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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에이즈 줄어드는데 … 한국 10~20대 감염 작년 396명

중앙일보 2017.10.13 01:09
최근 경기 용인에서 A양(16)이 성매매를 한 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A양에게 에이즈를 옮겼거나 반대로 옮았을 가능성이 있는 성 매수 남성들을 추적하긴 어렵다. 모바일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뤄져 신원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추가 감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청소년 에이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10~20대 에이즈 감염자가 10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성일종(국회 보건복지위) 의원은 12일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에이즈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성 의원은 “성 경험을 하는 연령이 갈수록 빨라지고 청소년 성매매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풀이했다.
 
성 의원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200만 명으로 2000년(310만 명)보다 35% 줄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1062명으로 2000년(219명)보다 늘어났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은 기존 에이즈 환자가 워낙 많았던 데다 치료 약이 보급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전체 환자는 급증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젊은 층 증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연령별 에이즈 감염자 비율

연령별 에이즈 감염자 비율

10대 신규 감염자는 2006년 13명에서 지난해 36명, 20대는 158명에서 360명으로 증가했다. 10~20대 감염자를 합칠 경우 10년 새 171명에서 396명으로 2.3배가 됐다. 전체 감염자 중 10대 비율도 2000년 0.7%에 그쳤지만 지난해 3.3%로 커졌다. 20대는 22.3%에서 33.8%로 급증했다.
 
이들 대부분은 남성이다. 지난해 10대 감염자 중 3명, 20대에선 8명만 여성이다. 에이즈는 잠복기가 10년 안팎으로 10대에 감염돼 20대에 감염 사실을 아는 경우가 꽤 많다.
 
10~20대의 에이즈 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뭘까. 학교·유관시설 등의 청소년 성교육이 성병 예방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성 경험을 하는 나이가 낮아지고 있지만 성 지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의 성교육은 임신하지 않는 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에이즈 등 성 매개 감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부모나 학교가 청소년 성관계를 지나치게 터부시하는 분위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연령대에선 피임과 에이즈 예방이 모두 가능한 콘돔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박주현 서울대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 연구(2014년 기준)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7.7%가 성 관계 시 ‘질외사정’으로 피임했다. 남성이 콘돔을 쓴 비율은 11.7%에 그쳤다.
 
이 때문에 A양 같은 위기 청소년들이 성병에 많이 노출된다. 이재갑 교수팀이 2014년 국내 청소년보호센터와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 중인 12∼19세 청소년 237명의 성병 유병률과 위험요인을 조사한 결과 56.1%가 성병에 걸렸다. 또 성관계 경험자 중 27.6%만이 콘돔을 사용했다고 한다.
 
갈수록 음성화되는 성매매도 에이즈 확산을 부추긴다. 채팅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청소년 에이즈 관리의 사각지대가 된다는 의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올해 적발한 스마트폰 채팅앱 성매매는 596건(8월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1건보다 29% 늘었다. 이재갑 교수는 “성매매 청소년은 에이즈나 성병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에이즈에 걸리고 다른 이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에이즈예방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은 감염자나 감염 의심자를 검진하고 역학조사 할 수 있다.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며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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