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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5000달러 눈앞 비트코인, 8월 영광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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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중앙일보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의 어쩌다 투자] 5000달러 눈앞 비트코인, 8월 영광을 다시 한번?

중앙일보 2017.10.12 09:11
‘어게인 어거스트(Again August)!’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띠는 이유다. 암호화폐(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2일 오전 9시(한국 시간) 현재 비트코인은 4830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일 기록한 최고점(5013.91달러)을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이슈로 지난달 15일 3000달러 선을 내 준 뒤 한 달도 안 돼 60%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상승의 이유로 지난 8월 비트코인 분할 사태 때의 학습효과를 꼽는다. 당시 비트코인 처리 용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개발자들과 채굴자들 간의 의견 차이로 비트코인캐시(BCH)라는 새로운 암호화폐가 생겨났다.
 
그런데 갈등 국면에서 하락할 줄 알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금세 회복세로 돌아섰고, 분할 이전에 비트코인을 사 뒀던 이들에게는 같은 수량만큼의 비트코인캐시가 ‘덤으로’ 생겼다. 
이미지: 코인텔레그래프

이미지: 코인텔레그래프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곧 다가올 또 한 번의 비트코인 분할 과정에서 지난 8월과 같은 일이 생길 것으로 보고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조만간 비트코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주적인, 너무나 민주적인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결과다. 때문에 암호화폐도 기술 발전에 따라, 혹은 기능 개선을 위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윈도우가 보안을 강화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등의 목적으로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암호화폐 업그레이드는 호환성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소프트포크(soft fork)와 하드포크(hard fork)다. 블록체인에서 포크(fork)는 원래의 체인에서 분기점이 발생하는 걸 말한다. 밥 먹을 때 쓰는 포크 모양을 떠올려 보자. 손잡이는 하나인데 끝에서 2~4개로 갈라졌다.
 
소프트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이 되는 업그레이드를 말한다. 신구 버전이 공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수가 이전 버전을 쓴다면 업그레이드를 한 의미가 퇴색된다.
 
보다 강력한 업그레이드 방식이 하드포크다. 이전 버전과 호환이 안 된다. 때문에 이전 버전의 암호화폐 블록체인 상에서 개발을 하고, 채굴을 하고, 이용하던 이들의 대다수가 업그레이드에 찬성해야 하드포크가 가능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윈도우의 경우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버전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만들어 팔면 끝이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정신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다. 민주적인, 너무나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암호화폐에 관계된 이들 중 누군가가 업그레이드에 반대하면 아예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거나, 원래 버전과 업그레이드 버전이 공존하게 된다.
 
곧, 하드포크를 한다고 반드시 새로운 암호화폐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드포크 때 원래 암호화폐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암호화폐가 탄생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난 8월 비트코인 하드포크 때 그랬다. 거래 처리 용량을 늘리는 업그레이드 방식을 놓고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세그윗(거래 기록에서 서명 부분을 분리해 그만큼의 거래 내역을 더 포함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을 주장했고, 채굴자들은 블록 크기 자체를 키우자고 맞섰다. 치열한 논쟁 끝에 일단 8월 1일 세그윗을 하고, 11월 1일에 현재 1메가바이트(MB) 블록 크기를 2MB로 키우자고 잠정 합의했다.
 
그런데 세계 최대 마이닝풀인 앤트풀을 이끄는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가 세그윗에 동의할 수 없다며 블록 크기를 키운 비트코인캐시를 들고 나왔다. 결국 8월 1일 하드포크 때, 비트코인캐시가 탄생했다.
 
보통 하드포크로 인한 암호화폐의 분열은 암호화폐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암호화폐 생태계 참여자들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건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는 요소다. 암호화폐 가격은 철저히 시장참여자의 신뢰도에 기반한다. 신뢰도 하락은 암호화폐에는 악재다. 지난해 이더리움 하드포크 때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으로 분열된 이후 이더리움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자료: 코인마켓캡

자료: 코인마켓캡

 
이 때문에 8월 1일 하드포크를 앞둔 7월 16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1900달러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8월 1일이 지나도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를 보냈고, 하드포크 이전에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이들에게는 비트코인캐시라는 암호화폐가 추가로 생겼다. 하드포크가 악재가 아니라 일석이조의 호재였던 셈이다.
 
◇오리지널이냐 vs 블록 크기 키우기냐
 
비트코인은 11월 1일 블록 크기를 두 배로 늘리는 하드포크를 앞두고 있다. 이를 시장에서는 ‘세그윗2X’라고 부른다.
 
앞서 말했듯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블록 크기를 키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당초 채굴자들과의 합의로 8월에 세그윗을 하고 11월에는 블록 크기를 키울 계획이었지만, 이미 그 합의는 채굴자 집단이 지지하는 비트코인캐시의 탄생으로 깨졌다. 블록 크기를 키운다는 합의를 지킬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비트코인 코어 진영(핵심 개발자 집단)은 세그윗2X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아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 코어 진영이 암묵적 동의를 표시했다”고 해석했다).
 
개발자 집단은 블록 크기를 두 배로 키우는 11월 하드포크에 반대한다. 이들은 ‘NO2X’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현재의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유지하는 게 비트코인의 정신에 더 맞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개발자들 중심의 오픈 소스 비트코인 정보 집약 사이트인 비트코인닷오알지 블로그에는 11일 세그윗2X를 지지하는 세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대부분 11월 하드포크 때 비트코인 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비트코인의 예수’라고 불리는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는 지난달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개발자들과 채굴자들간의 의견 차이로 두 번째 하드포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마이닝풀 가운데 하나인 F2풀을 이끌고 있는 왕춘 역시 “오는 11월 비트코인 분할이 100%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비트코인이 주류가 될지를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시가총액 세계 5위 암호화폐인 라이트코인을 만든 찰리 리는 세그윗2X를 강하게 반대한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그윗2X를 지지하는 진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드포크 후 당신들이 보유한 세그윗2X가 안 된 원래의 250비트코인과 내가 가진 세그윗2X된 250비트코인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현재 시가로 약 100만 달러(약 11억원) 가치가 있는 베팅이다. 그만큼 하드포크 이후에도 원래의 비트코인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의미다.
출처: 크립토코인뉴스

출처: 크립토코인뉴스

 
그러자 세그윗2X를 지지하는 로저 버가 “이 도전을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더해 세그윗2X 반대 진영에 있는 다른 3명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다. 하드포크 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그윗2X가 된 비트코인과 자신이 가진 원래의 비트코인을 바꾸자는 내용이다. 곧, 로저 버는 세그윗2X의 성공에 400만 달러(약 45억원)를 베팅한 셈이다.
출처: 크립토코인뉴스

출처: 크립토코인뉴스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코인베이스와 홍콩의 비트파이넥스는 최근 자신들의 블로그를 통해 하드포크 후 두 종류의 코인을 모두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비트파이넥스는 원래의 비트코인을 BTC로, 세그윗2X가 적용된(블록 크기가 두 배로 커진) 비트코인을 B2X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향후 보다 적합한 표기 방식이 있다면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게다가 비트파이넥스는 선물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를 위해 지금 비트코인을 맡기면 원래의 비트코인(BT1)과 세그윗2X 적용될 비트코인(BT2)을 토큰의 형태로 동일 수량을 지급하고 있다. 이 토큰은 하드포크 이후에는 BTC와 B2X라는 코인으로 바뀐다. 거래소에서 BT1와 BT2를 사고 팔 수 있는데,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0일 현재 BT1은 3500달러 안팎에, BT2는 120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곧, 투자자들은 블록 크기 증가에 반대하는 비트코인 개발자 진영 쪽에 더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거래소는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모든 게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에 입장을 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객에게 뭐가 최선인지를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비트코인골드는 제2의 비트코인캐시가 될 수 있을까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세그윗2X 하드포크로 오는 25일 비트코인골드(BTG)라는 암호화폐가 새로 나오고, 그걸 받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는 말이 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비트코인골드는 블록 크기를 늘리는 세그윗2X 하드포크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주요 진영들이 세그윗2X라는 업그레이드 방식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틈을 타 특정 세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암호화폐를 새로 하나 만드는 격이다.
 
비트코인골드 탄생을 주도하는 세력은 홍콩의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라이트닝ASIC다. 코인데스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잭 리아오 대표는 “비트코인골드는 오는 25일 출시하며, 11월 1일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시일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한 이들에게 동일 수량 만큼의 비트코인골드가 지급된다.
 
비트코인골드 진영이 강조하는 것은 기존의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캐시와 달리 그래픽카드(GPU)로도 채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비트코인 등은 전용(ASIC) 채굴기로 채굴해야 채산성이 맞기 때문에, 자본력을 갖춘 특정 마이닝풀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비트코인골드는 GPU로 채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채굴에 뛰어들 수 있다. 소위 '비트코인의 민주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비트코인골드 탄생에 대비해 마련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특정 채굴업자에 좌우되는 비트코인캐시는 옳지 않다”, “모든 이들이 채굴할 수 있게 만드는 비트코인골드가 진정한 사토시(비트코인 창시자)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 온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비트코인골드가 비트코인캐시만큼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지한은 세계 최대 마이닝풀을 이끌고 있고, 자신의 회사(비트메인)가 생산하는 가장 효율적인 비트코인 채굴기를 팔면서 결제대금을 오직 비트코인캐시로만 받는다. 이같은 강력한 지지 세력이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캐시가 시장에서 버림받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출처: 비트코인뉴스

출처: 비트코인뉴스

 
반면, 비트코인골드는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개미(개인투자자)’ 혹은 소액주주 중심으로 지지되는 주식이다. 향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비트코인 자체의 가격 향방에 대해서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예상대로 11월 하드포크로 원래의 비트코인(BTC)와 블록 크기를 키운 비트코인(B2X)이 나온다면, 그때는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총 4개의 암호화폐가 존재하게 된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하드포크 때마다 우후죽순 암호화폐가 쪼개져 나온다면 과연 원래의 비트코인 가치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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