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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직업 리포트] 암 수술하는 ‘AI 외과의사’ 10년 안에 나온다

중앙일보 2017.10.13 01:00
다닐 스토야노프 런던대 교수는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를 탄생시킨 머신러닝 기법으로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다닐 스토야노프 런던대 교수는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를 탄생시킨 머신러닝 기법으로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10년 안에 인공지능 수술 로봇이 숙련된 외과 의사를 대신할 겁니다.”
 
지난달 20일 영국 런던대(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유스턴 스퀘어 연구실에서 만난 다닐 스토야노프(39) 교수는 “이미 많이 쓰이고 있는 수술용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스턴 기차역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창가 옆에선 연구용 로봇팔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런던대 말고도 EU와 미국의 많은 대학·연구소들이 이처럼 수술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 분야가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세계 수술 로봇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5조1874억원이었던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은 2021년 9조641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여기에 인공지능 수술 로봇까지 가세하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 수술 로봇이 도입되면 수술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등 의료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스토야노프 교수는 “의사가 없는 곳이라도 로봇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수술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로봇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비 역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사 한 명을 길러내는 데 얼마나 큰 비용이 들어가나. AI 수술 로봇은 이런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로봇 수술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수술용 로봇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2005년 17건에 불과하던 로봇 수술 건수는 2014년 8840건으로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국내 로봇 수술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의료용 수술 로봇 시장

세계 의료용 수술 로봇 시장

스토야노프 교수는 런던 시내 대학병원에서 수천 건의 수술 영상 데이터를 받아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외과 의사가 매스를 움직이는 각도와 장기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는 방법 등을 인공지능이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며 “현재는 신장암 수술을 학습시키고 있는데 신장이 다른 장기와 떨어져 있어 수술 로봇에 인공지능을 적용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대국을 반복할수록 강해지듯 수술 로봇 인공지능도 학습이 진행될수록 효과적인 수술법을 배운다.
 
런던대가 개발하고 있는 수술 로봇 인공지능은 환자별 장기 구별법을 머신러닝 기법으로 익히는 중이다.
 
스토야노프 교수는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장기 위치나 모양도 서로 다르다. 이런 차이를 구별해야 인공지능 수술이 가능하다”며 “신장암과 소장암은 수술법이 다른데 가까운 미래에는 서로 다른 암에 특화된 수술법을 익힌 인공지능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수술 로봇이 의사란 직업을 대체할 것인가.
 
스토야노프 교수는 “인공지능 수술 로봇을 감독하고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선 의사가 꼭 필요하다. 로봇이 기존 의사들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대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도적이다.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가 이 대학 박사 출신이다.
 
스토야노프 교수는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 분야를 수학이나 과학으로 보지만 사실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런던대의 많은 학자들이 코기토(cogito·의식)에 대해 활발히 연구한 것이 인공지능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수술용 로봇 개발 아직은 걸음마 단계 수준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이 의료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AI 닥터 왓슨을 도입했다. 이후 6개 국내 병원이 암환자 치료법 결정에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왓슨은 세계적으로 환자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길병원은 왓슨을 통해 유방암·폐암 등 8개 암을 진단하고 있는데 조만간 혈액암과 간암도 진단 분야를 추가할 예정이다. 백정흠(외과) 길병원 교수는 “왓슨을 활용하면 사람의 진단 에러를 줄일 수 있어 앞으로 사용 분야가 더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 수술 로봇 개발도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초보 단계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여대가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연구를 이제 막 시작했다. 정태경(디지털미디어학과) 서울여대 교수는 “국내에선 병원의 수술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해외와 비교해 관련 연구가 더디다”고 말했다. 
 
◆머신러닝=인공지능 연구의 한 분야다. 인간의 학습 능력을 컴퓨터에서 실현한 기술이다. 빅데이터 등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닐 스토야노프
런던대(UCL) 컴퓨터공학과 교수. 2006년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인공지능 및 의료용 이미지 센서와 관련된 논문 149편을 발표했다. 기존 수술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연구자다.

 
런던=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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