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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남자 몸을 왜 여자가 만져”…공항검색원 '여초' 심각

중앙일보 2017.10.13 11:08
인천공항에서 여성 검색보안요원이 여성 탑승객을 검색하고 있다. 검색은 동성이 하는 게 기본인데,김포공항 등 국내 주요공항은 검색보안요원의 여초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에서 여성 검색보안요원이 여성 탑승객을 검색하고 있다. 검색은 동성이 하는 게 기본인데,김포공항 등 국내 주요공항은 검색보안요원의 여초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김포공항을 이용했던 김주한(41)씨는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남성인 자신의 몸을 여성 검색보안요원이 검색하려 하기에 남성에게 검색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과적으로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항 측에서는 남성에게 검색받길 원하면 다른 검색 레인으로 가서 검색을 받으라고 하는데 레인마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어 비행기 탑승시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레인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김포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매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최근 김해공항을 이용한 유찬호(48)씨도 "여성이 내 몸을 검색하는 게 싫어 남성 검색요원을 불러달라고 했으나 사람이 모자라 지금은 남성요원이 검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남성 검색보안요원이 금속탐지기와 손을 이용해 남자 탑승객을 검색하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남성 검색보안요원이 금속탐지기와 손을 이용해 남자 탑승객을 검색하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이같이 김포공항에서 남성 탑승객의 몸을 여성 검색보안요원이 검색하는 사례가 많은 건 여성 검색보안요원의 수가 남성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김포공항의 여성 검색보안요원은 177명으로 남성(83명)의 배가 넘는다. 검색보안요원의 여초현상은 김해공항도 마찬가지여서 여성(127명)이 남성(60명)의 배 이상이다. 특히 대구·양양·무안·광주·여수 등 소규모 지방공항에는 남자 검색요원이 거의 없고,울산·사천·원주·포항·군산 등 5개 공항은 아예 남성 검색보안요원이 단 한 명도 없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14개 공항 전체를 놓고 보면 여성이 573명, 남성이 263명으로 남성 비율은 31%에 그친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4개 공항의 검색보안요원 성비              [자료 한국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4개 공항의 검색보안요원 성비 [자료 한국공항공사]

 
이 같은 성비로는 동성 검색을 기본으로 하는 국내의 항공보안법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0)의 항공보안부속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없다. 항공보안법은 “공항운영자는 승객의 신체 검색 시 가능한 동일한 성을 가진 항공보안검색요원이 검색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여야 하며, 여성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은 반드시 여성 항공보안검색요원이 검색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항 검색대 앞에 남여 검색보안요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남성 탑승객은 남성이, 여성 탑승객은 여성이 검색하는 게 국제민간항공기구가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공항 검색대 앞에 남여 검색보안요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남성 탑승객은 남성이, 여성 탑승객은 여성이 검색하는 게 국제민간항공기구가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국내 14개 공항과 달리 인천공항은 남성 검색보안요원이 709명, 여성이 835명으로 남성의 비율이 46%다. 국내의 공항은 모두 15개가 있는데, 그 중 인천공항만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고 나머지는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한다. 인천공항공사 이종규 보안검색팀장은 “해외 유명 공항의 운영 사례와 인천공항 이용객의 성비 등을 고려해 동성 검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운영인력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공항공사 보안계획팀 윤기동 과장은 “여성 탑승객만 반드시 여성 검색요원이 검색하게 법에 규정돼 있고, 여성 검색보안요원이 많아도 30년 가량 공항을 운영한 지금까지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여성 검색보안요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뽑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운항이 하루 1~2편(출발 기준)에 그치는 소규모 공항에는 집안일을 병행하며 파트타임으로 검색요원을 하는 경우도 많아 여성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한국공항공사 측은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이 남성 몸을 검색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탑승객이 늘고 있고, 남성의 몸을 검색하는 여성 검색보안요원 또한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김포공항의 여성 검색보안요원은 "금속 검색기를 댈 때 일부러 엉덩이를 뒤로 빼는 등의 장난 비슷한 행동을 하는 탑승객을 만날 때면 불쾌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도 한국공항공사 검색보안요원의 여초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항공보안과 김용원 과장은 “남성이 여성의 몸을 검색했을 때 여성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듯이 반대의 경우 남성도 똑같이 불쾌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며 “탑승객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인천공항공사에 대해서는 보안검색요원의 성비를 1대1 수준으로 맞추라고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고, 곧 한국공항공사의 보안검색요원 성비도 들여다본 후 문제가 있는 부분은 시정하라고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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