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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애플 ‘스마트폰 뇌’ 확보 땐 삼성과 협상서도 유리

중앙일보 2017.09.18 01:00
IT 공룡이 도시바에 군침, 왜 
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의 관심은 온통 도시바다.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를 두고,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를 앞세운 한·미·일 연합,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주축이 된 신(新)미·일 연합이 겨루는 것까지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제작 하청업체로 유명한 대만의 홍하이(폭스콘)가 소프트뱅크·구글의 손을 잡고 참여하더니, 애플까지 아예 한미일 연합에 가세했다는 소식에선 모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이기에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이 이렇게 군침을 흘린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겠다. 도시바 메모리가 아니라 낸드플래시가 그만큼 중요하다. 도시바 메모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의 세계 2위 업체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데이터 보관을 위해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전원이 차단되면 데이터를 잃어버리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전원 공급이 없어도 장시간 데이터 보관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최근 스마트폰·노트북·PC 등 다양한 IT 기기에서 사용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요즘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연평균 수요 증가율은 40% 정도를 기록하고 있으나, 공급 증가율은 3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 일정이 지연돼 당분간 공급 부족 상황은 지속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의 가장 큰 수요처는 역시 스마트폰이다. 아직도 스마트폰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 중이다. 한 제품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용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는 서버 시스템은 기존의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신해 낸드플래시 기반의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의 사용을 늘여가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높은 집적도와 가격 하락으로 인해 SSD 제품 가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프리미엄 서비스 시장의 확대로 서버용 고성능 SSD도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데이터량에 비례하여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향후에도 그 시장 확대는 꾸준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전체 시장의 35.6%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다. 도시바가 17.5%로 그 뒤를 따르고 있고,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시장 점유율은 같지만 미세한 차이로 3위다. 마이크론이 12.9%로 4위, 그리고 SK하이닉스가 9.9%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생산 설비 투자를 함께 해 생산 제품을 나누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대략 35.0% 정도인 것이다.
 
애플, 낸드플래시 안정적 공급처 필요
 
도시바 메모리 쟁탈전이 치열한 건 이런 시장 상황 때문이다. 인수에 참여한 회사들은 모두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에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도시바 메모리가 한미일 연합에 팔릴 경우, 웨스턴디지털은 울상이 된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에 밀려 시장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의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5위에서 2위로 올라감과 동시에, 삼성을 바짝 뒤쫓을 좋은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를 우군으로 확보하게 되어 향후 특허권 사용에 따른 소송이나 비용 등의 문제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미일 연합에 참가하는 애플은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다. 자연히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성에 대해 가격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얻는다. 애플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수요 기업 중 하나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공급 부족은 애플 제품 생산과 판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애플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통해 높은 부가 이익을 얻는 기업 중 하나다. 아이폰7의 경우 128GB 용량 제품과 256GB 용량 제품의 가격 차이는 100달러(약 11만3000원)이다. 이는 올해 2분기 기준 D램 익스체인지가 발표한 두 메모리 시장 가격 차이의 2배에 달한다.
 
샤프 인수로 재미 본 중국, 도시바도 군침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은 도시바 메모리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과거 샤프를 인수해 단시간 내에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중국이다. 도시바 메모리를 통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확보하고 수월하게 이 시장에 진입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은 중국의 자본과 도시바 반도체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다. 샤프 사례를 경험한 일본은 반도체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도시바 반도체를 중국으로 쉽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D램과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제품 중 하나이다. 또한, 당분간 시장 성장에 대한 전망도 좋은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세계 시장 공급의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국가 주력 산업 제품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번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만, 웨스턴 디지털의 강한 반대로 인수가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는 반도체 생산에 관련된 설계·소자·재료 및 공정장비 등 유관 제품 시장의 성장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설계 및 생산을 담당하는 국내 대기업과 소자·재료 및 공정장비 등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생태계 산업이기도 하다. 자칫 대기업의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실적 상승으로 인하여 유관 산업에 대한 육성 지원이 소홀해질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이 미래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속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연구 개발(R&D) 역량을 확충하여야 하며, 이는 다시 우수 인재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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