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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만화 그려서 소통 시작 … 이젠 무슨 말을 해도 서로 신뢰

중앙일보 2017.10.13 01:00
목소리와 액션이 커서 ‘오버쟁이’로 오해받는 강주은씨. 하지만 그는 철없는 명배우의 현명한 아내로서, 아이들을 존중하는 이상적인 어머니로서 주부들 사이에서 ‘소통’의 키워드로 공감을 얻고 있다. [오종택 기자]

목소리와 액션이 커서 ‘오버쟁이’로 오해받는 강주은씨. 하지만 그는 철없는 명배우의 현명한 아내로서, 아이들을 존중하는 이상적인 어머니로서 주부들 사이에서 ‘소통’의 키워드로 공감을 얻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남편은 내가 함께하고 싶었던 동반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사람이었어요.”
 
배우 최민수의 아내 강주은(46)씨의 이야기다. 그가 최근 유명 배우의 아내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인생·가족·결혼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 『내가 말해 줄게요』를 내놓았다. 출판사 미메시스의 홍유진 대표가 질문하고 강씨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수십 시간의 인터뷰 기록을 담은 책이다.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소통’이었다.
 
올해로 결혼생활 23년 차. 그는 2년 전부터 올해 초까지 출연했던 가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야생마 같은 남편은 노련하게 조정하는 현명한 조련사로, 대한민국의 여느 부모와는 달리 이상적인 교육법을 보여주면서다. 『내가 말해 줄게요』는 강씨가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Am I happy?”를 주문처럼 외우며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들려주는 책이다.
1994년 서울 용산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배우 최민수와 강주은 부부. [중앙포토]

1994년 서울 용산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배우 최민수와 강주은 부부. [중앙포토]

 
강씨는 미스코리아 캐나다 진 출신이다. 1993년도 미스코리아 대회 당시 스타인 최민수씨가 특별출연하면서 처음 만났다. 다음날 방송국에서 다시 만나 3시간 만에 최씨의 프러포즈를 받았고, 갑작스레 유명 배우의 아내가 됐다. 그리고 너무나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됐다.
 
강씨는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은 없어지고 한 남자의 그림자에 불과한 삶이 불편했다”며 “무엇보다 결혼 전의 생활방식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남편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같이 드라이브 가기로 한 약속은 잊고 친구 전화 한 통에 옷장과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나가버린 남편. 신혼 당시 한국어가 서툴렀던 강씨가 생각해낸 소통법은 만화였다. 네모 칸마다 모든 상황을 그려 남편에게 건넸다. 강씨는 “그걸 굉장히 재밌어한 남편은 그때 아내가 자신에게 뭔가 이야기하려 한다는 걸 인지했고 그게 소통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더벅머리에 수염을 기른 배우 최민수씨. [중앙포토]

더벅머리에 수염을 기른 배우 최민수씨. [중앙포토]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는 거예요. 처음엔 저도 유성이(큰 아들) 아빠가 노숙자처럼 머리 기르고 수염 안 깎고 다니는 거 참 싫었어요. 하지만 그는 바뀌지 않았고, 그래서 제 생각을 바꿨죠. 남편은 예술인이다. 그가 그 사람답게 표현하고 살 수 있도록 돕고 응원해주자.”
 
곧바로 얘기하기보다 언제, 어떻게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일지 고민할 것. 감성적이고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으로 말하지 말 것. 짧게 말할 것. 기다려 주기. 강씨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한 기술들이다.
 
“이렇게 한 10년 하니까 이젠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남편이 제 이야기를 신뢰하고 다 들어주더라고요. 남편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니까 ‘힘들죠?’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남편이 항상 억울해 하는 부분이에요. 방송에 나온 ‘최민수가 강주은한테 잡혀 사는’ 모습은 실제의 70%밖에 안 보여준 것이거든요.”(웃음)
 
강씨는 “남편은 순수한 사람, 편집되지 않은 사람, 아기 천사 같은 사람”이라며 “그는 지금도 잘 운다”고 말했다.
최민수씨의 아내 강주은씨가 29일 서울 성북동에서 '소통'을 주제로 중앙일보 기자외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민수씨의 아내 강주은씨가 29일 서울 성북동에서 '소통'을 주제로 중앙일보 기자외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신이 저지른 철없었던 행동들이 생각나면 때때로 아이처럼 울기도 해요.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죠. 이런 모습들이 전 너무 감사해요. 상대를 인정하기는커녕 아예 대화조차 안 하는 부부가 얼마나 많아요. 그들은 서로가 가진 돌 안에 다이아몬드가 있는 줄 모르는 거죠. 이해하고 소통하려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보석의 존재를 알게 된 지금이 전 너무 행복해요.”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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