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이영학, 성욕 해소위해 범행 …아내 역할 대신할 대상 찾아

중앙일보 2017.10.13 15:08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으로 보냈다. 조문규 기자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으로 보냈다. 조문규 기자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는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딸 친구를 범행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이영학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으로 넘겼다. 지난 8일 구속된 그는 강제추행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은신처·차량 등을 제공한 공범 박모(36)씨는 범인도피·은닉 혐의를 받고 있다.  
  .
이영학은 지난달 30일 자정 20분쯤 딸(14)을 통해 친구인 김모(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자택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성추행했다. 다음날인 1일 오후 12시30분쯤 깨어난 김양이 저항하자 넥타이 등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가방에 넣어 강원도 영월군 야산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학은 범행 하루 전인 29일 딸과 김양을 유인하기로 계획했다. 그는 냉장고에 보관한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두 병 보관했다. 딸은 김양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영화를 보고 놀자고 말했다. 집에 도착한 김양에게 딸은 수면제 음료수를 직접 건네 마시게 했다.  
 
이 과정에서 딸이 아버지의 지시와 달리 수면제를 김양에게 추가로 더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딸은 자신도 수면제가 담긴 작은 음료수를 실수로 반 병 먹으면서 아버지의 계획이 틀어질까 우려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딸이 남은 반병과 함께 감기 기운이 있는 김양에게 수면제 성분도 있는 알약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어 범행 당시 이영학이 김양이 잠이 든 후에도 깨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해 추가로 수면제를 물에 섞어 입에 넣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양이 이영학 부녀로부터 먹게 된 수면제 양은 총 9알 정도로 추정된다.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길우근 형사과장이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 피의자 이영학의 살해동기 및 수법 등에 대한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길우근 형사과장이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 피의자 이영학의 살해동기 및 수법 등에 대한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식 수사결과를 발표한 경찰은 이영학의 범행동기가 성적 욕구였다고 밝혔다. 수사를 담당한 길우근 중랑경찰서 형사과장은 "초등학교 때 집에 놀러 왔던 딸 친구인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정해 성적 욕구를 해소할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이영학은 호송차에 오르기 전 범행이유를 묻자 "아내가 죽은 후 약에 취해 있었고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범행 후 경찰이 이씨 얼굴을 그대로 공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고개를 숙인 이영학은 ""더 많은 말을 사죄해야 하지만 아직 이 모든 게 꿈같이 느껴져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영학이 지난달 6일 중랑구 집에서 투신한 부인을 성매매에 이용하고,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도 별도 수사할 계획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딸에 대한 신병처리도 검찰과 협의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가 일단 마무리됐지만 이영학이 범행대상으로 김양을 지목한 이유는 여전히 의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딸에게 김양을 데려오게 한 이유에 대해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 "OO(김양)이가 착하고 예쁘니 데리고 오라고 했다" 등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반복했다.  
 
경찰은 전날 서울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6명을 투입해 이영학과 딸을 면담했다. 그를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는 "아내를 대신할 성인 여성을 생각하다가 여의치 않아 통제가 쉬운 청소년에게 생각이 미친 것 같다"며 "접촉하기 쉽고 부르기 용이한 딸 친구를 생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 섰다. [연합뉴스]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 섰다. [연합뉴스]

 
이러한 배경에 대해 경찰은 이영학은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자신의 신체 장애를 인식했고, 장애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받은 것으로 전했다. 이영학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도 어느 정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동안 인터넷 등에서 제기돼던 소아성애 성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영학의 딸이 범행을 도운 것은 아버지에 대한 강력한 심리적 종속관계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딸을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오직 아버지를 통해서만 정보와 경험을 공유했고, 경제적인 문제 또한 아버지가 책임지면서 아버지가 세상의 전부다. 딸이 아버지가 없으면 죽는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의 초동대응과 수사과정이 적절했느냐는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 30일 실종 신고 후 김양이 12시간 가량 생존해있었지만 수사에 나선 경찰은 2일 오전에야 이영학의 집을 방문했다. 중랑경찰서는 지난 4일이 돼서야 관할 서장이 보고를 받고 실종수사를 합동수사로 전환했다. 서울경찰청은 부실 수사 여부를 조사하는 감찰에 착수했다. 당시 실종 수사에 나섰던 경찰 관계자는 "단순 가출사건으로 생각하고 판단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규진·하준호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Innovation Lab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