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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현대판 민며느리' 성적학대한 '남편' 구속

중앙일보 2017.10.13 00:01
아동학대 그래픽. [중앙포토]

아동학대 그래픽. [중앙포토]

 
아동복지센터에서 자신이 돌보던 초등학생 소녀를 임신시킨 뒤 부모 집에서 수년간 함께 살며 억지로 성관계를 맺어온 20대 지체장애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장애인 아들의 이런 성적학대를 방관한 남성의 부모도 검찰에 함께 송치됐다.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는 13일 "미성년자인 여중생과 같은 집에서 살면서 3년 가까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1급 지체장애인 A씨(29)를 지난달 21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B양(15)과 전주시 자신의 부모 집에서 부부처럼 살면서 B양에게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다. 경찰은 이를 신체적·성적 학대로 보고 A씨가 구속된 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사고로 두 팔을 잃은 A씨는 평소엔 의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은 경찰에서 "A씨가 내가 거부하는데도 계속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것 때문에 지쳐서 수차례 가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양의 이런 진술 외에도 A씨가 수년간 B양과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가 도주 우려가 있는 데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여서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점도 구속 사유로 판단했다.
 
성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성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다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전에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인 A씨가 수감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A씨가 남의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의수를 이용해 필기도 할 수 있고 단추 없는 옷은 혼자서도 입고 벗을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같은 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A씨 부모인 C씨(59·여)와 D씨(60)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현직 공무원인 C씨는 아들이 B양에게 성관계를 강요한 정황을 알면서도 방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아버지 D씨는 B양과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폭언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A씨 부모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라고 판단했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18세 미만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앞서 초등학교 6학년이던 B양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미성년자의제강간)로 2015년 6월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B양은 2014년 전북 군산의 한 아동센터에 다녔는데 A씨는 센터에서 B양을 돌보던 아동복지교사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2015년 8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형법은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한 사람은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강간죄를 적용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 아동의 동의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2015년 10월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B양이 경찰에서 "내가 원해서 성관계가 이뤄졌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A씨가 지체장애 1급이고, 두 사람이 이미 딸을 낳아 함께 키우고 있는 상황도 기소유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두 사람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A씨 부모 집에서 부부처럼 함께 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B양이 현대판 '민며느리'였다"는 말이 나온다. 민며느리제는 10세가량의 소녀가 남자 집에 미리 가서 살다가 결혼하던 옥저의 결혼 풍습이다.  
 
B양은 중학교 3학년이 된 올해 가출과 학교 결석이 잦았다고 한다. 2학년 담임이던 여교사가 가출한 이유를 묻자 B양은 "집에 있으면 A씨 어머니가 빨래와 청소 등 살림을 시키고 밤마다 A씨가 성관계를 원해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6월 말 여성긴급전화 1366전북센터에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7월 3일 아동복지전문기관으로부터 B양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B양은 현재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의 핵심은 2015년 10월 검찰이 A씨에게 기소유예를 내린 이후 B양에 대한 학대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A씨는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던 당시에도 B양과 성관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B양은 경찰에서 "그때는 A씨에게 가벼운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 일부 과장되게 말한 건 있지만 A씨 가족에게 협박받지는 않았다"고 말해 경찰은 이 시기는 문제 삼지 않았다.
 
경찰 로고. [중앙포토]

경찰 로고. [중앙포토]

경찰은 초등학생인 딸이 성인 남성과 아이를 낳고 부부처럼 사는 것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은 B양의 친모에 대해서도 입건 여부를 검토했지만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B양이 "당시 엄마는 A씨와 함께 사는 사실을 알고 흥분해서 날뛰었다. 자기가 사는 지역으로 날 데려가려고 했는데 내가 A씨 집에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오히려 설득했다"고 두둔해서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B양 부모는 이혼한 상태로 B양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재혼해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다.  
 
경찰은 A씨 어머니 C씨에 대한 구속 여부도 검토했다가 접었다. 직접적인 성적 학대나 폭행이 없는 데다 B양의 딸이자 자신의 손녀를 잘 돌봤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B양도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손녀의 양육을 책임 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나 복지시설 등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해 온 A씨는 최근까지 B양을 진짜 아내로 여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앞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판사 앞에서 "제 아내(B양)를 돌려 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면서 A씨 등 피의자들에게 악의가 보이진 않았지만 성인 남성이 10대 여중생과 부부같이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A씨 부모가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아들에게 B양이 어른이 된 다음에 만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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