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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 안찾던 자식들...철거보상비 나오면 귀신같이 달려와"

중앙일보 2017.10.03 16:04
경찰서장과 아이돌 배우, 지역 복지단체·인사 등이 추석을 맞아 독거노인 분들을 일일이 찾아 위로하는 행사를 가졌다. 명절이됐지만 찾아오는 자식이나 가족이 없는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 굴비와 한과·떡 등 제수용 음식을 직접 만들고, 방한 모자와 목도리 등을 준비해 따뜻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박우현 서울수서경찰서장(맨 오른쪽)과 이상임 한아름복지회 대표(바로 옆)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분들에게 전달할 추석 제수용 음식을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오유식 수서경찰발전위원장, 아이돌 배우 동하 씨. 사진=이영종 기자

박우현 서울수서경찰서장(맨 오른쪽)과 이상임 한아름복지회 대표(바로 옆)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분들에게 전달할 추석 제수용 음식을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오유식 수서경찰발전위원장, 아이돌 배우 동하 씨. 사진=이영종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4동에 자리한 한아름재가(在家)노인지원센터. 30여명의 센터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만들고 일일이 포장을 하느라 센터는 발디딜 틈이 없이 부산했다. 바로 옆 주차장 공간에서는 제수용 부침과 전을 만드느라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자리에는 박우현(총경) 서울수서경찰서장과 오유식 수서경찰발전위원장, 이상임 (사)한국한아름복지회 대표, 전경자 흥사단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이 함께했다. 
추석 독거노인 지원 행사를 위해 마련된 제수용 음식. 왼쪽부터 오유식 수서경찰발전위원장, 배우 동하, 전경자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박우현 수서경찰서장,이상임 한아름복지위원장. 사진=이영종 기자

추석 독거노인 지원 행사를 위해 마련된 제수용 음식. 왼쪽부터 오유식 수서경찰발전위원장, 배우 동하, 전경자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박우현 수서경찰서장,이상임 한아름복지위원장. 사진=이영종 기자

 
특히 아이돌 배우인 동하 씨가 함께 자리해 직접 전을 부치고 포장과 운반을 도와 눈길을 끌었다. KBS-2TV 드라마 '김과장'과 SBS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등으로 알려진 동하 씨는 별도로 노인분들을 위해 방한용 털모자와 목도리 100개를 기부했다.  
배우 동하. [중앙포토]

배우 동하. [중앙포토]

 
이날 준비한 음식은 쇠고기·굴비·한과 외에 과일과 떡·나물 등 제수용품이다. 홀로 사는 노인 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자나 조상분을 위한 차례상을 차릴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게 지원센터 측의 설명이다. 바구니에 담아 노란색 보자기로 포장한 제수용 음식은 모두 30여개. 독거노인분들 돕기 행사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나눠 개포동 일대 주택가를 일일이 방문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제수용 음식.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제수용 음식.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정모 (88) 할머니가 사는 다세대 임대주택. 이 곳은 LH공사가 민간으로부터 사들여 독거노인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마련했다. 수서역 인근 비닐하우스촌에 살던 정 할머니는 삶의 터전이 SRT역으로 개발되면서 임대주택으로 옮겼다. 박우현 서장을 비롯한 일행을 맞은 정 할머니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떻게 찾아왔냐"며 방으로 안내했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 보따리를 펼쳐본 정 할머니는 감사의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정 할머니는 '이번 명절에는 아들이 올까요'라는 이상임 한아름복지회 대표의 물음에 "아니! 안올거야. 안오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하 씨는 직접 목도리를 둘러드리며 위로의 말과 온정을 전달했다.
박우현 수서경찰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홀로 사는 정모 할머니의 임대주택을 방문해 추석 제수용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영종 기자

박우현 수서경찰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홀로 사는 정모 할머니의 임대주택을 방문해 추석 제수용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영종 기자

 
박 서장은 "개포동은 대치·도곡동과 함께 강남 부촌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룡·달터 등 4개의 저소득층 판자촌 마을이 공존하는 곳"이라며 "그 어느 지역보다 이웃사랑과 기부의 마음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수서파출소의 경우 관내 주민 2만1000명 가운데 1만명이 저소득층이란 얘기다. 
센터 관계자는 "홀로사는 노인분들이 비닐하우스촌에서 밀려나 삶이 막막할 때 한번도 찾지 않던 자식이나 가족들이 약간의 보상금이라도 나오면 어떻게 알고 쏜살같이 달려오는 사례도 적지 않아 씁쓸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도 독거노인 분들은 자신들이 찾아올거란 기대감에 쌈짓돈을 아껴두고 먹을 걸 챙겨두곤한다는 전언이다. 선물용 햄 세트 등 장기보관이 가능한 물품 대신 며칠내로 먹어야 하는 제수용 음식을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햇반이나 컵라면, 햄 세트 등의 경우 선물을 받더라도 자식들이 오면 주겠다는 생각에 좀체 먹지를 않고 보관만한다는 것이다.  
 
글·사진=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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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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