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현대차 ‘차이나 엑시트’ 가능성은?

중앙일보 2017.09.17 17:34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중국 매장을 포기한 데 이어 롯데그룹도 롯데마트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자, 자동차 산업이 이른바 ‘차이나 엑시트(China Exit)’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자동차 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8월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7만6060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12만4116대)보다 39% 감소했다. 중국이 '사드 몽니'를 본격 시작한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비정상적인 수치다. 지난해 6위였던 중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순위도 13위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당장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계약이 걸려 있다. 중국에서 현대차(50%)는 북경기차(50%)와, 기아차(50%)는 동풍차(25%)·열달차(25%)와 합작사를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비밀유지 조항에 묶여있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계약서에 일방이 합작 관계를 깨뜨릴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결정 구조를 봐도 마찬가지다. 북경현대차·동풍열달기아차는 모두 합작 파트너 중 일방이 주요 의사결정을 강행할 수 없는 구조다. 예컨대 중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격인 총경리는 현대기아차가, 이사회 의장격인 동사장은 북경기차가 임명한다. 동풍열달기아 동사장은 열달그룹 대표가 겸직하고, 총경리는 기아차가 임명한다. 영업본부장은 기아차가, 생산본부장은 동풍기차가, 재경본부장은 열달차가 선임한다.
이사회 구성도 동수다. 북경현대차·동풍열달기아차 모두 이사회 멤버 중 절반은 현대차그룹이, 나머지 절반은 합작사가 선임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접을 생각은 없다”며 “합작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가장 많은 차를 수출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손해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최초로 허가한 합작 자동차 공장이 북경현대차다. 북경현대차와 동풍열달기아차는 각각 현대차·기아차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중국 파트너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글로벌 최상위 자동차 제조사가 모두 중국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합작을 포기하면 북경기차는 현대차 수준의 파트너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합작관계가 깨지기 어려운 구조인데도 ‘차이나 엑시트’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롯데마트 사례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바란다”고 의지를 표명했지만, 결국 롯데마트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장현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지 생산능력의 절반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현대·기아차도 ‘제2의 롯데마트’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못 한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차이나 엑시트’가 발생하면 현대차는 지난 15년 동안 중국에 투자한 금액을 날리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9개 공장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판매망과 자동차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무형 자산까지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협력 업체가 단계적으로 1만개의 부품을 조립해 상위업체로 납품하는 구조다. 현재 145개 한국 자동차 부품사가 289개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120여개 부품사가 현대기아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현대차·기아차 중국법인이 50% 합작사인데 비해, 현대모비스 중국법인은 100% 자회사다. 중국 사업이 악화하면 현대모비스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 현대모비스 전체 매출에서 중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한다. 중국에서 4개의 합자 법인을 운영하는 현대위아 중국법인도 올해 상반기 적자로 전환했다.
타이어 제조사 분위기도 비슷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6일 금호타이어 자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중국 사업 매각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한국 배터리 기업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 배터리 조립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북경정공과 협상중이던 합작공장 설립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이후 한국 배터리 산업을 더욱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184개사 2538개 배터리 모델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삼성SDI·LG화학 등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은 모두 빠졌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감산=현대차에게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인 미국의 현대차 주요 공장 중 한 곳이 감산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17일 “재고 물량 조정과 운송회사 인원 조정이 겹치면서 앨라배마 공장이 지난 4일부터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감산규모는 하루 200대 수준으로 알려진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65%를 철도로 운송하는 물류기업(CSX)이 인력을 조정하면서 생산 속도를 조절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 시장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쌓이는 상황도 감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기자 정보
문희철 문희철 기자

Innovation Lab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