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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1억도 뿜는다 … 지름 30m ‘미니 태양’ 공정률 45%

중앙일보 2017.09.18 01:57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① ‘인공태양’ 핵융합발전
7개국 공조 프랑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건설현장을 가다 
프랑스 남부지방 소도시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ITER는 축구장 60개 규모의 60만㎡ 부지에 짓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45%. [사진 ITER 국제기구]

프랑스 남부지방 소도시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ITER는 축구장 60개 규모의 60만㎡ 부지에 짓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45%. [사진 ITER 국제기구]

 
중앙일보는 창간 52주년을 맞아 여시재·KAIST와 함께 ‘인류 10대 난제’를 선정했다. 핵융합발전과 암 극복, 뇌의 비밀, 우주 개발 등 인류가 풀어야 하고 풀기를 원하는 난제가 그것이다. 중앙일보는 ‘인류 10대 난제 도전하다’란 보도를 통해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인류의 현장을 찾고,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점검해본다.
 
‘인류가 에너지의 고민에서 해방됐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과 우뚝 솟은 마천루의 에너지는 모두 값싼 전기다. 마치 물과 공기처럼 부담 없이 전기를 쓴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청명하다. 뿌연 미세먼지 가득했던 한반도의 하늘은 사철 가을 하늘 모습으로 변했다. 맹위를 떨치던 지구온난화도 한풀 꺾였다. 덕분에 북미 대륙을 초토화하는 초대형 허리케인이 잦아들었다. 남태평양의 산호섬 나라 투발루는 수몰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21세기 중후반께 다가올지 모를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 하지만 과학소설(SF) 영화 같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다.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카다라슈는 이런 인류의 미래 비전을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현장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본부에는 EU와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인도·한국 등 7개국 연구인력 800명이 상주하고 있다. ITER 공사 현장의 인력을 포함하면 20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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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작한 프랑스 ITER 건설공사는 현재 공정률 45%. 2025년이면 공사를 마치고 섭씨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처음으로 뿜어낼 예정이다. ITER 사업의 최종 목표는 2035년 원자력발전소 발전용량(1GW)의 절반 수준인 500MW의 열출력을 내는 플라스마를 300~500초 이상 유지하면서 최적의 운전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선을 넘어서면 기술적으로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도 핵융합반응이 계속될 수 있다. 이때까지 들어가는 총 예산만 23조원에 이른다.
 
이후에는 참여 회원국들이 ITER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증기터빈까지 갖춘 핵융합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게 2055년께로 예상된다.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엄베이비(현재 고교 2년생)는 50대의 나이에 맞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핵융합발전은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태양이 불타오르며 빛과 열을 내는 원리와 같기 때문이다. 태양은 수소 원자핵들이 충돌해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과정에서 빛과 열 에너지가 나온다. 핵융합발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핵융합하는 과정에서 나온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전기를 생산한다. 문제는 태양의 원리를 어떻게 지구 위에서 구현할 수 있느냐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와 이를 견딜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내야 한다.
 
핵융합발전소가 성공하기까지는 아직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거액의 국가 예산을 불확실한 계획에 투자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영철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핵융합 상용화가 가능하려면 고성능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하는 기술과 초고온 플라스마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재료 개발 등 아직까지 도달하지 못한 숙제들을 풀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불가능한 숙제는 아니며 인류가 극복할 수 있고, 또 극복해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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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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