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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온라인으로, 수업 땐 토론 … 4차 산업혁명 인재 키울 것

중앙일보 2017.09.26 01:02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민상기 총장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며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춘식 기자]

민상기 총장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며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춘식 기자]

4차 산업혁명은 온 사회의 화두다. 특히 미래 인재 양성을 책임진 대학은 더 부담이 크다. 2033년이면 현재 일자리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옥스퍼드대) 속에 대학은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할까. 건국대는 ‘교육혁신’에서 답을 찾았다.
 
지난해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을 계기로 교육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대 10개 학부를 4개로 통폐합했다. 내년에는 인문사회계열 3개의 단과대를 하나로 통합한다. 그 누구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민상기 건국대 총장을 지난 21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 사립대 13위
 
정부 프라임 사업에 선정(3년간 450억원)되는 등 최근 성과가 탁월하다.
“교육혁신을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성과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선 종합 사립대 기준 13위를 했다. 전년보다 6계단 올랐다. 우리 혁신의 목표는 학생들이 만족하는 양질의 교육을 하는 것이다. 변화를 이끌기 위해 학교 구성원들을 만나 소통하고 또 소통했다.”
 
‘4+1’ 같은 PLUS 학기제가 눈에 띈다.
“‘2+1’은 1년간 두 학기를 듣고 세 번째 학기는 현장실습을 하는 것이다. 실무능력을 쌓을 수 있어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4+1’은 학부와 석사를 5년 만에 마치는 제도다. 심층성을 강화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목표다. ‘7+1’도 있는데 4학년 마지막 학기는 학생이 직접 설계한 커리큘럼대로 4개월을 보낸다. 창업도 좋고 국제봉사활동을 떠나도 좋다. 개인의 창의성과 실행 의지에 달렸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어떤 대책이 있나.
“취·창업 전담 조직을 팀장급에서 처장급으로 높이고 30명 이상의 전문 상담사를 배치했다. 또 취·창업 관련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연간 125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지난 3월엔 40억원을 들여 1250㎡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도 만들었다. 가상현실(VR), 3D 프린터, 드론 비행장 등 최첨단 교육환경을 갖췄다.”
 
취·창업 강좌 125개, 전문 상담사도 30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스마트 팩토리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가.
“이공계생은 물론 문과생도 원하면 제품을 만들고 실습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기 위해 미국 MIT의 팹랩(Fab Lab), 독일 뮌헨공대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벤치마킹했다. 사전에 신청하면 누구나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학교의 창업 전문 상담관이 직접 스타트업을 꾸릴 수 있게 도와준다.”
 
창업이 강조되고 있는데 실패 가능성도 크다.
“창업 교육의 목표는 꼭 성공하는 데 있지 않다. 스타트업 중 제대로 자리 잡는 기업은 1%도 안 된다. 그러나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창업가 정신을 기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겪고 10년, 20년 뒤 위대한 창업가가 나오는 것이다.”
 
줄기세포재생공학과·화장품공학과처럼 생소한 이름의 전공이 많다.
“올해 처음 신입생 333명이 입학한 융합과학기술원에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대표적 학과들이 있다. 바이오와 IT가 융합된 학과로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들을 키운다.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학문은 의미가 없다. 학과 칸막이를 낮추고 융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수가 한 학과에 머물지 않고 두 개 이상의 학과에서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공대 학부와 생명과학대를 통폐합한 것에 대해 다른 대학들도 관심이 크다.
“미래에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것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 공대 학부 10개를 4개 학부로 통합했다. 또 동물생명과학대학과 생명환경과학대학을 통합해 ‘상허생명과학대학’이라는 바이오 중심 단과대를 만들었다. 내년에는 인문사회계열의 정치대학·상경대학·글로벌융합대학을 ‘사회과학대학’으로 묶을 예정이다.”
 
토론 전용 강의실 마련, 교육의 질 높일 것
 
대학 강의실에서 가장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미래에는 단편적 지식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구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내년부터는 이공계를 시작으로 모든 수업을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온라인으로 먼저 강의를 듣고 수업 시간에는 토론을 하는 학습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전용 강의실도 만들고 있다. 교수들은 힘들어지겠지만 교육의 질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이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한다. 앞으로 대학은 어떻게 될까.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학은 없어질 것이다. 이미 미네르바 스쿨처럼 공유대학 모델이 뜨고 있지 않나. 대학도 특성화의 길로 가야 한다. 덩치 큰 종합대학들도 각기 장점을 살려 대학 간 협업을 하지 않으면 미래의 교육 생태계에선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의 대학 정책이 대학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대학은 이미 위기다.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재정 지원 또는 정원 감축과 연계된 정부 평가를 잘 받으려면 과거에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춰야만 한다. 대학은 미래를 향해 가야 하는데 과거 기준에 맞춰 평가를 받다 보면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고등교육은 대학에 맡겨 줬으면 한다.”
 
◆민상기 총장
총장 취임 전 건국대 프라임 사업단장을 맡아 정부 재정사업 유치에 큰 성과를 거뒀다. 건국대 축산학과를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 호엔하임대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통과 토론을 강조하는 그는 바이오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강의 과목 중 하나는 무조건 구술시험을 치렀다. 두루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5년 경기도 양평 출생.

 
만난 사람=강갑생 사회1부장·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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