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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중국 … 한국에 필요한 건 ‘고슴도치 전략’

중앙일보 2017.09.18 01:00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동시에 스스로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두 얼굴의 중국’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이율배반적 모습은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한국이 그 약점을 치열하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환하게 세계를 보듬는 모습은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올 1월 제47차 다보스포럼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자유무역의 수호자인 중국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또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며 보호주의 무역을 내세운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 주석은 주변국 외교의 큰 줄기로 ‘친성혜용(親誠惠容)’을 강조해 왔다.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고(親), 성실하게 대하며(誠), 혜택을 나누고(惠), 포용하겠다(容)는 내용이지만 현재 중국의 행태와는 모순된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술 더 떴다. 그는 “대외 개방을 적극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환경을 최적화해 나가겠다”며 “서비스업과 제조업에서 외자 접근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조달 사업에서 내·외자 기업에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과 며칠 전 중국 상무부가 한국 기업 불매운동과 관련해 “롯데가 중국의 이익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는 태도를 보여 놓고 다시 외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외면하고 현대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에는 중국 랴오닝성 업체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인해 북한 수산물 수입을 못하게 돼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르포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와 경제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연계시킬 수 있는 중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두 얼굴이 될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언제든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 질서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 기업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인구 수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 기업에 폐쇄적이고 각종 텃세와 규제도 심하다. 백권호 영남대 경영대학장은 “기존 한국-중국의 분업 구조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드 갈등이 해소되더라고 한국 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버텨야 하나, 철수해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는 기업들에는 2012년 센카쿠 열도 문제로 경제보복을 당한 일본의 대응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당시 일본 기업은 주요 투자처를 동남아·인도로 이전했다. 경쟁력이 사라진 업종은 중국에서 철수시키고 남아 있는 업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다졌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은 “한국이 경제외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제품 경쟁력 강화와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원 KOTRA 동북아사업단장은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과 교류가 많은 지역·집단은 사드 갈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도 한국 의존도가 낮지 않은 만큼 중국이 강경하게 나올 때 한국을 찌르면 중국도 아프다는 ‘고슴도치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붙잡고 있기보다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CJ홈쇼핑·현대홈쇼핑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단 매각할 수 있는 것은 팔고, 남길 것은 남기면서 질서 있게 철수해야 한다. 무작정 ‘탈중국’을 했다간 유통업체는 남은 임대보증기간에 대한 위약금, 제조업은 큰돈을 들인 설비 등 생산라인에서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다.
 
서강대 김 교수는 “사드 관련 갈등이 장기화하는 분위기인 만큼 ‘손절매’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 전면 철수보다는 미미한 기반이라도 남겨둬야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훗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손해용 기자 choi.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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