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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김정은에 왜 안 통할까…“지나치면 재앙” 경고도

중앙일보 2017.09.17 16:38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 지나치면 재앙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취해왔던 태도는 ‘미치광이 전략’의 일종이며 지나칠 경우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제기됐다. 2011년 CIA 국장을 지냈던 데이빗 패트레이어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대학에서 열린 국제문제포럼인 ‘인텔리전스 스퀘어드 토론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이 어느 정도 장점도 있지만 위기시 도를 넘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에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 문제에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미치광이 전략은 협상의 대상에게 자신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줌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외교 전략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 세계적인 핵전쟁 공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다. 그는 핵전쟁을 시작할지 모른다는 신호를 보내면 당시 북베트남을 배후에서 지원하던 소련이 위협을 느껴 미국의 말을 듣도록 북베트남을 조종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가정에 따라 닉슨 전 대통령은 1969년 10월 동아시아와 유럽ㆍ중동 지역 주둔 미군에 핵전쟁 경계령을 내렸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패트레이어스 전 국장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과거 옛 협상 상대들에게 ‘닉슨 대통령이 지금 스트레스가 많다. 그가 밤에 종종 술을 마신다. 당신들 정말 조심하는 게 좋다’고 경고하는 등 이 전략을 사용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현 (북핵) 상황을 위기로까지 몰고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역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옵션 관련 발언에 대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빗 패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 [AP=연합뉴스]

데이빗 패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 [AP=연합뉴스]

 
대북 문제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외교분야에서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했다고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 『불구가 된 미국』(2016년)에서 “패를 보여주는 것은 멍청한 실수”라며 “종잡을 수 없게 행동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2월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수중 드론을 압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린 훔쳐간 드론이 필요 없다. 가지라고 해라”고 엉뚱하게 반응하자 중국이 드론을 닷새 만에 반환한 게 성공적인 미치광이 전략의 일종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해 “폐기하는 게 낫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봤다.  

미치광이 전략이 북한에 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많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와 화염” 발언을 앞세워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시험발사는 물론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앞서 지난 4월 ‘미치광이 전략도 통할 수 없다’는 기사에서 “미치광이 전략이 다른 나라들에는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자위의 핵을 틀어쥔 조선에는 추호도 통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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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평양 인민극장에서 열린 6차 핵실험 축하공연에 참석한 김정은. [조선중앙TV=연합뉴스]

지난 10일 평양 인민극장에서 열린 6차 핵실험 축하공연에 참석한 김정은. [조선중앙TV=연합뉴스]

 
국제문제 전문가인 톰 월시는 최근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기고문을 통해 미치광이 이론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동시에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둘 모두 서로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됨을 과시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두 사람 모두 충동적이고 예측을 할 수 없는 인물이며 국제 규범에 도전하려 한다”며 이들이 실제로 비이성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원의 제프리 베이더,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최근 NYT에 ‘대통령의 핵전쟁 개시 권한을 제한할 때’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핵 선제 공격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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