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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수덕의 60에도 20처럼(8) '금연엔 왕도없다' 뭐라도 계속 해보라

중앙일보 2017.09.21 09:14
한 남성 직장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한 남성 직장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나이가 들수록 세상살이의 어려움에 조금은 무뎌지리라 생각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삶은 우리에게 더욱 풀기 쉽지 않은 숙제를 내준다. 세상이 내게 요구하는 바는 많지만, 주머니 사정은 이를 따라오지 못해 지극한 외로운 책임감을 느끼는 중년.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어 속만 태우며 사는 이들은 잠깐이나마 기대고 싶은 곳을 찾는다. 그중 하나가 속이 타는 만큼 까맣게 태워대는 ‘담배’라는 녀석이다.  
 
담배를 피우는 지인들은 흡연할 때 멍하고 몽롱해지는 그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주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순간은, 수십 번 금연을 시도해도 온몸이 거듭 간절하게 담배 연기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잠깐이나마 기대고 싶은 '담배'. [중앙포토]

잠깐이나마 기대고 싶은 '담배'. [중앙포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내 몸이 니코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순간이 오로지 즐겁기만 할까? 이미 담배 없이 살기가 어려워졌다면, 담배 속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행복이 아닌 갈망의 대상으로 변질한 것이다.  
 
이미 1950년대 초 신경과학계에서는 흡연자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를 밝혀낸 바 있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올즈와 밀너는 쥐의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실험을 했다. 원래 의도했던 표적을 벗어난 전극이 어떤 영역에 닿았는데, 갑자기 쥐가 그 부분을 자극하기 위해 지렛대를 반복해서 누르기 시작했다. 
 
쥐들은 무려 시간당 7000번이나 지렛대를 눌러댔는데, 그들이 자극하고 있는 곳은 바로 쾌감중추이자 보상회로였다. 쥐들은 먹이보다 쾌감회로의 자극을 더 좋아했다. 수컷들은 발정기 암컷도 외면했고, 암컷들은 젖먹이 새끼들도 무시하며 마구 지렛대를 눌렀다. 지렛대를 누르는 데 너무 열중해 아무것도 먹지 않던 쥐들은 지쳐 쓰러지고 나서야 누르기를 멈췄다.  

 
 
착한 자극에도 행복감 못 느껴 
 
니코틴 중독도 이와 같은 원리다. 담배를 한 모금 빨면 니코틴은 불과 7초 만에 뇌로 전달된다고 한다. 약물을 투여했을 때 15초가 걸리는 것에 비해 우리 몸은 훨씬 빠른 속도로 반응한다. 그리고 이 반응은 강렬하기까지 하다. 
 
 
두뇌 도파민 경로. [중앙포토]

두뇌 도파민 경로. [중앙포토]

 
니코틴이 대뇌의 보상회로에 도달하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출된다. 니코틴에 의한 신경회로 작동이 반복되면 중독에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쾌락을 위해 횟수를 늘리다가 점점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나중에는 금단증상을 없애기 위해 니코틴을 찾게 된다. 
 
니코틴에 의존한 보상회로가 강화 되었을 때에는 정상적인 자극에 대한 기쁨의 반응을 변질시키기까지 한다. 즐거움을 느껴야 할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기부 등과 같은 착한 자극에 대해서는 더는 행복감이 유발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흡연자라면 이뿐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담배의 해악을 지겹도록 들어 왔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6초에 1명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며, 그 수는 매년 600만 명에 이른다. 담배가 주요 원인이 되는 폐암의 경우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30년째 생존율이 그대로라고 한다. 
 
 
흡연 피해자 허태원씨가 나온 정부 금연광고 포스터 [자료 보건복지부]

흡연 피해자 허태원씨가 나온 정부 금연광고 포스터 [자료 보건복지부]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하기가 가장 어려운 암으로 분류되며, 수술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부위에 폐암 세포가 생성되는 경우도 많다. 폐의 모서리 부근에 잘 생기는 ‘선암’의 경우 빠르면 20일 안에 1기에서 3기까지 암세포가 클 정도로 폐암 세포가 다른 암세포보다 성질이 급하다는 문제도 있다.  
 
우리가 실험 대상인 쥐와 다른 점은 지렛대를 누르는 행위, 즉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얼마나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인생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담배라는 녀석이 종국에는 우리에게 죽음을 줄 수 있다는 점 또한 흡연자에게는 기구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내 몸 또한 맘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은데, 굳이 거기에 예견된 고통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사진 눔코리아]

[사진 눔코리아]

 
 
금연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수없이 봐 왔다. 세계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마크 트웨인도 “금연만큼 쉬운 일은 없다. 난 백 번도 넘게 해봤으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워 서서히 담배 피우는 개비 수를 줄여나가든, 코 막고 담배를 피우며 연기의 역겨운 냄새를 맡아보든, 의사를 찾아가든, 일단 주변에 선포하고 끊고 보든 금연 하시기를 권장한다. 
 
어떤 방법이든 마구마구 시도해보면 그 중 하나 쯤은 나에게 맞는 방법이 있지 않겠나. 필자가 나름대로 고민해 본, 아래와 같은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최종훈교수의 인생교훈을 금연에 적용시켜 마음에 되새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애연가 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위로하며, 필자의 졸문이 언제나 그대를 따라 다니며 금연을 돕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종원 서울대행정대학원장 인생교훈을 응용한 금연교훈
 
 
[사진 정수덕]

[사진 정수덕]

 
(식후땡 하고)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담배를)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담배를 피우자고)말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 마라
(담배를)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담배를 부르는 술을)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정수덕 눔코리아 총괄이사 sooduck@noom.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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