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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보통 수험생에겐 효과 없고 부작용만 나타나

중앙일보 2017.09.18 00:02
‘공부 잘하는 약’의 허실
입시철이 가까워지면 수요가 증가하는 약이 있다. 바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이다. ‘집중력을 높이는 약’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입시철이면 이 약을 구하려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ADHD 환자가 아니면
 
처방받지 못하기 때문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구매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문제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연 건강한 학생이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메틸페니데이트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알아봤다.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을 찾는 사람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2016년 228만 명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의약품을 처방받았다. 총 처방 건수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기간 고3에 해당하는 만 18세에 대한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 처방금액은 4억7800만원에서 2015년 7억99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10월(2015년 기준)에는 이 금액이 약 9021만원으로 최고치에 달했다가 수능 이후인 11월(약 5839만원), 12월(약 5589만원)에 급격히 줄었다.
 
 
정상인 수준으로 집중력 개선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뇌에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돼 뇌의 각 부위로 전달된다. ADHD 환자의 경우 이들 물질이 재흡수돼 전전두엽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 ADHD 환자에게 주의력 결핍 증상이 생기는 과정이다. 이때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해 활성화함으로써 ADHD 환자의 주의·집중력을 개선한다.
 
물론 ADHD 치료제가 한 종류는 아니다. 아토목세틴계 약물도 ADHD 치료제로 쓰인다. 이 약은 비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만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도파민 활성에까지 관여하는 메틸페니데이트에 비해 집중력 부족 등 ADHD의 증상 개선 효과가 약하고,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도 느리다. 반면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은 복용 당일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가 강하고 빨리 나타난다는 얘기다.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이 ADHD 치료제 중에서도 ‘공부 잘하는 약’이 된 배경이다.
 
 
실제로 소문처럼 건강한 수험생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핵심은 ‘주의 집중력’ 향상 효과, 즉 학습 시간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인에게는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로 인한 집중력 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항우울제는 우울증 환자의 심적 상태를 좋게 해주지만 정상인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은 ADHD 환자의 부족한 집중력을 올려주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ADHD 환자의 떨어진 집중력만 정상 수치에 가깝게 올려줄 뿐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미 정상인 사람의 집중력을 더 올려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상적인 학생의 경우 실제로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고 복용하다가 효과를 느끼지 못해 약을 끊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는 “건강한 학생의 경우 약을 몇 번 복용해 보고 집중력 향상 등 원하는 효과를 잘 못 느껴 대부분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적잖아 되레 공부 방해 
효과가 없는 데 반해 부작용 사례는 적잖다. 수십 년 동안 국내외에서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에 대한 오·남용이나 부작용 사례가 보고돼 왔다. 미국에서는 끊임없이 남용 사례가 발생했다. 1960년대 스웨덴에서는 남용으로 인해 사망하기도 해 판매가 금지된 적도 있다. 이후 약물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약물을 천천히 방출하는 서방형제제도 개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계속 보고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1~2016년 발생한 메틸페니데이트계 약물 부작용으로 식욕부진(579건), 불면증(244건), 두통(156건), 오심(141건) 등의 증상이 보고됐다. 적지 않은 건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부작용이 오히려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라는 점이다. 단순히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약을 복용한 수험생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이지원 교수는 “메틸페니데이트 부작용은 ADHD 환자, 일반인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며 “건강한 수험생이 약을 먹는 것은 일시적으로라도 보장되지 않는 효과를 위해 부작용에 노출되기만 하는 격이다. 약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주의·집중력을 높이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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