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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 한반도 명운 건다는 각오로 미국 방문 임하길

중앙일보 2017.09.18 02:05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 출국한다. 뉴욕을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이다. 북한의 연이은 강성 도발로 국제사회의 촉각이 극도로 곤두서 있다. 북한은 유엔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괌을 넘길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지난주 발사하고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그제 “핵 무력 완성이 거의 종착점에 왔다” “군사적 공격 능력을 질적으로 질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첫 번째 방미 과제는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 동맹 강화를 끌어내는 일이다.
 
한반도는 북한의 집요하고 광적인 핵·미사일 도발로 더욱 엄중한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그제 보도한 “각종 핵탄두를 실전 배비(배치)하고, 모든 힘을 다해 끝장을 보아야 한다”는 김 위원장 발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스텔스 전투기) F-35 엔진의 굉음을 적들이 들으면 심판의 날이 왔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적들을 산산조각낼 수 있다”고 말해 긴장도를 높였다. 미 국가안보회의(NSC)의 허버트 맥매스트 보좌관도 같은 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북한이 조만간 핵을 배치하면 한반도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 미국을 찾아 미 국무부의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한 데 대해 미 국무부로부터 “(미국의) 핵우산을 믿어 달라. 전술핵 배치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자체 평가한다. “한반도 어느 지역에도 핵무기를 배치하면 안 된다”는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의 최근 발언을 이끌어낸 데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중국 쪽 불편함이 읽힌다. 전술핵 재배치 이슈는 중국에 부담을 주고 북한이 비핵화 쪽으로 기울게 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딱 잘라버린 건 아쉽다.
 
일촉즉발의 국면으로 빠져드는 한반도 안보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굳건한 동맹 체제다. 북핵 위기는 한반도를 1950년의 한국전쟁 때와 유사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한·미는 과거와 같은 혈맹으로 돌아가 일단 위기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뒤 북한과 대화하고 평화통일 노력도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방미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한·미 연합방위능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한다. 이번 유엔총회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를 포함해 풍부한 안보 성과를 갖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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