라’였다. 지난 7~8일 2회에 걸쳐 방송된 프로그램 시청률은 1%대에 그쳤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인기 스타가 아끼는 무명 배우들에게 방송 출연의 기회를 주기 위해 추리 설계자로 나서서 이들이 특정 장소에 소속된 사람처럼 보이게끔 물심양면으로 돕는 콘셉트가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상민ㆍ정형돈ㆍ정진운ㆍ딘딘ㆍ슬리피 등이 연예인 추리단이 되어 군중 속 ‘김무명’을 찾아 나서는 모습 역시 기존 관찰 예능과는 다른 부분이었다.  
박철민(위)은 설계자로서 무명 배우들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도록 지령을 내리고 연예인 추리단은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무명 배우로 의심되는 사람을 지목해 정체를 확인한다. [사진 tvN]

박철민(위)은 설계자로서 무명 배우들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도록 지령을 내리고 연예인 추리단은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무명 배우로 의심되는 사람을 지목해 정체를 확인한다. [사진 tvN]

 
당연히 프로그램 내내 카메라는 설계자 최수종이나 박철민이 아닌 봉선사와 평양민속예술단에 잠입한 무명 배우들을 쫓았다. 설계자들은 후배들이 한 컷이라도 TV에 더 나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실제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요구하거나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진짜 무명 배우가 누군지 쉽게 맞출 수 없도록 만든 일종의 트릭이었다. 특히 본인도 1988년 연극으로 데뷔해 오랜 시간 동안 무명 생활을 겪고 과일장사를 하다 돌아온 박철민은 누구보다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했다. 후배들 역시 평양 사투리를 구사하거나 노래와 춤을 익히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일주일 넘게 땀방울을 흘리며 이에 동참했다. 몇몇 배우들은 이 프로를 위해 삭발을 단행하는 등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물론 파일럿이니 만큼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라운드를 거듭할 때마다 김무명을 골라내는 회의는 지루하게 이어졌고, 사찰과 무용단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만큼 추리쇼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은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김무명들에 대한 소개와 조명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을 캐스팅할 수 없는 만큼 단역 위주로 선발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들의 필모그래피는 사진 몇 장으로 지나가버렸고,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릴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미션에 성공한 이들은 해냈다는 생각에 하나같이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지만 그들이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에 비하면 한없이 적은 보상이었다. 열심히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조차도 그들이 누구인지 인지하기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김무명을 찾아라'에 출연한 배우들은 최소 일주일 이상 해당 공간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사진 tvN]

'김무명을 찾아라'에 출연한 배우들은 최소 일주일 이상 해당 공간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사진 tvN]

다행히 단역 연기자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 단역배우 33명이 함께 부른 서영은의 ‘꿈을 꾼다’ 축하공연 무대가 화제가 되기도 했고, 역시 오랜 단역 생활을 거친 오달수가 가장 먼저 영화 누적 관객수 1억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주연이 아닌 주변인으로 존재했던 이들의 노고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끝까지 정체를 숨기는데 성공한 김무명에게 드라마 특별출연 기회를 제공한다거나 출연작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숨은 김무명 찾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미션에 실패한 연예인 추리단이 벌칙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하는 것보단 훨씬 실용적인 보상이 되지 않을까.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이 지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동하ㆍ허성태 등을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준 것처럼 ‘김무명을 찾아라’도 더 많은 심스틸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길 바란다.  
민 기자의 心스틸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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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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