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추석연휴 이후 직장인들이 2025년 10월 달력 꺼내보는 이유?

중앙일보 2017.10.13 14:20
2025년 10월 추석. 10일 금요일이 이번처럼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된다. [사진 스마트폰 달력 캡처]

2025년 10월 추석. 10일 금요일이 이번처럼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된다. [사진 스마트폰 달력 캡처]

공무원 정모(42·경기도 용인 거주)씨는 추석 연휴 이후 출근한 이번 한 주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고 푸념한다. 열흘간의 역대급 한가위 황금연휴를 보내고 화요일부터 근무 중인데 ‘월화수목금금(토요일 당직 경우)’ 때보다 보다 ‘화수목금’이 더 느리게 가는 것 같다고 느낀다. 
 
보고서 작성 등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피곤 감에 소화도 잘 안 된다. 지난 연휴 기간 중 3박 5일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공개로 올린 ‘베트남 추억’ 사진을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쉰다.
 
요즘 그의 낙 중 하나는 8년 후인 2025년 10월 달력 보기다. 금요일인 10월3일 개천절을 시작으로 주말인 4, 5일을 지나 월·화요일 6, 7일이 추석 연휴다. 추석인 6일 전날이 일요일이라 수요일인 8일은 대체 공휴일이 된다. 목요일인 9일은 한글날. 정부가 다음날인 금요일(10일)을 이번 경우처럼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의 ‘꿀’ 연휴가 또다시 이어진다.
추석 황금연휴 마지막날인 9일 황금벌판을 이룬 충남 예당평야 주변으로 예당호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중앙포토]

추석 황금연휴 마지막날인 9일 황금벌판을 이룬 충남 예당평야 주변으로 예당호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중앙포토]

 
그로부터 또다시 3년 뒤인 2028년에는 9일간의 황금연휴(2028년 10월 6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경우)가 또 기다리고 있다. 반면 2022년 9월 추석은 상대적으로 실망이다. 연휴가 나흘뿐이기 때문이다.  
2028년 10월에도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 스마트폰 달력캡처]

2028년 10월에도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 스마트폰 달력캡처]

 
정씨는 “친구들끼리의 단체 채팅방에서 ‘2028년을 위해 여행자금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런 위안이라도 없으면 직장생활 할 맛이 안 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 다니는 몇몇 친구 녀석들은 그때까지 목이 붙어 있을까(명예퇴직 의미) 걱정하더라”고 씁쓸해했다.
 
서울 서대문 직장에 다니는 김모(32·여)씨 역시 연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연휴 전 받아든 건강검진 결과상 아픈 곳 하나 없는데 요즘 누군가 머리를 쿡쿡 찌르는 것 같다. 9시 출근시간을 맞추려면 늦어도 7시쯤 침대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2017년 역대급 최장 한가위 연휴. [사진 스마트폰 달력 캡처]

2017년 역대급 최장 한가위 연휴. [사진 스마트폰 달력 캡처]

 
김씨는 “매우 괴로운 한 주였다. 오늘이 불길하다는 ‘13일의 금요일’이지만 나에게는 '행운의 13일 금요일'이다. 조금만 견디면 주말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도 그나마 위안은 8년 후 추석이다.
 
단군 이래 최장 연휴가 남긴 후유증에 직장인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한주를 보내고 있다. 13일 취업 포털 업체인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성인 남녀 541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후유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8.8%의 응답자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들은 65.3%가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겪는 명절 후유증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는 ‘의욕저하·무기력증’(71.7%)이었다. ‘피곤과 졸음’(63.8%), ‘수면장애’(28.9%·이상 모두 복수응답 조사)이 뒤를 이었다. 후유증을 겪는 원인은 ‘연휴가 너무 길어 적응이 어려워서’(53.1%)를 1위로 꼽았다. 
 
요즘의 이런 후유증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년 후를 기다려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고, 2025년 빨간날이 쭉 이어진 10월 달력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단체 채팅창에서 소식을 공유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또 한번의 한가위 황금연휴로 위안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추석연휴 8일 오후 입국한 여행객들이 공항 청사를 가득 메웠다. 한 조사에 따르면 10일 이상 쉬는 기업은 300인 이상의 경우 88.6%인 반면, 300인 미만의 경우엔 56.2%에 그쳤다. [중앙포토]

추석연휴 8일 오후 입국한 여행객들이 공항 청사를 가득 메웠다. 한 조사에 따르면 10일 이상 쉬는 기업은 300인 이상의 경우 88.6%인 반면, 300인 미만의 경우엔 56.2%에 그쳤다. [중앙포토]

 

이와 달리 황금연휴가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다. 서울의 한 유명호텔에 다니는 이모(40·여)씨는 “연휴가 긴 만큼 시댁에서 겪은 명절 스트레스도 상당했다”며 “전에는 연휴가 짧아 시댁에서 1박2일 정도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3박4일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15년차 중소기업 직원 최모(45)씨 역시 “해외여행을 나가는 이들을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며 “4~5일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기자 정보
김민욱 김민욱 기자

Innovation Lab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